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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 Jan 10. 2024

눈 오는 날

제주도 눈 내리는 날





눈이 많이 오는 날이었다.


집에 쌓이는 재활용쓰레기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재활용 센터는 동네를 지나가야 했다. 평상시면 걸어가기도 했지만, 눈이 많이 와서 조심조심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 눈에 덮힌 마을과 지붕을 보니 마음이 들떴다. 


나는 얼른 차를 갓길에 댔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길이 미끄러워 미끌미끌 뒤뚱뒤뚱 걸으면서도 풍경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발과 손을 움직였다. 



마을 삼거리를 지날때 '휘~~잉'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렸다. 등줄기가 서늘했다.


하얀 강아지 한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움직임이 멈춘것 같은 설국에서 살아 움직이며 다가오는 선한 인상의 녀석이 반가웠다. 녀석도 내가 반가운 모양이었다. 눈빛이 그랬다. 우리는 자리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안녕, 춥지 않니? 눈이 오니 반가워? 집이 어디니?"



말을 알아 듣는 건지 못알아 듣는 건지 녀석은 동그랗게 말아 올린 꼬리를 신나게 흔들었다.


바람은 더욱 세차졌고, 귀가 시리며 내 얼굴이 빨개졌다. 


 '눈 덮힌 마을 풍경을 사진으로 많이 담아야하는데....' 마음이 급해졌다.


강아지는 마을 사진을 찍는 나를 계속 따라왔다. 뒤를 돌아보면 자리에 서 있다가 내가 움직이면 따라 움직였다. 



"언니 가야해. 추우니까 빨리 집에 가.~~ 돌아다니다가 미끄러지지 말고... 응? 얼른 가~~"



나는 강아지에게 손을 훠이훠이 저으며 말했다. 그렇게 한다고 갈리가 만무하건만 강아지의 눈을 보며 발을 굴러 쫓아보내려 했다. 녀석은 계속 따라 붙었다. 


'이상한 녀석은 아니겠지? 집은 있어보이는데... 혹시 달려와 무는거 아닐까?'


춥기도 추웠고, 반가운 마음이 사라지자 무서움이 엄습했다. 손에 쥔 것은 휴대폰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흘끔흘끔 녀석을 보았다. 마을 풍경들이 더이상 눈이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얼른 길을 건넜다. 강아지가 따라오지 못하도록 뛰었다. 마을삼거리에서 점점 멀어졌다. 뛰면서 고개를 돌려보니 녀석은 한 자리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뒤쪽에서 ‘털 털 털’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마을 버스가 오고 있었다.  소리가 요란했다. 타이어에 쇠사슬이 감겨 있었다. 철렁철렁 쇠사슬의 존재를 증명이라도 하듯 무거운 쇠사슬을 타이어에 감고 버스는 사명을 감당하고 있었다.


버스정류장엔 한 사람도 없었다. 버스는 아주 천천히 정류장을 지나갔다. 내 옆을 스쳐갔다. 이상하게도 안심이 되었다. 고개를 들어 버스안을 보았다. 



버스안엔 기사와 승객 한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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