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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 Jan 23. 2024

책장속 책파먹기

책과소유증


책장을 바라본다. 책장에 들어찬 책을 바라본다. 


 


읽고 있는 책 속에서 추천하는 책이나 구절, 추천작가, 유투브에서 이 책 꼭 읽어야한다는 이야기, 가까운 이의 인생책이라는 말, 지나치다 눈길을 사로잡는 글귀들……


내 손가락이 근질근질하다. 참다 참다 쿠팡 사이트에 들어간다. 책 제목과 저자를 검색한다. 무료배송을 확인한다. 책을 카트에 담는다. ‘그래 책이잖아.’ 고민 없이 구매하기를 누른다. 며칠 후 주문한 책이 내 손에 쥐어진다. 배송받은 책의 비닐을 뜯고 제목을 잠시 바라보다 책꽂이에 꽂는다. 흐뭇하다. 읽지 않았으면서도 마치 완독한 기분이다.


 




나는 철학서나 실용서, 심리학서, 자기개발서 등 두께가 제법 되며 도서관에서 빌려도 자리만 차지하고 몇 장 뒤적거리다가 반납하게 될 법한 책, 읽다가 잠에 빠질 법한 책을 주로 구매한다. 삶에 관한 고찰이 담긴 만큼 내용도 내 책장도 점점 무거워진다. 


 



얼마 전 과소유증후군에 관한 다큐를 보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물건을 시키고 택배 상자를 뜯어보지도 않고 주문한 물건을 한쪽에 쟁여 둔 후 다시 물건을 주문하는 모습. 한쪽 가슴이 뜨끔하다. 나는 확실히 과소유자다.


 



고백하자면 택배 비닐만 뜯고, 그대로 책장에 꽂는 책이 제법 된다. 앞 몇장을 뒤적이다가 책 커버를 꽂아둔 책도 있다. ‘책은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다.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어도 괜찮다’는 누군가의 말로 자신을 합리화하며 찔끔찔끔 읽다가 만 책도 많다. 


 



올해가 시작되면서 나는 책장에 있는 책 파먹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책장이 무거운 것에 만족하지 말고, 머릿속이 무거운 걸 목표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곳에서 들이는 것을 자제하고 있는 책을 읽자는 다짐하며 충동구매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도서관에 가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 집에 있는 책을 읽고 있다.


 


최근 고른 책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다. ‘알뜰신잡’ TV에서 김영하 작가가 추천하는 말을 듣고 구매한 책이다. 책은 한참 동안 책장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으며 내내 감탄한다. 마음에 드는 구절에 줄을 긋는다. 삶에 대한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눈에 쏙쏙 들어온다. 나이 드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나이듦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하고, 책을 남겼던 철학자의 이야기가 내게 위안을 준다. 


 







‘역시 책은 과소유해도 괜찮아. 시간이 지나도 삶의 지혜는 변하지 않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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