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인가 여행인가

동유럽여행기

by 글몽






바르샤바 쇼팽 공항에 도착해서

유심을 갈아 끼웠다.

휴대폰이 몹시도 떨어댔다.

숙소 주인장으로부터 온 메일이 여러 개나 되었다.



언제 도착하느냐

열쇠는 발매트 아래에 있다.

비번은 뭐다

환영한다

즐거운 여행이 되어라 등등

그리고 가장 예상치 못했던 메일이 있었다.

네가 빌린 숙소에는 작은 방이 하나 있는데

장기 투숙객이 묶고 있다. 그는 쥐처럼 얌전해서

쥐 죽은 듯 있을 것이다. 나는 그를 믿는다.


내가 빌린 숙소에 동거인이 생겼다는 사실을 자정이 넘은 시간 도착해서 알게 되었으니 무를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갈 수밖에 없었다.

어찌어찌 찾아간 숙소는 방 2개 화장실 하나 주방이 있는 숙소였으나 언급한 대로 작은 방에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묶고 있었다.

내가 묶는 방은 작진 않았으나 미닫이 문으로 된 방이었으며 제대로 된 잠금장치도 없었다.


욕이 절로 나왔고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이미 지불한 돈과 늦은 시간의 도착으로 짐을 풀 수밖에 없었다.

함께 동행한 딸은 계속 욕을 했다.

에어비엔비에 한 명이 묶을 거라 기재했고 사람이 늘어나면 돈을 더 지불해야 했기에 딸은 기숙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딱 맞는 말이다.

낯설고 두려웠던 숙소에서 동거인과 나는 단 한 번도 얼굴을 마주치지 않았다.

중간통로가 마룻바닥이라 누군가 발을 디디면 삐걱 소리가 났고 그 소리가 나면 문 밖을 나가지 않았다.


이틀 전 밤에는 작은 방 동거인에게 손님이 온 모양이었다. 깔깔거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뭔가를 해 먹는지 바닥에선 삐거덕 소리가 한참 났다.

나는 숨을 죽이고 방안에 꼼짝없이 틀어박혀 있다가 자정쯤 조용해진 틈을 타 겨우 씻으러 나왔다.


이런 점과 숙소에서 냄새가 좀 난다는 것만 빼고는 관광명소가 모여 있는 구시가지에 가깝고 창밖 풍경이 아름답다는 장점 있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당황스럽지만 또 어떻게든 적응하며 살아간다.


다음엔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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