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구매행동의 변화
소비자 구매행동의 변화
다음은 필자가 올해 초 구입했던 ‘와사비망고 구입 체험기’이다.
이 체험기는 필자의 집 TV를 교체하려는 니즈를 갖게 되면서 부터 구입 후 사용시 까지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서술해 본 것이다. TV 구입 과정을 지인들과 공유하면서 이러한 케이스가 온라인 구매를 자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과정을 자세히 리뷰해보면 최근 옴니채널시대에서의 소비자 구매행태와 시사점을 도출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 구입동기와 정보탐색
평소 자주 가는 코스트코나 하이마트에서의 대형TV 구경, 온라인에서의 소비자 TV 구입기, 드라마 시청, KT의 기가 UHD 출시 광고 등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화면이 더 크고 화질이 좋은 TV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안으로 빔 프로젝트도 생각해 보았지만 설치의 번거로움, 장소제약, 시청시의 귀차니즘 등을 고려하여 TV 구입을 결심하였다. 먼저, 고화질 대형TV 가격이 300~400만원을 호가한다고 생각하여 은근히 구입을 반대하는 집사람과 형식적인(?) 상의를 끝내고 평소 알고 있던 대로 ‘삼성 TV, LG TV, UHD, 55인치, 고화질, 800백만 화소, 4K’ 등의 검색어로 네이버, 구글을 넘나들며 검색을 하면서 정보를 수집하였다. 또한 ‘와싸다, 네이버 쇼핑’ 등에서 가격비교도 하였다.
이렇게 검색된 ‘TV 구매후기, 제조사 홈페이지, 블로그 정보’ 등을 보고, 회사내 직원과 TV 관련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모니터와 외장 셋탑박스만 연결하면 굳이 TV를 구입할 필요가 없으며, 모니터 가격이 TV의 반값 수준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삼성이나 엘지는 40인치 이상의 모니터를 판매하지 않으며, 주로 중소기업들이 40인치 이상의 모니터를 판매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중소기업의 50인치, 60인치대 모니터 제품을 집중적으로 검색하던 중 ‘와사비 망고’라는 회사를 우연히 알게 되었고, 이 회사 제품 사용기 검색 결과 평이 좋으며 인터파크 등 판매사이트에 올라온 세일즈 페이지를 읽어보니 디자인도 깔끔하게 잘 되어 있고, 내가 찾던 기능을 대부분 지원하며 가격도 매우 저렴(60인치 UHD지원 모니터 가격이 설치비 포함 100만원 초반대였으며, 유사한 스펙의 TV는 200만원대 초반)하여 이 회사제품 구입을 적극 고려하기로 함.
(2) 주문
네이버 쇼핑과 다나와 사이트에서 각각 가격 비교를 해본 결과 와사비망고 60인치를 가장 싸게 파는 인터파크에서 주문하기로 결정하였다. PC로 주문하는 과정에서 모바일 주문시 5,000원 추가 할인 된다고 하여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던 모바일로 변경하고 결재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ISP 모바일앱’을 설치하고 구매를 완료.
(3) 배송 및 설치
연휴로 배송이 늦어질 것 같아서 인터파크 주문사이트의 Q&A란에 밤 11시쯤 언제 배송될지 문의를 하니 다음날 오전 1~2일내 배송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달렸고, 배송기사가 당일 저녁에 설치가능 하다는 연락이 와서 당일 설치완료 함. 설치완료 후 제품을 찬찬히 살펴보니, 테두리가 풀 메탈에 마감이 섬세하고 디자인도 심플하여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평소 읽었던 사용기 및 제조사 세일즈 페이지의 모든 정보와 이미지 사진등이 실물과 일치하여 매우 만족하였다. 며칠 후 셋톱박스도 UHD를 지원하는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고 UHD전용 채널을 시청해보니 마치 사진 감상을 하는 것처럼 화질이 선명하고 생생하여 만족함.
(4) 사용후
친적이 주말에 방문하여 모니터를 보더니 좋아 보인다면서 4~500만원 주고 구입하지 않았느냐고 함. 최신 UHD사양에 설치비 포함 100만원 초반가격을 얘기하자 자신도 당장 구매하고 싶으니 구입방법을 알려달라고 함. 또한 회사 동료와 지인 및 외부 강연시 TV 모니터에 대해 사례로 언급하게 됨.
옴니채널 시대 소비자행동의 변화와 대응전략
이상의 구입과정을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사례로 보고, 옴니채널 시대의 소비자행동과 결부하여 우리 중소기업 입장에서의 마케팅적 시사점 2가지만 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 고객의 카테고리 니즈에 주목해야 한다.
어떤 소비자가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한 장면의 방송을 합리적 가격으로 보고 싶다’ 는 니즈를 가지고 있다면,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분류하는 카테고리인 ‘TV’ 또는 ‘모니터’와는 상관없이 이 니즈를 해결해 주는 제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마치 카테고리가 다른 생수와 탄산음료가 경쟁하여 탄산음료 시장을 위축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에 소비자들은 자신의 니즈를 구현해준다는 기업의 주장을 수동적으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마케팅 3.0 시대인 지금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과 ‘인터넷 검색’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전세계를 대상으로 니즈를 분출할 수 있다. 과거 처럼 주어진 조건하에서 니즈를 해결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검색하여 니즈를 해결하려고 한다. 즉, 수동적 니즈해결에서 적극적 니즈해결로 구매환경이 변한 것이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잠재고객의 니즈를 그 어느때 보다 더 면밀하고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특히 카테고리 기준은 기업에서 편의적으로 구분하는 제품형태 위주의 카테고리 보다는 소비자가 대체재로 생각하는 제품들을 고려하여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것이 좋다. 니즈를 파악하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지속적으로 소비자 행동을 관찰하고 인터뷰하는 것이다. 인터뷰한 보고서를 읽는 것 보다는 독자가 직접 잠재타겟 소비자와 대화하면서 카테고리와 관련하여 필요로 하는 것, 평소 검색하는 단어, 정보를 얻거나 교환하는 소스, 구입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사용경험, 기억에 남는 인상, 사용장소, 사용방법, 구입을 고려한 브랜드와 그 이유 등에 관해 인터뷰 해보는 것이다. 그 어느 값비싼 보고서나 유명 방법론 보다 효과가 강력하다는 것을 필자가 보장한다.
둘째, 가성비의 중요성과 유통 커버리지 파워의 약화이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특정 브랜드를 런칭하게 되면 소비자들에게 TV, 신문, 잡지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면 소비자들이 그 브랜드를 인지하게 되고 유통매장으로 유도하여 구매까지 연결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기업은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였다. 그러나 디지털 마케팅 시대에서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니즈를 해결하고자 검색을 통해서 브랜드를 찾아낸다(필자가 우연히 검색을 통해 와사비망고를 처음 인지한 것처럼). 찾는 경로도 검색, 카톡공유, 페이스북, 지인 추천 등 온라인 오프라인을 망라하기 때문에 최초상기도, 비보조인지도 등 전통적인 인지도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큰 투자가 수반되는 인지도 측면에서 과거와 달리 거대 기업과 대동소이한 출발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일단 소비자가 검색을 통해 니즈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브랜드를 찾게 되면 인터넷을 통해 사용기, 가격비교, 판매자의 세일즈페이지 등을 통해 속속들이 해당 브랜드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에 태그 등을 활용해 브랜드가 검색되게 해야한다.
일단 검색이 되면 구매자의 니즈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구매자 입장에서 세일즈 페이지를 만들어 가성비 즉, 가격대비 값어치를 높여야 한다. 특히, 세일즈 페이지는 구매자입장에서는 마치 전시장에 입장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기 때문에 신뢰성, 효익, 가독성 등을 중심으로 최대한의 자원을 투입하여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세일즈 페이지는 투자되는 절대액수가 그리 크지 않음으로 자원이 많은 기업과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또한 소비자는 가성비와 구매편리성을 실현하기 위해 옴니채널을 활용함으로 상대적으로 유통 커버리지가 약한 기업이라도 적절한 온라인 매장에 입점하여 가성비를 구현한다면 구입기회를 높일 수 있다. 반면에 아무리 인지도를 높이고 디자인과 광고 카피를 잘 만들어도 니즈에 부합하는 본질적 품질력과 가성비가 떨어지면 가공할만한 소비자의 정보력과 냉정한 가격비교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다.
만약에 많은 소비자가 자동차의 실구매 가격이 5천만원대, 연료비 무료, 출발 후 100km/h 도달 시간 4.2초, 유지보수비가 거의 들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차를 필요로 한다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러한 니즈에 대응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하는 기업과 중요한 니즈라고 생각하여 실현한 기업이 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 전기자동차 제조회사인 테슬라 모터스는 2012년 이러한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는 ‘모델S’라는 순수 전기차를 출시하였다. 2003년에 설립된 이 회사 주식의 시가총액은 작년말 기준으로 약 30조원에 달한다.
‘카테고리 니즈발현 – 검색 – 대안평가 – 가격비교 – 구입 – 구입 후 공유’로 이어지는 소비자 구매행동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대응해야 하는 이유이다.
김기석 (경영학 박사)은 CJ제일제당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하면서 NPD(New Product Development) 프로세스 개발 및 운영을 총괄했다. CASS맥주, 햇반, 쁘띠첼, 뚜레쥬르, 투섬플레이스, CGV, 올리브영 등 50여개 신규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한 브랜드 전략 전문가이며, 저서로 ‘신상품 마케팅전략(2판)’이 있다. kskim17@gmail.com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barcode=9788996630678
<본글은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경영잡지 '기업나라'에 1년간 기고된 컬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