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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석 Dec 14. 2018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올린 공대생의20% 채용이유

- 엔지니어링과 마케팅의 콜라보 -


올린(Olin) 공대에서 마케팅을 중시하는 이유
 
“중국, 한국의 약진으로 미국 제조업은 망가졌다. 아시아 국가들은 물건을 더 싸고 좋게 만드는 데 탁월한 실력을 보인다. 우리는 양 대신 질로 승부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새롭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조업을 할 수밖에 없다. 교육을 새롭게 바꿔야 했다.”
하버드대, MIT 공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문으로 급부상한 미국 올린 공대 리처드 밀러 총장이 우리나라 방문 당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올린공대의 입학성적은 1600점 만점인 SAT가 1440~1540점으로 미국내 최상위 수준이며, 졸업생의 20%는 마이크로 소프트사가 채용해 갈 정도로 졸업생들의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이 대학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기술경영이다. 기술경영의 핵심은 공학 전공자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다. 기술을 현실에 접목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려면 경영과 마케팅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밀러 총장은 엔지니어가 경영학과 마케팅을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다. 공학도는 사람보다 사물에 관심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과 사회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지배한다. 경영진 및 소비자와 소통하지 못하는 엔지니어는 성공할 수 없다. 지금은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다. 소비자는 선택의 여지가 많다.”
현재 올린 공대 2학년에 재학중인 한국 유학생 장수민님은 이렇게 소감을 얘기한다. “1학년때 부터 현장에 나가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여 해결하는 창의적 제품을 만들고 발표해야 해요. 좌충우돌하면서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어느새 문제해결에 대한 자신감 생기는 것 같아요.” 
이러한 수업을 통해 올린공대 학생들은 엔지니어로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것을 배운다. 


올린 공대생들이 바닷물과 로봇을 이용해 실험하고 있는 모습


다이슨의 장인 정신
 
다이슨에서 최근 발매된 수퍼소닉 헤어드라이어는 개당 55만 6천 원이라는 매우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수퍼소닉의 개발자 맥퍼슨 엔지니어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이슨의 제품개발 과정을 처음 본 사람들은 미쳤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다이슨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기본을 먼저 공부한 뒤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나를 포함한 다이슨 엔지니어들은 머리카락의 뿌리부터 끝까지 면밀히 관찰하며 모발이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모발을 어떻게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 등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다이슨은 헤어드라이어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 기존의 헤어드라이어의 모터 보다 훨씬 작지만 회전력은 높여서 강력한 바람을 내는 모터를 새로 개발했다. 또한 모터의 위치를 기존의 바람이 나오는 헤드 부분이 아닌 손잡이에 설치하여 무게가 분산되어 손목에 무리가 덜 가도록 설계했다. 이를 위해 다이슨은 옥스퍼드 대학 동작연구소와 함께 사람의 몸에 센서를 장착해 팔의 움직임과 제품의 무게 중심, 길이, 손잡이 두께 등을 연구하여 피로도를 최대한 낮추는 기술을 적용하였다. 이렇게 다이슨이 수퍼소닉 개발에 들인 R&D 비용은 838억 원에 달한다. 
다이슨의 장인정신이 55만 6천 원이라는 프리미엄 가격대를 극복하고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만일 소비자가 강력한 바람과 가벼운 무게, 다루기 편한 드라이어를 강하게 필요로 하되,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이슨 수퍼소닉 헤어드라이어의 모습



우리 제품은 정말 뛰어납니다
 
필자는 컨설팅하면서 접하는 수많은 기업들로 부터 다음과 같은 소리를 자주 듣는다.
“우리회사는 모든 부분에서 세계적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특허를 땄고, 기능성 인증도 받았습니다. 기술력은 최고 수준이고, 경쟁제품 보다 우월합니다. 이 제품을 써본 주변사람들은 모두 이 제품의 성능에 놀라워합니다. 품질력도 좋고 디자인도 좋고, 세계 최초의 제품인데 이상하게 소비자가 몰라줍니다. 지금 시장에는 우리보다 못한 제품이 판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모자란 것은 단 하나, 자금이 부족한 것입니다.”
이 회사는 과연 자금문제만 해결되면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
히트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공학자나 연구자가 마케팅 능력을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마케터가 기술을 이해하는 것 보다는 공학자나 연구자가 마케팅을 이해하는 것이 더 빠르다. 기술주도적 카테고리나 기술개발 속도가 빠른 시장일수록 기술자가 마케팅 능력을 겸비하는 것이 마케터가 기술을 이해하여 상품화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공학자나 연구자가 마케팅 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소비자 심리, 광고 및 커뮤니케이션, 브랜드전략, 마케팅전략, 디지털마케팅, 신상품마케팅, 마케팅리서치, 디자인경영 등의 분야에 대한 지식을 반드시 습득해야 한다.
 
둘째, 모든 장인정신과 공학적 완성도는 소비자 미충족 니즈를 해결하는데 촛점을 맞추어야 한다.
제품 개발을 하다보면 수많은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개발방향은 시장이 원하는 즉, 발견된 소비자 미충족 니즈를 해결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어야지 원료수급, 원가, 적용되는 기술, 생산 수율 , 인력수급, 예산, 타이밍 등 기업내 변수를 이유로 당초의 개발목적이 변경되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개발목표가 수정되면서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제품으로 변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소비자의 미충족 니즈해결에 대한 약속과 출시된 제품의 완성도 간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
‘모노즈쿠리’는 후지모토 다카히로 동경대 대학원 교수가 제조업에 강한 일본 기업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물건을 뜻하는 '모노'와 만들기를 뜻하는 '즈쿠리'가 합성된 용어로,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독특한 제조 문화를 일컫는 대명사이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칠 정도로 불량률과 품질관리에 많은 연구와 투자를 해서 과잉 품질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2001년 세계 LCD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샤프의 몰락과 관련하여 ‘샤프 액정 패전의 교훈’이라는 책을 쓴 나카타 유키히코 교수는“좋은 제품을 만들면 팔린다는 '기술 신앙'에 빠져있었던 일본은 세계에서 고립됐다”며“이는 샤프뿐 아니라 일본 전자산업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논평하였다.
제품개발 시 장인 정신이 접목되면 좀 더 높은 완성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 대비 품질 수준이 너무 높으면 이익율 저하나 효율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고, 반대로 소비자 기대(컨셉에서 소비자에게 약속한)보다 제품의 완성도가 낮게 되면 반복구매나 호의적 바이럴 효과를 볼 수 없게 된다.
 
넷째, 제품개발 이후의 마케팅 예산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많은 중소기업이 제품개발과 생산에 모든 예산을 쏟아붓고는 마케팅 예산이 없어서,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제품이 완성되어 시장에 출시되면 그제서야 게임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제품개발과 생산까지는 기업내부의 프로세스이고 대부분이 관리 가능한 변수이지만, 일단 시장에 출시되면 소비자에게 알리고, 검색하게 하고, 호감을 느끼고 구입한 후 긍정적 입소문을 퍼뜨리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제품 출시 후의 주도권은 소비자에게 넘어가게 되고 제품을 구매하게 되기까지 많은 커뮤니케이션 비용과 판촉비 등이 소요된다. 아무리 잘 만든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면 판매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또한 유통점이나 온라인 매장에 입점이 되었다고 해도 목표한 타겟 소비자에게 목표한 포지셔닝을 달성하도록 하는 ‘눈에 띄는 진열, 웹 페이지 상단 노출, 세일즈 페이지 매력도, 판촉행사’ 등이 수반되지 않으면 판매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광고 등 프로모션비용은 예상 매출액 대비 5~10%선을 확보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을 정도로 많은 예산이 필요함으로 전체 제품개발 예산 중에서 R&D투자비, 생산비, 광고비의 예산을 추정하고 사전에 확보해야 한다.
 
공학은 수학과 자연과학을 기초로 하여 인문, 사회과학의 지식을 이용해서 유용한 사물이나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소비자의 니즈가 없거나 약하면 아무리 좋은 해결책이어도 수요를 창출하기 어렵다. 올린 공대에서 인문학과 마케팅을 중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품개발시 시장성있는 소비자의 미충족 니즈를 발견하여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방향(컨셉)을 결정한 후 엔지니어링을 통한 문제해결이 되어야 하는데, 시드를 기반으로 제품을 먼저 개발한 후 수요자를 찾게 되면 그만큼 리스크가 커지게 된다. 따라서 다이슨의 사례 처럼 소비자 미충족 니즈를 잘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며,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판단되면 미충족 니즈를 해결하는 제품을 완성도있게 개발해야 한다. 왜냐하면 소비자의 미충족 니즈를 우리 제품이 해결해준다는 약속과 실제로 그러한 제품이 출시되었을때 시도구매와 반복구매가 균형을 갖게 되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히트상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석 (경영학 박사)은 CJ제일제당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하면서 NPD(New Product Development) 프로세스 개발 및 운영을 총괄했다. CASS맥주, 햇반, 쁘띠첼, 뚜레쥬르, 투섬플레이스, CGV, 올리브영 등 50여개 신규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한 브랜드 전략 전문가이며, 저서로 ‘신상품 마케팅전략(2판)’이 있다. kskim17@gmail.com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barcode=9788996630678


<본글은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경영잡지 '기업나라'에 1년간 기고된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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