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좋아하는 남편과 나는 자주 (거의 매일?) 같이 술을 마신다.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한 잔 할 때도 있고 집에서 안주를 만들어 둘이서 마시는 것도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술을 마시는 경우가 더많아졌다.
요즘엔 남편과 둘이서만 마시는 게 아니라남편의 후배이자 나의 선배인 S선배도 우리 집콕 주점의 메인 멤버가 되었다.
유럽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는 선배는 현재 코로나 사태로 잠정 휴업 상태이고 여태껏 쌓은 여행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집필을 하고 있다.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만나는데 코로나 때문에 밖이 아니라 집에서 보게 된 것이다.
가끔은 큰딸도 객원 멤버로 참석을 하기도 한다.
우리 집 술안주 담당은 남편이다. 요리에 취미가 없는 나와 달리 남편은 이것저것 술안주로 잘 만드는 편이다. 배달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싫어해서 시장에서 장을 봐서 신선한 재료로 딱 맞는 안주를 만들어 준다.
외식을 할 때도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집에 가서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와! 신기한 일이다...
난 그냥 다음에 여기 또 와야지 생각하는데...
그날도 집콕 주점이 열렸던 날이다.
이런저런 얘기 도중에 이탈리아 여행 이야기도 나왔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소개해 주었고 또 여행 전문가인 선배인지라 여행 얘기가 안 나올 수 없다.
그러다 막내가 보낸 카톡 얘기를 했더니 같이 한 잔 하고 있던 큰딸이 "나도 봉골레 파스타 먹고 싶다." 그러는 거다.
물론 파스타 전문점에서 사 먹을 수도 있겠지만 딸은 그때 여행의 추억이 담긴 맛을 먹고 싶은 것 일거다.
한 번도 봉골레 파스타를 먹어본 적이 없는 남편이 다음 날 인터넷 검색해서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했다. (참고로 남편은아직 스마트폰을 쓰지 않고 2G 폰을 사용하고 있다.)
딸이 먹고 싶다고 한 파스타를 만들어 주고 싶은가 보다.
편 마늘과 페페론치노를 올리브 오일에 볶다가 바지락을 넣고 조금 더 볶는다. 삶은 파스타를 냄비에 넣고 면수를 조금 넣어서 몇 분 더 볶아 접시에 담아낸다.
대충 찾아서 가르쳐준 레시피였다.
"어려울 것은 없어 보이네." 남편의 말이다.
봉골레 파스타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니 입구부터 고소한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했다. 남편은 먹어본 적도 없는 봉골레 파스타를 요리해서 식탁 위에 세팅해 주었다.
남편의 첫 봉골레 파스타
오!!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바로 그 맛인데!!
우리 둘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국수는 좋아하지만 파스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먹어 봤어야 알지 하는 표정으로 갸웃거릴 뿐이다. 파스타 면의 익힘 정도도 딱 좋았고 바지락의 감칠맛과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에 페페론치노 대신 들어간 땡초의 매콤함까지 더해 정말 정말 맛있었다.
파스타는 맥주와 함께 먹어야 한다며 잔을 꺼내 들었다.
역시 이 맛이야!
처음엔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던 남편이 오일에 볶아진 짭짤한 마늘과 바지락을 맥주와 먹어보더니 말했다.
"이거 술안주로 괜찮겠는데..."
파스타 넣기 전 단계인 바지락 볶음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지 다음에 다시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며칠 후 남편은 일을 일찍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면서 바지락을 사 가지고 다시 한번 봉골레를만들어 주었다.
바다의 향을 품은 바지락의 감칠맛과 매콤하게 볶아진 항정살의 고소함이 한데 어우러져 두 안주가 기가 막히게 콜라보를 이루고 있다.소주 안주로 완전 딱이다!
입안에 가득한 기분 좋은 기름기가 2차의 맥주를 부른다.
이렇게 또 하나의 술안주가 우리 집 메뉴 리스트에 올랐다.
평소 아침 식사로 남편은 삶은 달걀과 귀리를 먹는다.
가게로 출근해서는 30년 가까이 먹어 온 단골 식당의 백반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술자리가 없는 저녁에는 또 삶은 달걀과 귀리를 먹었다.
우리 집에서 안주를 담당한다는 것은 요리의 대부분을 한다는 뜻이다. 좀 미안해진 나는 남편에게 나도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는 음식 하는 걸 싫어하고 어려워하지만 자기는 쉽게 할 수 있고 가족들이 잘 먹어주는 게 좋으니까 남편이 하는 게 맞다고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