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선 Dec 20. 2020

론다의 새벽 풍경

혼자 걸어 좋은 길


론다의 새벽

새벽의 론다의 모습이 보고 싶어  일찍 잠에서 깨었다. 옆에서 자고 있는 딸이 깰까 조심스레 객실을 나왔다. 얼마나 걸을 거라고 팔목, 발목을 돌리고 스트레칭도 열심히 하고는 호텔을 나서고 보니 밖은 아직도 어둑어둑하다.


전날 누에보 다리를 보고 느꼈던 감동을 잊지 못해 다시  포인트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아직 꺼지지 않은 가로등 조명 덕분에 누에보 다리의 모습은 여전히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 모습을 여유 있게 감상하며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로 갔다.


거리에는 단 한 명의 사람도 없었다. 오직 나 혼자만의 세상이다. 뭐라 표현하기 힘든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사실 좀 무서운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한 기분이었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윌 스미스처럼 아무도 없이 모두 사라진 세계에 홀로 남아 있는 것 같아서였을까. 뭐랄까 마치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 속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을 외곽으로 가다가 보니 어제는 막혀 있던 뷰 포인트 출입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출입 금지 표지판은 그대로  있었지만 호기심에 살짝 들어가 보았다. 왜 출입 금지인지 궁금해서 잠시만 보고 나올 생각이었다. 한참을 내려가도 돌계단으로 된 길은 별 이상이 없다. 괜찮은 것 같은데 왜 못 들어가게 하는 거지? 조금 더 내려가니 전기 배선과 손질된 나무 판으로  발판을 만드는 작업하던 흔적이 보였다. 누에보 다리의 야경도 더 편하게 볼 수 있게 보수 작업을 하는 것 다. 성수기를 대비해서 지금처럼 비수기에 공사하는 걸까?  다음에 오는 사람들은 제대로 전망을 볼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다.


새벽이라 공사하는 사람도 없었고 이미 많이 걸어 내려온 터라 내친김에 마지막 뷰 포인트까지 마저 내려갔다. 역시 원래 포인트라 그런지 낮에 보았던 것보다 누에보 다리를 훨씬 더 잘 볼 수 있는 위치였다. 이제는 조금씩 밝아오는 새벽빛에 의지해 누에보 다리와 그 위의 론다 시가지 모습을 올려다보았다.


맙소사! 이런 풍경을 마주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누에보 다리 아래 깊은 협곡은 새벽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있어 더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낮에 보았을 때의 누에보 다리는 뭔가 성채나 요새를 보는 듯 장엄한 느낌이라면 새벽 안갯속에 솟아있는 다리와 론다의 모습은 '반지의 제왕'같은 판타지 영화 속 도시를 보는 것만 같았다. 아스라이 사라질 듯 신기루 같기도 하다. 나는 어쩌면 금지된 문을 열어 환상으로 가득 찬 비밀의 정원에 들어와 버린 걸까. 눈을 뜨고 꿈을 꾸는 것 같은 순간이다.


사진을 찍었지만 모종의 사고로 지금은 남아있지 않아 너무 아쉽다. 하지만 어차피 이 모습을 담아내지 못했을 테니 상관이 없을 것 같다. 




그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주었던 전망 포인트 길도 이제는 완성되어 있겠지.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아직 사용되는 일도 거의 없겠다. 다음에 내가 되었던 우리 가족이 되었던, 아니면 누구라도 론다에 머무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은 새벽의 론다를 보러 나가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때 내가 느꼈던 완전한 자유로움과 신비한 경험을 만나보길 바란다.


반대편 쿠엔카 전망대에서 보는 누에보 다리

※사진 출처 : pixabay

이전 08화 절벽 위의 도시 론다를 만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