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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 목동의 낭만

by 청사

아랍에미리트에는 환상이 있다. 그것은 낭만적으로 이야기해야 어울린다. 황량한 들판에서 밤하늘을 응시하는 목동이 품고 있는 희망의 별이 외로움을 치유하고 밝고 즐겁게 하는 메시아의 계시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별은 평범한 백성이라는 신분으로도 조우할 수 있는 존재임이 틀림없다. 상상 속에서 그렸던 사막에서 불어오고 있는 향기는 매우 건조하고 무감각했지만 빨아들이는 힘이 있었다. 머리와 얼굴을 가린 검은 옷과 하얀 옷을 입고 삶을 살아가는 이슬람(al-islām)의 세계가 들어왔다. 발아래부터 머리까지 포근하게 감싼 그들의 눈에는 밝은 빛을 내는 목동의 별이 또렷하게 있었다.

이슬람에서 믿는 알라는 누구일까? 알라(Allah)는 알(al, the)과 일라(illah, God)가 합쳐진 아랍어로 이슬람이 믿는 유일신(唯一神)을 의미한다. 무슬림은 알라가 모든 만물의 창조주이고 유일한 신이며, 무함마드를 마지막 예언자로 믿는 아브라함 계통 종교를 섬기는 유일신 야훼(Yahweh)를 칭할 때 모두 알라라고 한다. 이슬람의 경전인 쿠란(Quran)은 유일신 알라가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예언자 무함마드(Muhammad)에게 전달한 계시를 기록한 것이다. 무슬림은 쿠란을 알라의 직접적인 말씀으로서, 개인의 평화뿐만 아니라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이웃에게 선행을 베푸는 삶을 강조하며, 삶 이후에 심판을 받아 천국이나 지옥으로 가며, 신과의 소통을 위해서 예배 때 쿠란을 아랍어로 낭송해야 한다.

이슬람은 7세기경 무함마드가 사우디 아라비아의 메카(Mecca)에서 시작한 종교이다. 메카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주의 수도이며 이슬람 제1의 성지이다. 이슬람은 회교(回敎)라고도 하며, 알라에게 복종하고 유일신으로 믿으며, 신의 사도로서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알라의 계시를 받은 후 창시했다. 당시 아라비아 반도는 유대교와 기독교가 전파되었고, 기존의 우상 숭배에서 벗어나려는 바람이 이슬람을 탄생시켰다.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Muslim)은 ‘절대 순종하는 이’라는 뜻이다. 무함마드 사후 할리파(khalifa)를 선출하여 종교와 정치 권위를 위임했다. 종교적 계급이 없으며, 포교를 위해서 세금을 감면해 주고, 종족 차별 없이 정복지의 주민들에게 관용을 베풀고 평등하게 대우했다. 그리고 이집트, 페르시아 등을 정복하여 이슬람 제국으로 발전했다.

이슬람권이나 UAE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종파는 수니파(Sunni)이다. 수니파는 아랍어로 ‘순나(Sunnah)를 따르는 자’를 뜻한다. 순나는 무함마드의 가르침을 신봉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함마드가 계시를 받아 기록한 쿠란은 이슬람의 주요 원리와 교리로서 암송되고 있다. 쿠란(Quran)은 각 구절을 구성하는 114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니파는 이슬람 공동체를 구성하고 쿠란과 순나를 가장 중요하게 따르는 무슬림 집단이며 신자집단이다. 그리고 무함마드의 가르침과 권위를 이어받은 역대 할리파들을 합법적 지도자로 인정하며, 공동체와 평등을 강조한다. 할리파는 아랍어로 뒤를 따르는 자, 계승자, 대리인을 뜻하며, 이슬람 공동체의 최고 지도자이자 최고 종교 권위자를 칭한다.

할리파는 이슬람 제국(帝國)의 주권자이며 세속적으로는 술탄(Sultan)이라고도 한다. 그들은 쿠란을 편찬하는 임무를 맡고 믿음을 전도하는 진정한 신자로 인식되어 존경을 받는다. 그리고 이슬람 국가와 공동체의 정치적·종교적 지도자 역할을 한다. 수니파에는 공식적인 계층 구조가 없으며, 연구를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슬람 율법(Sharia) 또는 이슬람 신학(aqida) 학자가 지도자로 활동한다. 금요일 정오 이슬람 예배당을 의미하는 모스크(mosque) 예배는 설교하는 지도자 카팁(Khatib)이 인도한다. 세계적으로 무슬림은 약 16억 2천만 명이며, 그중 수니파는 85-90% 정도로 추정된다. 수니파가 주류인 이슬람 국가로는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이집트, 레바논,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이다. 수니파는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연합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UAE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수니파는 무슬림이 다른 종교로 개종하는 것을 불법으로 여겨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히잡이나 부르카, 칸두라 등의 착용은 의무가 아니며 개인적이며 종교적인 신념에 의한 것이다. 그런 전통복장을 하는 것은 특권 의식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국적을 가진 국민들이 선호하고 있다. 그리고 UAE 내에서는 다른 종교를 믿을 수 있는 종교적 자유를 허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힌두교 사원, 교회, 시나고그(synagogue; 유대교의 회당) 등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슬람 율법을 따르고 있어 음란행위, 동성애, 음주가무 등을 제한하고 있다. 2020년부터 주류 판매가 허가된 식당이나 판매점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건물 외부에서 음주를 하거나 술을 들고 다니거나, 술에 취한 채 돌아다니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니파 다음가는 규모의 이슬람 종파는 시아파다. 시아파(Shia)는, 무함마드가 자신의 사촌 동생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Alī ibn Abī Ṭālib)를 자신의 후계자 할리파(Khalifa)이자 무슬림 공동체의 영적 지도자 이맘(imam)으로 지명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시아파는, 탈리브의 지위가 사키파 회의에서 아부 바크르 아스시디크(Abū Bakr ‘Abdallāh bin Abī Quḥāfah aṣ-Ṣiddīq, 632년-634년)를 제1대 정통 할리파로 임명하면서 사라지게 되었다고 인식하고 있다. 시아파는 전 세계 무슬림의 약 1억 5천만-2억 명으로 10-13%를 차지하고 있다. 시아파의 주요 분파는 이맘파, 이스마일파, 자이드파 등이다. 시아파 무슬림은 이란, 이라크, 아제르바이잔 등에서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그중에서 이란은 시아파 이슬람이 법률과 통치 체제의 기반을 형성하는 유일한 국가이다. 시아파 공동체는 바레인, 레바논, 쿠웨이트, 튀르키예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아프가니스탄 및 인도 아대륙에서도 존재한다.

수니파와 시아파의 차이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정당한 계승자에 대한 견해 차이에 근거하고 있다. 수니파는 무함마드가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았으며, 다만 사키파 회의에서 아부 바크르 아스시디크를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본다. 반면 시아파는 무함마드가 자신의 사촌 동생이자 사위인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를 후계자로 세웠다고 본다. 그런 견해 차이는 아들이 없던 무함마드의 계승자를 누구로 보느냐에 의해 발생된 것이다. 결정적으로 수니파는 아부 바크르 아스시디크와 역대 할리파를 계승자로 여기는 반면,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를 계승자로 여긴다. 수니파와 시아파는 같은 이슬람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할리파에 대한 견해자이로 신학과 법률을 포함해 더 광범위한 정치적 이슈와 갈등을 낳고 있다.

이슬람의 전통과 문화는 왕의 이름에서 잘 나타났다. 현재 아부다비의 국왕이며 UAE의 대통령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히얀(Muhammad bin Zayed Al Nahyan)이라는 이름은 다양한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무함마드(Muhammad)는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빈(bin)은 '누구의 아들'이라는 의미이고, 자이드(Zayed)는 성장을 의미한다. 알(Al)은 명사 앞에 붙은 정관사이고, 나히얀(Nahyan)은 '나히얀 가문'을 뜻한다. 따라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히얀'은 '성장하는 자이드의 아들 무함마드이며 나히얀 가문 출신'이라는 뜻이다. 이름의 순서는 일반적으로 개인 이름, 아버지 이름, 가문의 이름 등의 순서로 이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이름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 소원, 가족, 가문 등의 정통성의 계승과 세습의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이슬람의 종교적 전통과 정치적·경제적 특징을 가진 국가로서 아랍에미리트 왕국은 지대국가라는 특징이 있다. 지대국가는 석유와 가스와 같은 천연자원으로 창출한 부를 국가발전을 추진하고 국민에게 무상으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를 지칭한다. 이 세계에는 그런 선물을 받는 국가와 국민이 다수 존재한다. 대체로 이슬람으로 알라를 믿고 있으며, 풍부한 석유자원으로 부를 쌓아 분배하고 누리고 있는 중동 산유국이다. UAE를 품에 안고 있는 시점에서 석유와 알라는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알라가 내린 선물인가?라는 우문을 해본다. 거기에는 석유가 창조해 내는 특혜를 부러워하고 있다는, 생존을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을 해온 뜨거운 감정이 내포되어 있음이 분명했다.

천연자원으로서 얻은 수익은 UAE를 지탱하고 발전시키며 국민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천으로 지대국가를 성립하게 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석유가 개발되기 이전의 산업은 어업과 지역특산품으로 생산된 진주산업이었다. 전통적으로 계승해 오던 진주 산업은 1920년대 일본이 진주 양식을 성공하면서 완전히 쇠락했다. 1930년대에는 대공황 여파로 돈 대신 대추야자를 화폐로 대용으로 할 정도로 극심한 경제난에 빠졌다. 그러나 1950년 중반 석유탐사가 시작되었고, 아부다비와 두바이에서 석유가 발견되면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두바이는 석유 자금으로 크리크 지역을 개발하여 중동의 중추적인 교역국가로서 성장했다. 그러나 아부다비에서는 할리파 빈 술탄 알 나히얀(Khalīfa bin Sultān Āl Nahyān)이 경제개발에 소극적이어서 석유자금이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어 발전의 기회를 잃고 있었다. 불만을 가진 동생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히얀(Zayed bin Sultan Al Nahyan)이 궁정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경제성장을 추진하였다.

UAE는 국적을 가진 국민들에게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른바 무상복지서비스정책으로 국민은 경제활동이나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 의료무상이며 국외의 치료비도 국가가 여비를 포함해 지원한다. 교육 무상으로 모든 학교의 수업료와 유학비용도 국가가 지원한다. 국민들은 국가공무원이 되기를 원하고, 연방 고급공무원의 임금은 월등히 높으며, 아침 7-8시부터 근무하고 3시에 퇴근한다. 여름에는 한 달간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전기료, 수도요금, 가솔린 비도 매우 저렴하다.

왕토 사상에 기초해서 국민들은 토지를 소유할 수 없지만, 필요하면 국가로부터 무상으로 빌릴 수 있다. 집을 짓거나 건물을 지으려면 토지를 빌리고 자기 부담으로 건축하면 된다. 만약 결혼해서 집을 지으려고 하면 국가가 보조금을 지원한다. 주택대출금 이자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리고 급여소득, 사업소득, 투자이익 등 개인의 소득이 100% 비과세이기 때문에 소득세는 없다. 따라서 UAE 국적을 가진 국민은 생애를 통해서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그런 혜택은 자국민에게 한정된 것으로 외국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자국민과 외국인의 수도요금이나 전기요금이 다르다. 경제활동을 통해서 납세의무를 다하며 생존하고 있는 나에게, UAE는 오랜 세월 하늘을 보며 희망을 가졌던 목동의 꿈이 실현된 왕국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UAE에서 무슬림은 알라의 말씀인 쿠란과 무함마드가 말하고(Qaul), 행동하고(Fi'ul), 다른 사람의 행위를 묵인한(Taqreer) 내용을 기록한 하디스(Hadith)에 나오는 원칙과 원리에 기초한 이슬람의 율법 샤리아(Shariah))에 따른다. 한 남성이 최대 4명의 부인을 둘 수 있는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고 있고, 마흐르(Mahr) 제도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마흐르는 쿠란의 가르침에 따라 신랑이 결혼할 때 신부에게 돈, 물품, 보석, 가정용품, 가구, 주거, 토지 등을 주는 혼인지참금을 의미한다. 마흐르는 결혼 시 서명하는 혼인 계약서에 명시되고, 아내의 종교적 권리이며, 사망, 이혼 또는 기타 비상 상황에 대비해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다. 부부 재산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결혼 전 남자의 재산과 결혼 후 얻은 재산은 이혼해도 남자의 재산이 된다. 종교적 관습으로 마흐로 제도는 이슬람권에 결혼, 남자, 여자, 가정, 세습 등에 영향을 주고 있는 독특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UAE 인구는 특수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전통적으로 국적을 가진 소수의 국민과, 경제개발과 사회발전, 사회인프라 등을 담당하는 다수의 외국인으로 구성된다. 1970년대 이후 아시아로부터의 노동자가 급속하게 대거 유입되면서 1980년대 인구는 100만 명을 넘었다. 2025년 6월 기준 UAE의 총인구는 약 1,135만 명이며, 이 중 UAE 국적을 가진 자국민은 약 11.9%로 100만 명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시민권을 가진 약 110만 명 정도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영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지배계급이다. 엄격한 이민법 때문에 귀화자는 거의 없다. 형식상 20년 이상 거주하고, 아랍어에 능통하며, 품성이 좋으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UAE에서 태어났거나 몇 대째 살고 있어도 시민권을 받은 외국인은 거의 없으며 그들은 노동계급을 구성하고 있다. 그처럼 UAE에는 시민권을 가진 자는 내국인 지배계급과 사회 각 영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노동계급으로 양분되어 있다.

다양한 문명과 문화가 있는 UAE는 땅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석유로 얻은 재정을 통해서 국가를 통치하고 국민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천혜를 받은 국가이다. 석유 수익은 국가를 운영하는데 그리고 국민을 다스리는데 절대적인 요소가 되었다. UAE 예산은 아부다비 80%, 두바이 10%, 나머지 10%는 UAE 정부가 세수로 충당하고 있으며, 나머지 5개 토후국의 예산출자는 없다. 사실상 아부다비가 북부 5개 토후국을 지원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석유 수익은 석유를 생산하는 토후국의 국고에 들어가기 때문에, 연방의 직접적인 석유 수익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UAE의 중심축인 아부다비와 두바이는 석유 달러에 힘입어 경제적으로 급속한 발전을 이뤘고, 생활 수준이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중동지역의 경제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국가와 국민의 운명, 왕과 왕국의 운명은 석유 자원에 의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UAE의 국가와 아미르가 지배하는 왕국을 통치하는 수단으로써 가장 큰 역할과 기능을 하는 것이 석유자금이기 때문에, 만약 석유가 생산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간단하게 말하면, 국가와 왕국의 존망과 연결되어 대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석유가 국가와 국민을 존립하게 하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UAE의 석유 매장량은 약 1,070억 배럴로 알려졌다. 아부다비는 그중에서 94%인 920억 배럴(920억 Bbl)을 보유하고 있다. UAE의 원유 매장량은 세계 5위이며, 세계 석유 시장에서 주요 공급국가 중 하나이다. UAE의 석유 가채 년은 특정하기 어렵지만 약 90년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현시점에서 나는 앞으로 90년 후 UAE의 상황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날이 가까워지거나 그날이 온다면 왕국과 왕, 국민은 어떻게 될지?

두바이 공항을 내리면서 희망과 우려라는 상반된 마음이 생겼다. 동시에 UAE를 상징하는 히잡이나 부르카, 이슬람, 칸두라, 왕국, 마흐르제도, 지대국가 등 계승하고 지켜오고 있는 문명에는 큰 행복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들었다. 전통을 등한시하며 잃고도 무감각하고, 미개라는 딱지를 붙여 비판하고, 저발전이라고 불안하게 인식하는 언설과는 분명히 다른 깊이 있는 진한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더욱이 왕국의 석유 자원의 고갈이라는 근미래에 대한 우려나 걱정보다는 대왕고래 탐사의 실패나 석유 한 방울도 나지 않는 국가에서 생존하고 있는 나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만약 지대국가에서 태어나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라는 환상에 젖은 채, 옆에 앉은 유일한 아내의 얼굴을 물끄러미 봤다. 숙박할 베르사체 호텔 입구에서, 내려앉은 밤기운을 들이키자 훅하며 호흡이 멈췄다. 아마도 알라딘(Aladdin)의 요술 램프가 가져다준 낭만의 쉼표이거나 파랗게 멍든 목동의 별이 발하는 깨움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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