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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 왕의 별

by 청사

아랍에미리트에는 별이 있다. 그 별은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꿈을 가져다주는 환희로 이야기해야 어울린다. 왕, 공주, 왕자 등이 있어 천지의 중심에 있고, 별처럼 동경하고 칭송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거대하고 웅장한 별의 궁전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올라가려는 욕망이나 내려가지 않으려는 우려가 의미가 없는 아주 신분이 두터운 세계이다. 두바이 공항에 내리자, 사막이 아니라 화려한 도시가 있었고, 뜨거운 열기가 있었고, 범접하기 어려운 감성이 있었다. 거기에는 저 멀리 높은 하늘에 떠 어둠을 태워 반짝이는 별과 같은, 우주의 기운을 담아 지상 위에 앉아 인간계를 내려다보는 별을 닮은 왕이 있다.

감성을 억제하고 서사에 가까운 형식으로 걸음을 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아랍에미리트(United Arab Emirates ; 이하 UAE로 칭함)는 축구시합을 통해서 알게 된 중동 어느 국가, 메스 미디어를 통해서 전해지는 왕국, 중동지역분쟁 속에 있는 어느 슬픈 국민, 세계에서 최고로 높은 빌딩 부르즈 할리파(Bruj Khalifa)가 있는 돌출된 이미지, 거리감이 있는 이슬람(Islam) 문명, 석유로 돈을 쌓는 왕 등으로 인식했다. 더불어 히잡(hijab)과 부르카(Burqa), 칸두라(Kandura), 아브라함이 계시를 받은 무더운 달을 의미하는 라마단(Ramadan), 진한 수염으로 무장한 이목구비, 사막과 낙타 등과 같은 전통이 있는 문화가 연상되었다. 그리고 가끔 큰 아이 친구의 남자친구가 두바이에 파견되어 전해져 들은 이야기, 그곳은 천지개벽하고 있는 곳이지만 매우 더워 근무하기 어렵다는 등 생활환경이 특이한 곳으로 인식했다. 그 정도의 정보면 그럭저럭 일주일은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직면하니 UAE는 머릿속을 깊고 넓은 수렁으로 빠트려버렸다. 스무고개 하는 것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지의 세계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국가명에 연합(United)은 지역을 통치하는 왕들이 연합한 왕국을 의미했다. 아랍(Arab)은 고대 히브리어에서 사막을 의미하는 아라브(Arav)에서 유래한 후 아라비아 반도에 사는 유목민을 지칭하였고, 아랍어를 사용하고, 이슬람을 믿으며, 스스로 아랍민족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지칭하는 문화적 의미로 확장된 것이다. 에미리트(Emirates)는 토후국(土侯國)을 의미하고 아미르(amīr 또는 emir)가 다스리는 지역을 의미했다. 아미르는 아랍어로 왕 또는 지도자를 뜻하며 각 토후국을 다스리는 군주나 통치자를 지칭했다. 왕과 같은 지도자를 의미하는 용어는 전통적으로 토후국을 통치하는 아미르, 이슬람 세계에서 세습 군주제로 통치하는 국가 또는 지역의 군주를 의미하는 술탄(Sultan), 그리고 아랍 수장이나 족장을 의미하는 셰이크(Shaikh) 등이 있다. 아랍에미리트(United Arab Emirates, UAE)는 이슬람문화를 공유하고 왕이 지배하는 토후국의 연합이다. 21세기 광속의 과학혁명과 급변하는 문명이 진행되고 있는 이 시대에, 불가사의하게 왕국 간의 연합으로 왕의 왕이 공존하고 있는 이상한 나라였다.

지리적으로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오만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이란과 카타르와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있다. 페르시아만 연안의 무산담 반도(Musandam Peninsula)는 오만의 월경지이고, UAE 내부에 있는 도시 마다(مدحاء)는 아랍에미리트의 월경지이며, 그 안에 있는 나흐와(النحوة)는 UAE의 샤르자 토후국의 월경지이다. 그런 이유로 월경지를 출입하는 데는 여권 없이 왕래할 수 있다. 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은 아부다비 67,340㎢, 두바이 4,114㎢, 샤르자 2,590㎢, 라스 알카이마 1,684㎢, 알 푸자이라 1,166㎢, 알쿠와인 755㎢, 아지만 259㎢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면적은 8만 3,600㎢로 한반도의 3분의 1 정도 크기이다. 그중 아부다비는 가장 넓은 토지와 영향력을 갖고 있어 수도가 되었다. UAE에는 아부다비에 있는 자이드 국제공항(Zayed International Airport)과 두바이에 있는 두바이 국제공항(Dubai International Airport)이 있다.

이 지역에는 기원전 3,000년 전부터 사람이 거주했다. 7세기에는 이슬람제국, 오스만과 토르코제국,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의 지배를 받았다. 17세기 이후 아라비아반도 남부에 이주한 부족이 근대국가 형태를 띠고 있는 현재 UAE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국민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이 지역에는 절대적 권력을 가진 아미르가 각 토후국을 통치하고 지배하면서 난립하였고 동시에 서로 대립하였다. 그중에서 카시미 왕조(Shah Mir Dynasty)는 페르시아만 하류의 해상을 강력하게 지배했다. 그리고 히나위(Hinawi)연합의 알 부 사이드 왕조(Āl Bū Saʿīd Dynasty)는 내륙을 확고하게 지배하면서 카시미 왕조의 해상 지배에 도전하여 대립구도가 만들어졌다.

한편 인도로 향하는 해상항로를 개척하려 했던 영국은 1798년 카시미 왕조와 대립하고 있던 알 부 사이드 왕조와 협력 조약을 체결했다. 현재 오만을 지배하고 있는 알 부 사이드 왕조(Āl Bū Saʿīd dynasty)와 카시미 왕조 사이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카시미 왕조와 영국 간의 충돌도 빈번해졌다. 결국 영국군은 카시미 왕조와 그 동맹군을 해적 행위로 규정하여 공격했다. 1819년 영국은, UAE의 라스 알 카이마(Ra'sal-Khaymah)와 샤르자(al-Shāriqa)를 지배하면서 해안 일대의 해적 활동으로 악명이 높았던 카시미 왕조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였고, 1820년 페르시아만에 접한 이 지역의 해상세력과 휴전하는 오만협정을 맺었다.

1835년 영국은 안전한 항해와 해적으로부터 방어를 유지하기 위해서 토후국과 ‘영속적인 항해상의 휴전에 관 조약’ 즉 휴전협정을 다시 맺었다. 휴전협정으로 영국은 이 지역을 확실하게 지배하게 되었다. 그리고 영국의 보호를 받게 된 토후국들은 어떤 세력에게도 영토를 할양하지 않으며, 조약도 맺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분쟁은 영국이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영국은 트루셜(Trucial) 해안 일대를 보호했지만 식민지화하지 않고, 각 왕조가 스스로 통치하도록 하였다. Trucial이라는 용어는 1835년 영국이 아랍 수장이나 족장을 의미하는 셰이크(shaikh)들과 맺은 휴전 조약에 따라 지배하고 보호하던 지역을 휴전국(Trucial States)이라고 칭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1835년 해상협정 후 1947년까지 영국령 인도 당국이 관리하다가 인도의 독립 이후에는 영국 외무부가 관리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은 지배해 오던 식민지가 독립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제국주의적 영향력이 약화되었을 뿐 아니라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힘을 발휘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그리하여 영국은 1971년 바레인, 카타르, 그리고 휴전국들(Trucial States)을 포기하기로 하면서, 1971년 12월 2일 휴전국으로 불리던 아부다비, 두바이, 아지만, 알 푸자이라, 샤르자, 알쿠와인 등 6개 토후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연합하여 아랍에미리트 (United Arab Emirates)라고 칭했다. 1972년 2월 10일 라스 알 카이마( رأس الخيمة)토후국이 연합에 합류하면서 7개 토후국의 연방국이 되었다. 현재 UAE는 12월 2일을 국경일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연합국, 아랍 토후국 연합, 통칭 UAE는 중앙 집권적 국가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토지를 바탕으로 형성된 각 토후국의 아미르가 독립하여 자신의 토후국을 지배하는 절대군주제에 기초하여 통치한다. 현행 연방헌법은 1971년 잠정헌법으로 공표되었고 1996년에 항구화됐다. 정치적으로는 대통령제를 실행하고 있지만, 각 토후국에는 통치하는 왕이 존재하는 왕국이다. 토후국 중 가장 부유한 아부다비의 아미르이자 셰이크인 자이드 빈 술탄 나히얀(Zayed bin Sultan Al Nahyan)이 UAE의 초대 대통령이 되었고, 이어서 할리파 빈 자이드 빈 알 나히얀(Khalifa bin Zayed Al Nahyan)이 두 번째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할리파 대통령은 금융위기에 처했던 두바이의 부채 상환을 돕기 위해 100억 달러를 지원해주기도 했다. 할리파 대통령을 칭송하기 위해서 두바이에 있는 세계최고층 건물을 ‘브르주 할리파’(Bruj Khalifa)라고 명명했다. 현재 아부다비 출신의 3대 대통령은 2022년에 재임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히얀(Mohammad bin Zayed Al Nahyan)이다. 그의 주요 직책은 아부다비 토후국 아미르, 제3대 UAE 대통령, UAE군 총사령관이다. 그는 아부다비의 2대 국왕인 할리파 빈 자이드 알 나히얀(Khalifa bin Zayed Al Nahyan)의 동생이며, 세계적인 부호로 알려진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Mansour bin Zayed Al Nahyan)의 형이다. 영국으로부터 독립된 이후 대통령이 된 3명 모두 아부다비의 아미르 출신이다.

연방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연방최고평의회(FSC: Federal Supreme Council)는 7개 아미르로 구성되어 있다. 의결은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포함한 5개 아미르의 찬성이 필요하다. 헌법규정에 의하면, 국가원수인 대통령과 총리를 겸하는 부통령은 FSC에서 선출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 아부다비의 아미르 나히얀 가문이 대통령을, 두바이를 지배하는 아미르 막통(Āl Maktūm) 가문이 부통령을 세습하는 것이 관례화됐다. 각료평의회 평의원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의회는 일원제의 연방국민평의회이며, 의원은 선거로 선출되는 20명과, 연방을 구성하는 각 아미르가 임명하는 20명 등 총 40명으로 구성되고, 임기는 4년이다.

국적을 가진 일반 국민은 국가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권이 없었지만, 2005년 연방국민평의회 정수의 50%에 대해서 참정권을 인정하였고, 2006년 연방국민평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최초로 실시되었다. 그러나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유권자는 UAE 국적을 가진 국민 중에서 각 아미르가 선출한 약 2,000여 명으로 한정되어 있다. 토후국의 왕이 전권을 가지고 통치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국가의 통치행위, 정치행위와 경제행위 등이 특정계습에 의해서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년 여성 9명이 의회에 진출했고, 현재 UAE 의회 의석수 50%는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은 중동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치이다. 그런 점에서 남녀 간의 정치적 차별이 낮으며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한 국가이다.

국가나 토후국을 지배하는 왕은 가능한 한 석유 수입을 늘려 지배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특히 UAE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는 아부다비는 여전히 석유를 생산하고 있어 오일 머니에 기초한 국가개발과 경제발전을 주도하고 있으며, 동시에 UAE에서 정치적·경제적 지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석유 수입을 획득하여 국민에게 분배하는 구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의문이 대두하고 있다. 따라서 산유 토후국은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토후국이 두바이이다. 이미 두바이는 석유가 고갈되어 두바이를 무역거점, 해운업, 물류업 등으로 활성화하고, 중동산업의 거점으로 조성하기 위해 경제특구로서 프리존(Free Zone)을 설정하였고, 각종 우대조치를 통해서 외국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UAE는 토후국에서 전통적인 군주제하에 실질적이며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왕이 통치하고 있으며, 동시에 국가체제를 갖추고 대통령제를 도입하여 탄생한 대통령이 통치한다. 전통적인 군주제와 근대적인 국가체제가 공존하고 있지만 군주로서 왕과 대통령으로서 왕이 세상의 주인으로 군림하고 있다. 왕은 세습, 권력, 통치, 지배 등을 걸쳐야 어울린다. 지위를 세습하여 권력을 갖고 국가를 통치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본지이다. 그렇기에 왕과 자유는 공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유는 지배하는 자가 주는 것이 아니라 지배받는 자가 느껴야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다. 현재 여기의 왕은 자유를 느끼게 하고 있는지, 하늘만큼의 권력을 갖고 자만하지는 않는지, 왕이 다스리는 신분 사회는 미개한 문명이 아닌지 등 의문투성이다. 천일야화(Arabian Nights)에서처럼 권선징악을 실천하는 정의가 구현되는, 마법의 양탄자가 되어 행복을 나르는, 백성이 자유를 누리는 왕의 별이 빛나는 삶이 있다면, 이번에 꼭 체험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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