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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Mar 15. 2024

난 꿈속에서 드론이었나?

- 다시,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고 싶다고요!

언제부턴가 꿈을 꾸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다.

수면의 질이 나빠져서, 여러 번 깼다가 잠들기를 반복하다 보니 깊은 잠을 못 자서 그런가?

지금은 노화의 과정이려니 하고 괴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잠자리에 들 때 휴대폰을 휴대한다.

그냥 누워서 잠을 청하면, 잠 못 들고 그냥 아침이 올 수도 있다.

좀 긴 시간짜리 유튜브를 켜서 휴대폰을 엎어두고 수면 자세를 잡는다.

자연스럽게 잠들었다가 깨기를 서너 번 반복하면 아침이다.




이건 마치 드론의 시선이라고나 할까?

개울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가며 평화로운 마을의 색채를 감상하고,

한옥 식당의 지붕과 담장 안쪽까지 싹--훑어볼 수가 있었다.

그 집 마당의 구조,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 두런두런 사람들의 음성까지 지원되는 날으는 꿈!


하늘을 바다처럼 유영하는 나.

허공에서 이동하는 꿈.

가고 싶은 데를 물속에서 수영하듯 이동한다. 영법은 주로 평영이다.

다정한 바람을 가르고 여유 게 곳곳을 들여다보면서 여행하는 꿈!


친구 옆에서도 유령처럼 슥--떠다님.

서있는 자세로 떠다닐 수도 있다. 절대로 땅밟지 않는다.

친구는 걷고 나는 그 옆에서 같은 속도를 유지하되 걷지 않고 땅에서 살짝 떠서 슥--간다.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자유롭다.

슥--떠서 가면 된다.


고층 건물의 옥상에도 그렇게 오른다.

공중에 얽힌 전깃줄도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걸림이 없다.




꿈을 꿀 때의 기분은 정말 환상적이다.

완전한 자유, 제 삼자의 시선, 평화롭고 안정된 자연, 인간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존재의 우월감.


해몽가나 심리학자들은 날으는 꿈의 의미를 '뭐라 뭐라' 하겠지만 난 그냥 기분 좋은 꿈을 깨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 꿈을 깨고 나면 다시 그 꿈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진다.


몹시 섭섭하게도 난 이제 날으는 꿈을 꾸지 않는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날으는 꿈이 얼마나 아쉬운지 모른다.


꿈마저도 나이를 차별하는가?

내 나이가 많아졌다는 것 말고는 딱히 달라진 게 없는데 왜 날으는 꿈이 안 꾸어질까나?

얼마 전 친한 동생이 내게 자랑을 했다.


"언니! 나 어제 하늘을 나는 꿈 꿨어!"

내 귀에 대고 큰소리로 자랑질하는 젊은 동생이 대책 없이 부럽기만 했다.


혹시 여러분도 날으는 꿈을 기다리십니까?

어젯밤에 꿨습니까?

부럽습니다!




*제목 부분 사진 ;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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