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수분 Mar 01. 2024

<플랜 75>

- 65세로 낮출 계획을 검토 중입니다.

일본영화 15세 이상, 113분

개봉 2024.02.07

감독 하야카와 치에


미치/ 78세 여성은퇴자

히로무/ 시청직원

요코/ 콜센터직원

마리아/ 필리핀 이주노동자


영화는 일본의 젊은이가 고령자를 살해하고 자신도 총기자살하는 화면으로 시작된다.

범인은 이마에 카메라를 달고 "고령자를 부양하느라 젊은이가 불행해진다" 고 절규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화면 가득 총성이 울렸다.




<미치의 처지>

"모시모시"

미치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젊은 여성의 전화응대하고 있다.


미치는 호텔룸메이드로 일하고 있었다.

같은 또래 친한 동료가 근무 중 쓰러져 사망했다.

그 일 때문에 고령의 동료들과 함께 해고를 당했다.

미치는 여기저기 일자리를 찾다가 실패하고 무료급식을 받아먹는 경험을 했다.

미치는 독신으로 살고 있었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친구를 찾아갔다가 친구가 고독사한 광경을 목격했다.


미치는 검진차 방문했던 병원에서 플랜 75 홍보영상을 보았다.

시청에 가서 접수를 하고 위로금 10만 엔을 받았다.


플랜 75 콜센터 직원이 주기적으로 미치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상담은 15분으로 정해져 있다.

미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요코를 직접 만나고 싶었다.

규칙을 어기고 미치와 요코는 직접 만났다.

미치에게는 크게 위로가 되는 만남이었다.

미치는 시간을 함께 보내준 요코에게 돈을 지불했다.


약속된 죽음의 시간이 다.

미치는 주변을 정리하고 죽는 곳으로 갔다.

침대에 누워 죽을 준비를 하는 동안 옆침대를 보았다.

커튼사이로 남자노인이 가스호흡기를 쓰고 죽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미치는 죽는 중간에 스스로 가스호흡기를 떼고 도망쳐 나왔다.




<히로무의 처지>

"삼촌"

플랜 75 접수처에 찾아온 노인을 보고 히로무가 이렇게 불렀다.

얼마 전 무료급식소에서 스쳤을 때 낯이 익은 얼굴이라고 생각했었다. 

히로무가 노인에게 자신을 소개하자 노인도 그가 조카인 줄 알아보았다.

히로무는, 친척을 직접 맡을 수 없는 규정에 따라 동료에게 삼촌의 일을 넘겼다.


히로무는 20대 시청직원이다.

담당업무는 플랜 75 사업홍보, 접수등.

죽음을 자원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친절하고 자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플랜 75> 사업은 75세가 넘는 노인중 희망자에게 국가가 죽음을 지원해 주는 무료서비스사업이다. 희망자가 접수를 마치면 위로금 10만 엔을 받고, 좋은 곳에 구경 가고, 맛난 거 먹고,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곳으로 가서 죽으면 된다. 희망자가 원치 않으면 언제라도 중단할 수 있다.


이 사업엔 여러 기업이 참여하고 특히 환경업체가 연계돼 있었다.

히로무는 이점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자료를 들여다보니, 합동장례를 선택하고 죽은 사람들의 유골이 쓰레기로 처리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삼촌의 시신도 그렇게 처리된다는 알고, 미치의 옆침대에서 죽은 삼촌의 시신을 빼돌린다. 화장장이 고장 나서 바로 화장을 못하고, 히로무는 삼촌의 시신을 차에 싣고 헤매게 된다.




<요코의 입장>

"모시모시"

요코는 미치에게 전화를 걸어 다정한 목소리로 응대하고 15분간 이야기를 들어준다.


요코는 플랜 75 사업과 연결된 콜센터 직원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노인들에게 주기적으로 전화를 한다.

대화가 그리운 죽음 지원자들은, 콜센터 직원의 온화한 목소리에 자신들의 지나온 생을 모두 털어놓고 싶다.


콜센터 직원의 중요한 임무는 죽음 지원자들이 마음을 돌리지 않도록, 꼭 죽도록, 친절하게 독려하는 일이다.

요코는 치를 직접 만나서 시간을 함께 보내고 그녀에게 연민을 갖게 된다.

미치와 마지막 통화를 할 때 울먹이며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마리아의 처지>

필리핀에서 일본으로 돈 벌러 온 마리아.

요양원 같은 곳에서 일하고 급여를 필리핀으로 보낸다.

딸의 심장병 수술을 위해 큰돈이 필요한 마리아는 필리핀 교인의 소개로 일자리를 옮긴다.

플랜 75 사업에 따른 시신수습과 죽은 사람의 유품을 처리하는 일이다.

일본인 남자 동료와 서로 묵인하에 유품 속에서 귀금속, 현금 등을 챙기기도 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친절하고 담담한 톤을 유지한다.

미치와 히로무의 심경변화가 그나마 긴장을 표현하는 대목이다.


미치는 스스로 결심했던 죽음을 포기하고 살아 나왔다.

히로무는 삼촌의 시신을 빼내서 차에 싣고 다닌다.


두 사람의 선택의 의미는 뭔가?

인간의 본능적인 삶의 의지?  

혈육의 마지막을 도의적으로 수습하려는 책임감?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결말이라 다시 막막해졌다.

어떤 정답도 나올 수 없는 무거운 숙제다.


영화를 본 지 2주가 지났다.

영화가 끝날 때쯤, 뉴스를 전달하던 아나운서의 낭랑한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플랜 75 사업의 성공적인 결실로 1조 엔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거뒀으며, 정부는 사업대상 연령을 65세로 낮출계획을 검토 중입니다."




오래전 SF영화는 이제 현실이 되었다.

영화와 현실의 시차는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다.

내가 세상에 올 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가 기한을 정하고 준비하는 죽음, 생각해 보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가슴 아래께가 서늘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꽃에게 신이 되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