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만추만색에 취함
일시 ; 2024. 11. 17
장소 ; 전주시 인후동 기린봉(271m)~중바위
코스 ; 아중체육공원~선린사~기린봉~동고산성~중바위(승암산) / 왕복 3.5Km
동행 ; 혼자
전주시 동쪽에 솟은 도심 속의 산 기린봉에 다녀왔다.
일요일 이른 아침, 다니러 왔던 아들을 기차역까지 배웅하고 산으로 향했다.
기린봉은 예전엔 자주 다녔지만 오늘은 참 오랜만에 발을 들였다.
전주 10경 중 제1 경이 '기린토월'이다.
기린봉 위로 떠오른 달의 풍경이 일품이라는데 난 눈여겨본 적은 없다.
기린봉은 전주의 사방신(四方神)중 우백호(右白虎)에 해당한다.
기린은 백호를 대신하는 네 가지 동물 중 하나라고 기린봉유래기에서 설명하고 있다.
만추의 풍경으로 단풍은 만발했고, 떡갈나무 잎은 이미 떨어져 온 산의 흙을 덮었다.
내가 산을 오를 땐 사람이 없어서 나 혼자인가 싶더니, 기린봉을 넘어 동고산성터를 지날 때쯤부터 몇몇 사람들을 만났다.
이 산은 제법 오르고, 산책하듯 걷고, 유적도 풍성하고, 바위도 번듯하여 의젓한 풍모를 갖추고 있다.
후백제의 견훤이 세운 동고산성(왕궁터)의 유적이 기린봉과 승암산사이의 분지에 조성돼 있다.
반반하게 복원한 건물지와 '전주성'이라고 쓰인 기와들이 출토되어 견훤성을 입증하고 있다.
우람하고 잘생긴 소나무들이 왕궁터를 지키고 서있는 모습을 보며, 난 눈을 가늘게 뜨고 천년이 넘는 세월을 한 번 가늠해 본다.
중바위, 승암산, 치명자산, 이름이 세 가지나 되는 이 봉우리에선 전주시내를 조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승암산은 전주의 사방신중 남주작(南朱雀)에 해당하며 천주교 성지가 이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도심의 산이라 이리저리 등산로가 많아서 한옥마을이나 아중저수지로도 가깝게 연결된다.
물도 간식도 없이 빈 손으로 산길을 두 시간 반쯤 걸었더니 되돌아오는 길엔 배가 고팠다.
주차장에 내려와 차에 있던 생수를 한 모금 마시고 장구연습실에 갔다.
역시 홀로 한 시간 연습을 마치고 귀가해서 과식하고 한숨 자고 일어나 산행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