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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 달린 눈사람 좀 보세요

올겨울 첫 눈산행 - 모악산

by 화수분

일시 ; 2024년 12월 24일

장소 ; 완주군 모악산(793m)

동행 ; 나와 우정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 내 일정은 없는 날이었고 젊은 동생 우정이가 '모악산에 가자'하여 콜!

모악산은 전주근교의 명산이라 아무런 부담 없이 한나절 잠깐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세 시간이면 넉넉히 정상에 다녀올 수 있다.

오늘 우리는 네 시간쯤 걸렸나?


시간이 넉넉했던 우리는 조금 긴 코스 "상학"코스로 들머리를 잡았다.

난 올해 겨울산행이 처음이라고 채비를 제법 했는데 아이젠을 빼먹었다.

다행히 우정이가 여벌을 챙겨 와서 요긴하게 잘 썼다.

우정이가 걸음이 느리기는 해도 커피, 간식, 사진 찍기, 이런 걸 잘하니까 좋기도 하다.


상학코스로 올라가다 보면 바위를 등지고, 바람도 없이 조망하기 좋고, 쉬어가기 맞춤인 벤치가 있다.

살랑살랑 걸으니 땀은 안 나서 좋은데, 몸도 차고 허기도 져서 잠깐 해바라기를 하기로 했다.

내가 아침에 장만해 온 야채 전과 우정이 챙겨 온 커피, 귤로 요기를 하고 옹알옹알 수다를 떨었다.


아저씨 한 분이 아이젠을 착용하시는 걸 보고도

"눈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그냥 갈 만한데?"

했다가 얼마 못 가서 나도 아이젠을 채우고 조심조심 올랐다.


눈이 제법 쌓인 언덕 소나무 아래서 못난이 눈사람을 만났다.

누가 만들어 놓았나, 나뭇가지로 루돌프 사슴뿔을 꽂아 놓은 듯 재미있다.

소나무잎을 따서 콧수염도, 웃음이 절로 났다.

녹지마! 눈사람!


눈길에서도 주거니 받거니 끊임없이 말을 잇고 걷다가, 우정이가 반갑게 친구를 불렀다.

"OO이네?"

"어, 우정이 아냐?"

우정이 대학 때 남자동기를 만나서 반갑게 웃고 사진 찍고 헤어졌다.

우정이 친구는 젊은 직원들 여럿과 동행하고 있었다.

참 보기 좋았다.


오늘 모악산에서는 또 재미있는 처자들을 만났다.

크리스마스이브라고 귀엽고 신박한 코스튬을 차려입고 산에 올라온 세 사람!

아마 재미있는 영상을 찍으러 온 모양이다.

우리들도 함께 컷컷!


하산길에는, 군대 다녀와서 복학했다는 남자간호대생들을 만났다.

한 학생이 엎드려 눈을 뭉치고 있길래, 그 모습이 예뻐서

"사진 찍어 줄게요."

했다가 뒤에 올라온 친구 두 명까지 우정이가 사진을 찍어 주었다.

유쾌하게 몇 마디 주고받는 대화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얼마나 신통하고 듬직한지.


난, 오늘 산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난데없이 동포애가 넘쳐났다.

우리나라의 시국이 어서 바르게 안정되고 남녀노소 다 같이 살만한 나라가 되기를 기원했다.


다 내려왔다.

아까부터 배가 고팠다.

전에 가본 집, 손두부 짜글이집에 갔다.

쫀득한 도토리 묵무침, 돼지고기 콩나물 짜글이, 상추겉절이, 김장김치, 막걸리.


우정이가 운전을 하니까 참 좋았다.

우정!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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