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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온 뒤, [혼불] 문학공원

단발머리 소설가의 쓸쓸한 미소

by 화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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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요일에 나 혼자 건지산에 갔다.

혼불 문학공원 쪽으로 올라갔다.

눈이 온 뒤라 양지바른 데는 눈이 녹고 응달진 곳은 미끄러웠다.


다른 때보다 더 시간을 들여 최명희 작가의 산소 주변을 돌아보았다.

묘지에 오르는 계단엔 두 세 사람의 발자국이 남아있다.

봉분 위에 반은 녹고 반은 흰 눈이 덮여있다.

돌화병엔 누군가 꽂아 놓고 간 빨간 장미가 시들어 목이 꺾인 채 마른 꽃이 되었다.


차가운 검은 돌판에 작가의 얼굴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

미소 짓는 표정, 살짝 도드라진 광대, 단발머리.

생전에 어쩌다 티비에서 보았던 그 얼굴이다.


작가는 아직 젊은 얼굴로 세상을 등졌다.

1980년 등단해서 무려 17년을 집필했다는 장편 대하소설 [혼불] 10권(1~5부)을 출간하고 쓰러졌다.

난소암 투병 중에도 집필의지를 꺽지 않았지만 51세를 마지막으로 펜과 영영 이별했다.


난 이 소설을 읽지 않았다.

대략적인 내용만 자료를 보고 들어서 알고 있다.

남원의 몰락하는 양반가 종부 3대의 이야기로 우리말과 풍속, 제도, 인물등

우리 민족의 원형을 잘 그려낸 훌륭한 작품이라고 한다.


올해 [혼불]을 읽어보려고 한다.

목숨 바쳐 쓴 작가를 가까이 두고 읽기를 미루는 것은 너무 게으른 것이다.

방대한 인물들의 가계도를 그려가며 읽어야 될까?


[혼불 문학관]은 전주 한옥마을과, 작품의 무대가 된 남원시 사매면에도 있다.

자료를 보니 남원에는 문학관이 아주 잘 조성돼 있는 것 같다.

봄날, 남원에도 다니러 가야겠다.

봄날, 최명희 작가의 묘지석 위에 꽃다발을 한 아름 놓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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