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천반산(天盤山, 647m)

진안고원길 정찰팀 출격!

by 화수분

일시 ; 2026. 03. 01

장소 ; 진안 천반산(진안고원길 13구간/16km)

동행 ; 우정, 아람, 나

코스 ; 진안 동향면 행정복지센터~동향중~하향~진등재~먹재~천반산~하가막~큰재~후가막~상전면 행정복지센터


나의 아웃도어 활동을 적절하게 설계해 주는 우정이가 진안고원길을 추천했다.

우정이는 올봄에 진안고원길 14개 구간을 완주할 계획이라고 한다.

벌써, 함께 할 멤버들도 모집이 돼 있었다.

말하자면 오늘은 고원길 정찰 탐방쯤이 되겠다.


나는 그 일정에 모두 맞출 수는 없으니 형편 되는 대로 함께하고 빠진 부분은 따로 걸어야 될 것 같다.

나를 배려해 서브 일정까지 우정이가 신경 써줄 모양이다(히히히).

이러다가 지리산 둘레길도 도전하게 될까 봐 너무 좋다(하하하).



3월 1일 새벽 5시에 기상.

내가 도시락 3인분을 준비하기로 했다.

서리태 콩을 놓아 잡곡밥을 짓고, 아삭아삭 콩나물 무침을 하고, 버섯두부전을 부치고,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했다. 아직은 날씨가 쌀쌀하니 따뜻한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


송천동 백석저수지에서 우정이 차로 옮겨 타고, 가는 길에 아람이를 만나서 세 사람이 진안으로 go go!

언제나처럼 우정이 남편 성봉샘이 내려준 향기로운 커피를 맛나게 마시며 수다수다.

새벽 4시라 해도 커피를 만들어 주겠다고 선언하신 성봉샘께 감사드린다.


해가 오른 용담댐 기슭에 물안개가 피어 비현실적으로 몽롱해 보인다.

감성 터지는 풍경을 외면할 수 없다.

차를 멈추고 물가로 잠깐 내려가서 사진을 남겼다.

고요한 댐 윗마을이 우리들의 침입으로 소란스러워졌다.

동네 흰 개들이 컹컹 짖어서 얼른 꽁무니를 내뺐다.


9시, 진안고원길 13구간 시작점인 동향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출발!

마을길을 걷고 하천가에서 붉은 버들강아지를 만나고 당산나무를 지나서 천반산 초입에 들어섰다.

천반산은 상봉이 소반처럼 반반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란다.


오솔길을 걷다가, 정상길과 둘레길의 갈림길에 섰다.

젊은 등린이 아람이는 처분만 바래고 나를 아는 우정이는 웃고 있다.

"그래도 정상에 가보자."

고압선 철탑을 따라가는 능선으로 올라섰다.


오르락내리락 능선을 따라 걸으면서, 천반산 자락을 휘감아 도는 구량천을 언뜻언뜻 내려다보았다.

12시, 해발 647미터 천반산 정상에 도착했다.

저 멀리 귀여운 말귀 두 개, 마이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정상을 지나 소나무 그늘에 점심 먹을 자리를 잡았다.

산에는 우리밖에 없다. 능선을 피할 것도 없이 주저앉아 도시락을 펼쳤다.

"아유, 맛있어."를 연발하며 부지런히 속을 채웠다.


땀을 흘렸더니 능선 바람이 제법 선듯거린다.

서둘러 밥자리를 치우고 더딘 발걸음을 옮긴다.

밥 먹고 배부를 때 산길 걷기는 참 버겁다.




천반산은 정여립의 아픈 역사가 서린 산이다.

조선 선조 때 붕당정치의 끝판, 기축옥사(1589)의 도화선으로 삼은 구실이 정여립에 대한 고변이었다.

벼슬에서 물러나 낙향한 정여립이 전주, 금구, 진안 등지에서 대동계를 조직해 무술을 연마하고 역모를 꾀한다는 것이 고변의 내용이었다.

3년여에 걸친 참사로, 당파로는 동인계열 1천여 명의 인재가 숙청되었고 그 자손들 까지 연좌되었으며 지역적으로는 호남이 연루되어 반역향의 멍에를 벗지 못하는 역사가 지속되었다.

조선의 암군 선조는 이 혼란의 막바지에 7년 전쟁 임진왜란(1592)을 맞게 된다.



천반산의 두 개의 봉우리 깃대봉(647m)과 성터(576m) 사이에는 정여립과 연관지은 말바위와 전망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성터는 봉우리 위가 반반하여 무술훈련도 가능할 만한 지형이다.

정여립은 관군에 몰려 아들과 피신했다가 죽도에서 생을 마쳤다고 한다.

정여립과 기축사화에 얽힌 역사적 진실을 우리는 알 길이 없다.

이젠 정여립의 역사가 설화가 되었다.


우리는 하산길을 가파르고 짧은 길로 정했다.

죽도 방향이 아니고, 낙엽이 수북수북 미끄러운 지름길을 지나 가막마을 방향으로 내려섰다.

진안고원길 이정표를 반갑게 맞이하고 구량천을 따라 길게 걸었다.


또 하나의 산 날망, 큰재를 넘어야 한다.

하가막 마을을 지나 숲길로 들어섰다.

정글처럼 나무가 우거지고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계곡이다.


얼음으로 덮인 계곡을 건너 교묘하게 고도를 올리는 계단을 만났다.

앞서가던 나는 멈출 수 없었다.

이런 곳은 묵묵히 오르는 수밖에 없다.

세 사람이 각자의 호흡으로 자신을 데리고 올라왔다.


큰재에서 우정이가 한라봉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기쁘게 인증샷을 찍고 상큼한 한라봉을 입안 가득 밀어 넣고 터트렸다.

이젠 진짜로 내리막만 걸으면 끝이다.


20분을 내려와 작은 저수지가 있는 동네를 지났다.

저수지 배수로에서 떼창 소리를 내며 날뛰는 산개구리들도 관찰했다.

이젠 길게 걸을 길만 남았다.


하염없이 걷다가 반가운 차가 우리를 태웠다.

우정이는 다 계획이 있었다.

상전면 행정복지센터에 들러 인증을 마치고, 시작점 동향면복지센터까지 우리를 데려다줄 지인의 차를 미리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진안은 우정이의 고향, 지인찬스 정말로 땡큐!


전주로 돌아와 찰진 참돔숙성회로 고단한 심신을 위로했다.

진안고원길 구간 중 난이도 상급이라는 13구간을 뿌듯하게 마치고 기분 좋은 3인방이 눈을 맞췄다.

치얼스! 짜릿하게 소맥 한잔씩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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