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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Nov 17. 2023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

- 중년주부 해방일기

아줌마 넷이 모였다.

몇 개월 만에 함께 모여 저녁을 먹고 깔깔 웃고 한 이불속에서 잠도 잤다.

여학생일 때 수학여행도 생각나고, 친구집에 놀러 가서 자고 왔던 일도 생각나는 이벤트였다.


며칠 전 언니네 텃밭에 가서 무를 솎고, 냉이, 갓, 파를 한 아름 안고 와서 무김치도 담고 냉이도 손질해 두었다. 보쌈에, 된장국으로 저녁상을 차렸다.

동생들도 각자 음식을 한 가지씩 들고 왔다.

단감, 김부각, 와인까지 상차림이 풍성해졌다.



눈만 마주쳐도, 입만 떼어도 웃음거리가 되고 사춘기 소녀들과 다를 게 없었다.

새벽 두 시가 넘어 넷이 한 방에 누웠다.

언니 둘은 침대에, 동생 둘은 방바닥에서 꿀잠을 잤다.


누룽지 끓여서 아침을 먹이고 무김치 한보시기, 냉이 한보퉁이씩  들려서 굿바이!

창문 활짝 열고 청소기를 한바탕 돌리고 나니, 다시 적막하고 단정한 나 홀로 집!

오디오를 켜고 소파에 누워, 은은하게 귓바퀴를 울리는 음악을 듣다가 문득, 부러워졌다.


내 집에서 잠자고 일하러 간 지지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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