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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Dec 17. 2023

소식(小食) 열망

- 결핍자의 식욕

김장철이라 김치가 자꾸 생긴다.

얻어먹는 김치가 넉넉해서 해마다 김장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요즘 물가가 비싸서 어쩌다 장을 볼 때는 입이 딱 벌어지는데 김치를 나누어 주시는 분들께 큰절이라도 드리고 싶다.


김치는 고마운데 문제는 김장김치하고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잠잘 때 까지도 배가 부르고, 

아침에는 온몸에 탄력이 팽팽해진다. 

평소에도 입이 달아서 늘 밥이 맛있다.

난, 배가 불러도 계속 먹을 수있는 신통력을 가졌다.


분명 밥중독이다!


갓 지은 서리태 콩밥에, 젓갈을 넣어 감칠맛 나게 버무린 전라도 김장김치를 얹어 먹는 저녁밥은 두 공기 클리어! 그리고 두 숟갈 더! 반주로 소맥 한잔!

혼밥혼술이 이렇게 맛나도 되냐고요.


난 작년까지 해왔던 소규모 건축사업을 접고 취미생활로만 일상을 채우고 독거 중인 60세 아주머니다.

중년이혼을 해서 혼자 있고, 딸은 미국에, 아들은 서울에 살고 있다. 여기는 전주.

일을 할 때는 새벽출근에 잦은 전화통화, 건축사와 은행과 부동산 등 방문 상담, 외식, 다양한 형태의 활동이 이어졌는데 일을 쉬고 몇 개월 지나자 종일 전화 한 통화도 안 할 때가 많다.


부동산침체와 대출금리인상, 자재 인건비 급등, 법규강화등 여러 불리한 환경으로 더 이상 일을 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되는 경험을 하면서 일을 접었다. 은퇴나이가 얼추 됐으니 자연스러운 인생의 흐름인데 만약, 취미생활마저 없었다면 우울증과 여생을 보내야 했을 것 같다.


라인댄스, 전통장구 배우기, 음악감상 동호회, 산악회 활동, 책 읽고 글쓰기, 그림일기 쓰기, 건축과 야간대학 다니기. 열거한 것들이 요즘 나의 온, 오프라인을 통한 취미활동들이다. 야간대학도 취미냐 하겠지만,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다니는 학교가 아니라 졸업을 통해 내가 가진 자격증을 업그레이드하려는 불순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떳떳이 학업운운 못하는 바가 있다.


간호사, 보건교사, 공인중개사, 소방관리자, 건축기능사, 타악기지도자.

열거한 것들이 내가 가진 자격증 들이다. 한때 유용했으나 지금은 무용한 자격증이나마 때를 잘 만나면 써야 할 수도 있으니 스텐바이, 업그레이드하려는 나의 의지가 가소롭기도 하다. 내년에 건축과를 졸업하면 자격증을 하나 더 따 볼 셈이다. 공부는 자본이 안 드니까 안전한 투자다. 수익은 보장을 못한다. 

그런데 우울증을 방어할 목적에는 효과가 크다.


2019년 하반기에 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다. 의사를 만나도 약을 먹어도 불안을 떨치지 못했다.

나의 경우 스스로 원인을 파악했고, 스스로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을 택했고, 다행히 의도한 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죽지는 않았다. 과감히 재산을 버리고 목숨을 구한 셈이다. 시의적절하게 재산이 버려져서 감사할 뿐이다. 그 무렵에도 난 방송대 공부를 하고 있었다. 밥을 못 먹고 잠을 못 자서 날마다 몸무게가 줄고 바지가 돌아가는데도 '기말시험공부 하는 나'를 보면서 공부도 약이 될 수 있겠다는 힌트를 얻었다.


그때를 떠 올리면 지금 밥이 맛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분명 식욕은 의욕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향의 의욕일지는 개인마다 다르더라도, 악의가 아닌 이상 욕망은 생명력이다. 나이 들었다고 뜻하는 바를 모두 져버리지 말고 꼭 매진할 꿈을 간직하길 내게 바란다.


밥 잘 먹고, 일 잘하고, 운동 잘하고, 공부 잘하고, 춤 잘 추고, 장구 잘 치고, 이렇게 살고 싶다.

혼밥을 잘 먹되 양은 조금만!!!














매거진의 이전글 <밥벌이로써의 글쓰기>를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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