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상심과 친구 하기
오늘이 동지예요.
다연이 끓여주는 팥죽이 먹고 싶네요.
작년에는 다연이 팥죽을 곱게 끓여서 동짓날에 우리 집에 배달까지 해 주었잖아요.
오늘은 팥죽집 어디를 가도 사람이 너무 많을 테니까 며칠 내로 우리 만나요.
제가 아는 팥죽 맛집에 가서 국산팥으로 쑤어낸 새알팥죽 한 그릇씩 먹고,
다연이 좋아하는 찻집에 가서 긴 시간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제가 다 쏠게요, 푸하하.
연로하신 부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다니랴.
내년에 결혼하는 딸하고 이런저런 조율하랴.
늦공부 마치려고 박사논문과 씨름하랴.
때때로 봉사하는 일로 나들이하랴.
두통, 어지럼, 허리도 아프고 자기 몸 좀 다스리랴.
다연의 입장이 어찌 그리 복잡 다난한지요.
제가 만약 다연이라면 못해낼 것 같아요.
더구나 다연은 완벽주의 성품이라 얼마나 애를 끓일까 염려가 돼요.
우리도 이제 젊지 않아요.
최선을 다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연, 생각나요?
벌써 이십오 년 전쯤 우리가 붓글씨를 공부할 때 일이죠.
공모전에 출품하려고 백장 넘게 연습을 하고 거기에서 작품을 골랐죠.
다연은 자기 글씨에 만족을 못하고 새벽까지 계속 썼고,
마감시간 임박해서야 채 마르지 않은 작품을 들고뛰었잖아요.
좋은 상을 타더군요!
지금도 그런 근성이 남아있으므로 공부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죠?
몸 상하지 않을 만큼만 늘정하게 하세요.
좀 부족하게 완성하면 어때요.
저의 무식한 조언이 제가 생각해도 웃깁니다.
그래도 학위졸업은 빨리 끝냈으면 좋겠네요.
다연이 제일 큰 숙제를 어서 끝내 버려야 잠시라도 짐을 벗고 놀지요.
다연이 방패연처럼 가벼워지기를 바라고,
다연이 평상심으로 백 가지, 만 가지 일에도 걸림 없기를 바랍니다!
***사진출처 - 다음까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