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쉬움 그대로...
아들이 다녀갔다.
2박 3일 동안 같이 밥 먹고 반주도 몇 잔 함께했다.
올봄에 하늘나라에 간 우리 강아지 달래가 없어서 참 허전했다.
달래의 유골을 수목장 했던 큰 나무밑에 가기로 했다.
육포를 잘게 잘랐다. 큰 나무 밑에 후두둑 뿌려 놓았다.
새든, 다람쥐든 작은 동물들이 지나는 길에 간식으로 먹으라고.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는 범부채와 들국화 뿌리를 큰 나무 아래 심어 놓고 왔다.
내년 봄에 새싹이 나고 가을에 꽃이 피면 얼마나 좋을까?
다시 서울로 가는 아들과 점심으로 추어탕을 든든히 먹었다.
전주역에서 굿바이!
아들이랑 보낸 시간이 뿌듯하게 가슴에 남았다.
일주일 전 우리 고모가 95세의 생을 마감하고 떠나셨다.
자주 뵙지도 못하고, 장례식장에서야 큰 절로 보내드리고 사촌 언니들과 쌓인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고모는 연세가 드신 후에도 늘 유쾌하셨고 우리 아버지 형제 중 제일 장수하셨다.
젊어서는 만날 때마다 병치레를 달고 사시더니 결과적으로는 제일 오래 사신 거다.
먼저 가신 고모부가 국가유공자여서 대전현충원에 계시고, 고모도 배우자로서 그 곁에 모셔진다니 잘 된 일이다. 고모가 돌아가실 때까지도 국가유공자연금이 지급돼서, 고모는 병원에서 간병인들에게도 후하게 베풀고 생을 잘 마감하셨다고 한다. 참 단정한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고모네 딸들 중에 표고농사를 하는 언니가 있다.
장례를 치르고 나서 우리 형제들에게 표고를 한 박스씩 보내주었다.
일인 가구인 나에게도 5킬로 한 박스가 주어졌다.
일 년 내내 먹고도 남을 표고를 어쩐다나?
방바닥에 보자기를 깔고 버섯 한 박스를 엎어 놓았다.
기둥은 떼서 간장에 조려야겠다.
버섯은 썰어서 채반에 널어 말려 두어야겠다.
한 시간 만에 얼른 뚝딱거려서 표고 한 박스를 해치웠다.
2023년의 마지막날, 마지막으로 잠깐 글 한편 써 올리고 계묘년 회갑년을 이렇게 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