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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Dec 08. 2023

<밥벌이로써의 글쓰기>를 읽으며

- '글자수'로 돈을 받은 작가는 얼마나 좋았을까?

시간이 많은 나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자주 빌린다.

낮시간에 집에서 무엇을 해보려고 하면 어찌나 둔전둔전 해찰을 하는지 진행되는 일이 없다.

그중에서 제일 해로운 핑곗거리는 '먼지'다.


햇빛이 집안으로 촤악--- 들어오면

'나 여기 있소' 하고 존재감을 확---뿜어내며 날리고 쌓이는 먼지.

그 광경을 보기 전에 보따리 싸갖고 도서관으로 내빼는 게 좋은 수다.


요즘 펼친 책은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2018, 만줄라마틴 엮음, 장미화 옮김.

미국 출판계에서 성공한 33인의 작가를 대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돈을 버는 작가가 됐는지? 그들에게 글쓰기와 돈의 의미는 무엇인지? 글로써 생계유지가 되는지? 등의 의견을 담아 엮은 책이다.


어차피 나에게 글을 쓰는 작업은 '자기위로(?)'이상의 것이 아니므로,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작가들이 과거 자신들이 '얼마나 고통 속에서 글쓰기를 했는지' 무용담을 써 놓은 이 책이 내게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더구나 번역서를 읽으면서는 더욱 그렇다. 처음엔 블루칼라의 책표지가 예뻤고, 두 번째는 '글쓰기와 돈'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에 이끌려 책을 집었다.


***작가님들 출간할 때 제일 중요한 점 ; 책표지의 디자인과 제목을 뽑는 센스!




가난한 학생이 등록금 대출로 대학을 다니고 출판사, 신문사등에서 열정페이로 수련과정을 거치며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고, 집세와 공과금을 걱정하고, 빚을 지고 고향의 부모를 건사하고, 출판사마다 원고를 거절당하고...... 이런 고난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며 글을 썼고 거기에 행운이 더해져 당당히 큰돈을 버는 작가가 됐다고. 빚을 갚고 나니 또 돈이 없어서 다음책을 또 계약했다고.....


아직은 이 책을 끝까지 못 읽어서 '감동의 장'이 뒤에 나올 수도 있지만 중간에 한 남성작가의 글이 재미를 준다. 그는 작가 중에 가장 구두쇠는 '찰스 디킨스'라고 소개하고 있다.

<두 도시 이야기>라는 단편을 쓰면서 디킨스가 원고료를 글자수로 계약했다고, 어릴 적 작문시간에 들었다는 것이다. 분명 작문시간에는 '글쓰기를 할 때는 군더더기를 없애라'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이후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보면서 모든 내용이 표현과잉으로 보여 거부감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써 놓고 있다.


뒷장의 주석에 따르면 사실 디킨스는 '글자수 계약'이 아니라 '연재'를 통해 단락별로 원고료를 받았다고 한다. 책 한 권을 쓰고 인세를 기다리는 것보다 꾸준하게 수입이 보장되는 방법을 택한 듯.


특히 콜린디키라는 이 작가는 "돈에 개의치 않고 글을 쓰는 낭만적인 작가는 그 자체로 허구다"라고 정의 함으로써 치열한 시장경제구도속에서 글이라는 '재화의 가치'를 분명하게 인식시켜 준다.

글 쓰는 노동의 대가를 돈으로 바꿀 수 있을 만큼의 '상품을 만들어라' 그 말인가?

'공짜로 아무 데나 글 써주지 마라' 그 말인가?


그런데 책의 내용 중에 어느 젊은 여성작가는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도 공짜로 글을 써 주었던 경험이, 차후에 출판의 인연으로 연결돼서 유명작가가 됐다는 썰을 푸는 걸 보면 결코 '공짜글'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일! 행운이 너무 멀리 있을 땐 백가지 인연도 별무소용이겠지만......




한 이십 년 전쯤에 내가 잠시 부동산 사무실을 열고 있을 때, 한 아주머니가 허름한 차림에 왠지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행색으로 애기를 업고 방을 구하러 왔다. 임대료가 저렴한 방을 구한다길래 연락처를 받다가 이름을 듣고, 난 고개를 번쩍 들었다. 몇몇 동년배의 여류 작가들이 한창 부상하고 있던 시기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소설가가 내게 이름을 댄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더니 말없이 눈을 맞춰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유명작가의 의외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겪어내고 있는 이 시절이 쌓여서 보석 같은 글로 빚어질 거라고 속으로만 위로를 보냈다. 그녀들에게 갖는 동경이 남달랐던 터라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순수하게 글만 써서 밥벌이를 하는 것이 노력과 재주만으로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이미 유명인이 돼 있는 사람 중에는 책을 내도 잘 팔려서 인세가 쌓일 것이고 또, 그들은 이미 경제력을 갖고 있을 테니 책이 안 팔린대도 생계를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수백, 수천의 경쟁을 뚫고 대상작가가 돼야 상금을 탈 수 있고 비로소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 이후에도 글을 쓰고 책을 내서 지속적으로 경제력을 갖춘다는 것이 수월한 일일까?


여기 브런치에는 경력이 짧은 작가들 중에도 탁월한 글솜씨로 금세 구독자 천명을 넘기고 요샛말로 '떡상'을 하는 작가들이 있다. 곧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것 같은 예감마저 든다. 그 작가들을 보면서, 경우 없이 부러운 생각에 '저들은 타고난 재주여'하고 쓸쓸하게 재주 탓을 하며, 재주없는 나를 위로할 뿐이다.

그리고 나는 '언제쯤이나 내 돈 들여 책을 한 권 내볼까?' 궁리를 할 뿐이다. 크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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