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수분 Jan 16. 2024

맞이할 준비

- 내가 초대한 그들이 오기 전

남동향 집이라 해자리가 낮은 오전에는 집안의 먼지들이 "나 여기 있소."하고 둥둥 떠다니며 내 숨을 공격한다. 오늘은 밖으로 도망갈 수가 없다. 이따가 손님들이 오실 참이라 먼지 닦고 음악을 틀어 놓고 주방에서 장봐온 음식재료들을 닦달해야한다.


먼저 세수하고 단정하게 간편복을 입고 커피를 한잔 마셨다.

거실 테이블위에 쌓인 책, 그림일기장, 필기구, 노트북을 공부방 책상위로 옮겼다.

열사람이나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긴 테이블위를 닦았다.




냉장고의 음식재료를 모두 꺼내 아일랜드식탁에 올렸다.

다듬고 삶고 썰고 찧어서 조리준비를 해 두었다.

오늘은 내 형제들이 우리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두 달에 한번씩 남매계를 하는데 내가 유사차례가 됐다.

대부분 식당에서 모이지만 오늘 특별히 능이버섯 백숙을 대접하려고 집으로 초대를 했다.


언니들은 일찍 모여서 우리동네에서 가까운 파크골프장에 있다고 사진을 올려놓았다.

난 마음이 바빠졌다. 지난 가을에 자연산 능이버섯을 한 소쿠리 얻어서 말려 두었다.

냉동실에서 마른 버섯을 꺼내 씻어서 소쿠리에 받쳐 놓았더니 진동하는 향기가 집안에 가득 퍼졌다.

얼려둔 수삼편을 댓줌 덜어서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 준비해 뒀다.




쌀을 씻고 서리태콩을 섞어 전기 압력솥에 밥을 쳤다.

큰 스테인레스 압력솥을 꺼냈다. 우리 형제가 7남매라 한번 모이면 기본이 토종닭 세마리다.

수육을 삶아도 그렇고 메인요리가 뭐든 푸짐하게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에 큰솥을 준비해뒀다.


토막낸 토종닭과 인삼, 능이버섯, 마늘을 넣고 찹쌀이 없어서 그냥 불린 쌀을 한대접 넣고 렌지위에 올렸다.

언니 , 형부 두 분에 동생과 동생의 댁하고 나까지 아홉명이 점심을 한상에서 먹을 참이다.

숟가락, 젓가락, 밥그릇, 대접, 유리잔 각각 아홉개씩.

맥주, 소주, 커피, 딸기도 준비 됐다.


밑반찬으로 세 가지 김치에 나물을 좋아하는 가족이라 쑥갓, 알배추, 가지, 숙주나물,늙은 호박 조림을 했다.

아일랜드식탁에 늘어 놓았다. 쟁반에 담아 나를 준비는 얼추 다 됐나?


"띠 리리리리 리리리......"

들이 닥쳤다, 배고픈 사람들!!!








매거진의 이전글 103분 동안의 작별인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