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1. 불구덩이 속으로 다시?

by 나무

그 남자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사람들이 오가는 백화점에 앉아 있는다

많이 사람들이 오가는 속에서

유독 작은 키의 아이들이 내 눈길을 끈다


나는 1남 3녀의 장녀이다

6학년 때 막내 남동생이 태어났다.

막내가 태어나고 막내는 줄곧 내 등에 업혀있었다

엄마는 셋째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는 틈에 막내는 늘 내 차지였다

형제가 많은 가정환경이라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가는 아이가

너무 이뻐 보이기 시작한 시점이 생기더니

큰 아이가 태어났다


눈이 커닿라고 눈물콧물 뺀

남자아이가 옆 테이블에 앉는다

할머니가 콧물을 닦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유를 빨때로 쪽 쪽 빨아들인다.

얼마나 열심히 먹는지 숨이 가빠 보인다

그 작은 아이의 숨결이

옆의 나에게 까지 느껴지는 듯하다

작은 아이에게 넋을 잃어 있는 모습을

남자는 나를 지긋이 바라볼 뿐이다

눈을 돌려 나도 그 남자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는데

슬그머니 엉뚱한 생각이 올라옴을 느끼고 있었다

저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이쁜 아이 낳고 살아보고 싶다

저 사람정도라면 믿고 의지할만한데

아이 낳고 남들처럼 평범한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지 않을까?


슬그머니 조용리 생각들을 발 밑으로 내려보내본다

하지만 이런 생각까지 할 수 있게 만드는

그 사람이 점점 더 소중해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