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차가운 아스팔트 위,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 발걸음이었으리라.
비 내리는 동아 마라톤을 완주하고 돌아온 그 남자의 이야기는 단순한 달리기 경험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마지막 2km를 남겨두고 갈등했어."
그 남자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묻어있었다.
"체력은 아직 남았는데, 시간을 더 단축할까?
아니면 이 비를 맞으며 그저 정해진 페이스대로 안전하게 완주할까?"
그 순간 친구의 머릿속을 스쳐간 후회는 마라톤 코스만큼이나 길었지 싶다.
"앞에서 8km를 달릴 때 조금씩만 페이스를 당겨놨더라면... 지금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았을 텐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고 있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마감이 다가와서야 허겁지겁 일을 처리하며 후회하는 대신, 미리미리 준비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
그 뒤늦은 깨달음은 언제나 비슷한 무게로 우리를 짓누른다.
하지만 후회와 깨달음 사이에는 항상 '실천'이라는 다리가 놓여 있다. 깨달음을 얻고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또 다른 후회의 씨앗이 될 뿐이다.
우리가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하는 이유는 단순히 길고 지난한 여정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시간 배분의 중요성, 체력 안배의 지혜,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내를 배운다.
때로는 비가 내리고, 때로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지만, 그 모든 날씨를 견디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이 바로 삶이다.
달리기를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그 남자의 이야기는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그 남자는 이야기한다. 시간을 단축하지는 않았지만 삶을 또 한 번 배웠기에 뜻깊은 달리기여서 기분만큼은 좋았다고.
타인의 경험을 통해 배우는 지혜는 때로 자신의 경험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오늘도 마라톤과 인생이 얼마나 닮아있는지, 그 깊은 의미를 한 걸음 더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