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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헤어지면 끝일 줄 알았다. 하지만 시작이었다

by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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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힘든 결정을 했으니, 이제는 모든 게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면 가벼워질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나면 모든 게 정리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때부터 새로운 문제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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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인 불안이 가장 먼저 몰려왔다.


이혼을 결심하고나서부터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해 이혼 전부터 일을 찾아 나섰다.

직장에 다니는 고정월급으로는 터무니없는 현실이다.

고정급보다 더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으로 도전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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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벌어도 빠듯했던 생활, 이제는 혼자 감당해야 했다.
아이들 학원비, 생활비, 갑자기 생기는 예상치 못한 지출들.
전에는 신경 쓰지 않던 것들까지 온전히 모든 것이 내 몫이 되었다.

어느 날은 통장을 들여다보며 한숨을 쉬었고,
어느 날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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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도 마찬가지였다.
아빠가 없는 자리까지 내가 채워야 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채워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아플 때,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누군가와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게 이렇게 외로운 일이었나 싶었다.


밤늦게까지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날이 많아졌다.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건, 심리적인 변화였다.

이혼만 하면 마음만큼은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불안이 생각보다 더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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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잘한 선택일까?’

‘다시 혼자가 된 내 삶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밤마다 나를 괴롭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버텼다. 아니 버텨야만 하였다.

그리고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이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는 걸.

이전에는 나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었지만,
이제는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었다.
무너졌다고 생각했던 삶에서 다시 일어설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들도 차츰 적응해 갔고, 나 역시 단단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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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내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헤어지면 끝일 줄 알았다.
하지만 진짜 삶은, 그 후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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