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어두운 방 안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는 두 아이의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작은 숨소리를 내며 곤히 자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이 아이들을 대학교까지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돈이 부족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라도 내가 아이들에게 부족한 부모로 남는다면, 원망을 듣게 된다면 나는 어떤 마음이 들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밤은 길어지고, 깊은 잠에 들지 못한 채 뒤척이다가 새벽을 맞이하는 날이 많아졌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참으로 집요해서 한 번 마음속에 자리 잡으면 쉽게 떠나지 않는다.
하루의 피로를 이기지 못해 잠이 들었다가도 불현듯 깨어난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온갖 걱정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머릿속은 이미 온갖 상상으로 가득 차 있다.
이렇게 밤을 지새우는 날들이 길어지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불안이 나를 잠식하게 놔둘 수 없었다.
나는 잠을 잘 자야만 한다고, 그래야 하루를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안을 덜어낼 방법을 찾아 나섰다.
운동을 하며 몸을 지치게도 해보고, 잠들기 전 따뜻한 차를 마셔 보기도 하고, 명상을 하며 깊은 호흡을 내쉬어 보기도 했다. 어떤 날은 효과가 있었고, 어떤 날은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살고자 발버둥 치다 보니 그래도 삶은 살아진다는 사실이었다.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다.
나의 하루하루가 아이들을 위해 쌓이고 있고, 그 시간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다짐하곤 하였다.불안이 나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끝까지 살아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