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종일 서서 일하고, 쉴 새 없이 사람들과 대화하고, 미소를 잃지 않으려 애쓰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지쳐버린다. 그런데도 집에 돌아오면 해야 할 일이 끝이 없다.
어질러진 집안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챙기고, 저녁을 준비하고, 남은 일까지 마무리하다 보면 하루가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모르게 흘러간다.
그렇게 피곤함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감정이 폭발하곤 한다.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가 컵을 엎질렀을 때, 방을 치우지 않고 놀고 있을 때, 숙제를 미루고 있을 때…
사소한 일에도 버럭 소리를 지르는 나 자신을 보며 깜짝 놀라곤 한다.
아이들은 잔뜩 겁을 먹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순간적인 화로 내뱉은 말들이 후회로 되돌아온다.
아이들이 잠들고 난 후, 그 조그만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더 이상 소리 지를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나가고, 같은 일이 반복된다.
그때는 몰랐다.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혼자서 모든 걸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나를 짓눌렀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누구나 혼자 버티기에는 벅찬 순간들이 온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순간에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하루를 버티고 있을 것이다.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어깨를 더욱 무겁게 짊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혼자서만 힘들어하지 말라고.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라고.
그리고 그것이 결국 아이들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기보다는,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은 삶일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힘들었다면, 혼자 버티려 애쓰지 말고 주변의 손을 잡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