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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기타 줄 위에서 빛나는 보석들

by 나무

저녁 공기가 한결 부드러워지고 있는 계절이다.

그 남자가 좋아하는 일본 기타리스트 '데파페코'의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으로 향한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은은한 조명과 무대 위로 놓인 기타들.

아직 연주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공간 속에 공기가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음원으로 들을 때는 단정하고 깔끔한 소리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리는 기타 소리는 훨씬 더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줄을 튕길 때마다 공기는 진동했고, 미세한 울림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나를 어루만져준다.

그 울림 속에서 ‘음악을 듣는다’가 아니라 ‘음악을 느낀다’로 스며들고 있었다.


타파페코의 연주는 단순히 손끝의 움직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곡의 흐름에 따라 연주자들의 표정까지 변한다.

그 표정은 곧 관객의 감정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부드럽게 흐르는 선율에서는 누군가의 따뜻한 어깨를 떠오르고

빠르게 휘몰아치는 부분에서는 숨을 쉴 틈 없는 설렘이 몰려오기도 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고개는 음악의 박자와 함께 움직이고

한 음이라도 놓칠세라 숨죽임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 공연장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작은 우주가 되었다.




줄의 튕김으로 선율이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삶은 이런 순간을 찾아 나서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직접 발걸음을 옮겨 마음을 흔드는 장면과 선율을 만나러 가는 일.

오늘 나는 그 여정을 통해 또 하나의 행복을 맛보았다.



음악을 사랑하는 그 남자는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공연 내내 머금고 있다.

흥얼거리는 그의 콧소리는 나의 마음까지 부드럽게 닦아주고 있다.

그의 어깨에 기대어 그의 허밍을 나의 몸으로 느끼고 있는 순간은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달다


어린아이가 사탕을 보며 반짝이는 별빛 같은 눈을 할 때처럼

그 남자의 눈은 별빛처럼 빛나고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잘 향유하는 사람의 눈은 보석과 닮았다.

삶에서 보석을 만날 수 있는 순간들을 찾아 나서는 여정의 길을 또 찾으러 갈 것이다.

어린아이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신기한 순간인 것처럼

그렇게 그렇게 호기심 많은 '어른이'로 늙어가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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