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어른 같은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
“엄마 하나로는 부족해?”
“부족하다기보다는… 한 명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지.”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엄마보다, 동생이 더 우울해지는 상황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부모의 부재를 오빠가 메워주던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오빠의 부재가 딸아이에게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 모양이다.
공부가 잘 되지 않아 집으로 돌아온 딸과 산책길을 걸으며 나눈 대화였다.
누군가의 공허함을 대신 채워줄 수는 없다는 걸 안다.
그것이 내 자식이라도 말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결국 이 또한 아이가 커 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밉기도 하다.
다른 아이들처럼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지 않는 성숙함이 오히려 안쓰럽다.
아빠의 부재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혼자 키워야 했던 현실이 미안함으로 겹겹이 쌓인다.
잔잔한 호수 위를 유유히 떠가는 작은 돛단배처럼,
아이의 말 한마디가 내 마음속 바다에서 흘러가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
“무조건적인 내 편이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딸의 부모이자 엄마로서 언제나 딸의 편인데,
그 마음조차 아이의 빈자리를 완전히 채우진 못하는 것 같다.
삶을 살다 보면, 부모라고 해도 해줄 수 없는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당황스럽고, 미안하다.
위로한다고 위로가 되는 것도 아니고,
안아준다고 온기가 완전히 전해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배우며 성장한다.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는 문제들 앞에서,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지도 모른다.
마음속에서 끝내 닿지 못한 ‘미안함’이라는 돛단배는
오늘도 내 가슴 한 켠에 머문 채,
길을 잃은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