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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이런 것이 '루틴'의 힘인 것일까?

by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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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도 있고, 해가 쨍한 날도 있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 있듯이

살아가면서 하루하루의 모습들은 형형 색깔과 같은 듯하다.


나의 마음은 비바람이 몰아쳐도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비웃기라도 하듯 주변 모든 상황이 휘몰아치는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후 허한 마음에 불을 지피기라도 하듯이 모든 것이 뒤 흔들어 놓는다.

뒤흔듬속에서 수술까지 이어져 나의 마음은 술 취한 방랑자인 듯 비틀거린다.

어두움이 그리워져 깜깜한 동굴 속에 나를 몰아넣고

커다란 문으로 막아 버린 느낌이다.


하늘 위에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팔짱을 끼고 바라보며

"너 이래도 꿋꿋하게 사는지 한번 볼까? 너의 능력을 테스트해 볼까?"라고 외치는 듯하다.

수술을 마치고 며칠을 의자와 상관없이 집에 갇혀 지내는 내 마음의 모습이었다.



매주 월요일에 수업이 있어 나가야 하는 시간이지만 몸은 움직여주지 않는다.

비싼 수강료를 납부하는 수업이라 컨디션의 이유로 빠질 순 없었다.

겨우 고양이 세수만 하고 평소에 거의 쓰지 않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서본다.



갈기갈기 찢긴 마음과 상관없이 내가 일어나던 시간에 눈이 떠지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의례 하는 일인 것처럼

커피를 내려서 아침을 열고 습관처럼 책을 손에 들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 활자만 쳐다보았다.


영혼은 없지만 하던 것을 안 하는 것이 더 이상한 루틴들을 행하고 있었다.

갈기갈기 찢긴 마음의 조각조각들이 퍼즐을 맞추듯 스멀스멀 하나, 둘 모이고 있음이 느껴진다.


수술직후이고 무릎 통증이 지속되어 휴식기에 넣어두었던

달리기를 내일 아침에 끄집어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어제와 다름없는 시간에 눈은 떠지고

잠이 덜 깬 시야 사이를 뚫고 뭉게뭉게 구름이 들어오면서 속삭인다.


"하늘이 이렇게 예쁘니까 오늘도 너의 루틴을 여느 날과 같이 해야겠지?"



세상의 소음들은 헤드폰의 음악으로 차단시키고, 문을 박차고 나가본다.

햇살은 따사롭고, 가을이 오려는지 하늘은 청명하기 그지없다.

이슬이 머금은 공기를 폐에 힘껏 불어넣어본다.


끝도 없이 땅 속으로 꺼져가고 있는 감정들을 억지로 붙잡아서 땅 위에 안착시켜 보려고 애써본다.

위태로움 속에서도 안착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본다.


날아다니는 나비에게서 자유로움을 부러워해본다.

초록의 푸르른 잎들 사이로 싱그러움도 만끽해 본다.

싱그러움 사이로 살며시 고개 내민 하이얀 꽃을 보며 미소도 지어본다.

흩어진 마음조각들이 어제보다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것이 루틴의 힘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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