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열한 시 -
타고난 팔자.
거스를 수 없는 팔자 혹은 운명.
그런 건 없다고, 인생은 내가 개척해 나가는 거라고 믿으며 살고 있지만,
인생을 살다 보니 꼭 그렇지는 않더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에게 다가오는 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
운명은 우릴 배려하지 않아.
운명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에게 숙제를 안겨주고 떠나기도 해.
이제 겨우 이십 해 남짓을 산 너는
왜 인생은, 삶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지 고민하고
생각하고 어떤 날은 화를 주체할 수 없었지.
될 듯 될 듯 되지 않는 인생의 뜬구름.
잡으면 땡큐지만 놓쳤다고 큰 일 날 것도 아니지만
아직 젊은 너는 그런 실패를 인정하고 수긍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
그러니 인생 앞에, 삶 앞에 너무 전전긍긍하지 마.
일어날 일은 일어날 것이고,
비켜가지 못할 일이라면 그냥 맞이하고 그 안에서
인생의 지혜를 배우면 되는 거지.
아직은 기댈 수 있는, 공기 같은 부모가 있음을 잊지 말고
모든 일을 혼자서 애 쓰지 말고.
운명에 너무 몸부림치지 말자.
그러다 온몸에 상처가 생기니까,
운명 앞에 움츠릴 줄도, 온몸을 활짝 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잊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