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의 보물상자(모리사와 아키오)를 읽고
오늘은 어떤 보물을 찾았어? (38)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해 본 적이 있던가? 사람들은 사는 게 팍팍하고 힘들다고 말한다. 어디에도 희망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한다. 이 세상, 뒤처지면 힘들어. 옆에 있는 친구를 밟고 올라서지 않으면, 넌 경쟁에서 뒤처질 거야. 그러니까 앞만 보고 달려. 대부분의 부모들이 이런 말을 하지 않을까? 그런데 만약 내 아이에게 넌 오늘 어떤 보물을 찾았어? 이렇게 말하면, 아이는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이런 질문을 한다고 아이의 마음이 따스해지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로의 말이 아니라, 삶을 따스하게 보는 의미에서 이런 질문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여기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았고, 그래서 조부모 밑에서 자랐다. 목수 일을 하는 할아버지는 따스한 사람이었지만 할머니는 학대다 싶을 정도로 엄하고 무서웠다. 그런 환경이었지만 그녀의 특기는 매일 작은 보물을 찾는 것. 그녀가 다섯 살 때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손거울이 달린 보물 상자엔 다양한 보물들이 있다. 지금은 홀로 딸 치코를 낳아 엄마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미코가 하는 일은 유사 성매매와 간병 일. 지금 현재의 미코와 과거의 미코를 만나는 눈물 나고 행복한 일이다. 그녀의 시간에는 그녀의 시선 말고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들이 존재한다. 첫 이야기는 미코의 단골 고객인 무명 만화가 와타나베 다카유키와의 사연이다. 2년 가까이 단골이었지만 이제는 올 수 없다는 다카유키. 그들의 잔잔한 헤어짐이 매력적이다. 이후 다정했던 할아버지 간바라 다이조와 할머니의 사연, 초등학교 친구 사모야마 구미와의 이야기, 보건교사 이가와 나나와의 추억, 20대 초반 남자 친구였던 아사리 후미야, 업소 사장인 구로키 류스케, 마지막 딸 치코의 시선까지. 다른 입장이지만 모두 미코와의 사연을 이야기한다.
만약 미코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따스한 마음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할머니는 자신의 아들을 오냐오냐 키웠기에 책임감 없이 미코를 자신에게 맡겼다고 생각한다. 아들이 벌인 일. 스스로 책임졌어야 했지만 아들은 요리사가 되겠다고 미국으로 간 뒤 연락을 끊었다. 그게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한 할머니는 누구보다 냉혹하고 냉정하다. 그래서 미코에게 학대 비슷한 행동을 하지만 그 뒤에는 사랑이 숨겨져 있다. 다만 표현하지 못할 뿐. 할머니가 죽게 되면 혼자 남겨질 미코를 위해. 할머니는 무서움을, 할아버지는 자상함을 담당하게 된다. 때문에 미코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상처받고 아팠지만, 삶이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로 인해 주변 사람들 역시 사랑을 체험한다.
어린 시절 미코를 왕따 시켰던 친구. 하지만 미코의 따스한 마음을 알게 되어 친하게 된 친구. 중학교 시절 보건교사와의 우정은 결핍이 가져다준 또 하나의 사랑이다. 열등감에 찌든 남자 친구에게도 미코는 사랑을 전한다. 또한 유흥업소 사장인 남자에게도 부모의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런 미코의 사랑은 받고 자란 치코 역시 사랑스럽다. 이 책에 나온 캐릭터들은 모두 조금은 아픈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미코를 만나면서 사랑이 무엇인지, 감사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미코의 보물 상자엔 값나가는 보물은 없다. 너무 소소해서 보물일 수 없지만, 그 물건들은 모두 추억이 되고 사랑이 된다. 그 덕분에 삶을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매일 무한경쟁에 내몰린다.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미코 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이용만 당하고 내쳐질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이 세상은 살아갈 만하다고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나는 어떤 보물을 찾았을까? 어떤 보물이 나에게로 왔을까?
내 삶의 보물은 무엇일까? 바로 떠오른다면.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