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브(손원평)
완벽한 순간은 평범한 일상 속에 녹아 있다는 걸 몰랐으니까. (58)
모든 게 전부 운명인지, 아니면 내가 했던 행동과 생각의 결과인지 말이야. 그러다가 문득 삶은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됐어. (207)
엉망이기만 한 삶은 있을 수가 없어요. 그런 건 애초에 불가능해 (260)
실패한 인생이라 할지라도, 실패한 것을 인지한 순간 이후에라도, 한 번은. 다시 반짝하고 떠오를 기회는 있는 것일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살았다. 어릴 때의 나는 50이 넘은 나를 상상해 본 적 없다. 50 이후의 삶이 어떨지, 어떻게 살고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인지 나는 여전히 방황하고 갈팡질팡하며 오늘, 지금 현재를 보내고 있다. 잘 사는 것에 대한 의미를 조금 일찍 고민했다면, 나는 괜찮은 사람으로 잘 살고 있을까? 잘 사는 것에 대한 의미가 언제부터인가 ‘돈’이 되는 것 같아 씁쓸할 때가 있다. 돈과 사회적 지위. 그게 있다면 잘 나가는 사람인 양 취급(?)하지만, 과연 그럴까?
여기 자살을 결심한 남자가 있다. 그는 여러 번 사업에 실패했고, 그래서 빚더미에 앉았다. 그 덕(?)에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중년의 남자 김성곤 안드레아. 몇 번의 자살 실패 후 그는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본다. 그리고 우연히 듣게 된 ‘변화’라는 메시지 덕분에 자신의 일상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자신의 인생이 조금씩 달라짐을 알게 된 그는 한때 자신의 피자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했던 진석과 오피스텔에서 같이 지내게 된다. 배달 일을 하던 성곤은 학원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남성을 관찰하게 되고, 그에게 말을 붙이게 된다. 자신의 변화를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시작한 김성곤의 지푸라기 프로젝트. 도전을 지켜보며 응원하는 사람은 ‘튜브’, 도전해 변화하고 싶은 사람을 지푸라기로 명하고 유튜브를 시작하는데...
이렇게 지푸라기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는, 그렇고 그런 변화의 이야기였다면 시시했을 것 같다. 이만큼 살아보니 한순간 변화를 겪고 달라졌더라도, 그걸 지속시키는 게 어렵다는 걸 이제는 안다. 인생의 내리막길에서 찾아온 성공. 내리막길에서 찾아오는 성공도 많지 않겠지만, 그 성공을 지키고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는 안다.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대부분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다. 그 이후의 삶이 더 고단하고 힘든 경우가 많으니까. 인생 2막의 성공. 다시 가족은 화목해지고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음이 이 책의 묘미다.
우린 우리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 것일까? 어차피 정해진 운명이라면 그 자체로 순응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근데 왜 많은 사람이 변화하고 달라지려고 하는 걸까? 결국엔 달라지지 못하면서.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 것일까? 나는 삶의 의미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며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여태까지 큰 굴곡 없이 잔잔하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대단한 성공은 없어도 크게 실패하는 일 없이 그렇게 잔잔한 삶.
한때는 인생 앞에 욕심을 부려봤고, 욕심을 부려 인생이 달라질 거라 믿었던 적도 있다.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적당하게 에너지를 쏟는 것. 그걸 알았다면 우리들의 인생이 덜 아프고, 덜 실패로 끝났을까? 김성곤 안드레아의 인생은 우리 주변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중년의 아저씨 모습이다. 누군가는 그런 중년의 모습에 혐오감을 드러낼지언정 그 모습에 자유로운 사람 또한, 많지 않을 것이다. 인생은 내 의도와 상관없이 흘러가고, 중심을 잡지 못해 허둥댈 수도 있다.
내가 이 책을 아이들과 읽고 싶은 이유는 하나다. 우리에게 성공은 무엇이고, 실패는 또한 무엇이며,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아직 20대 초반인 울 아이들에게 이런 책은 가벼우면서도 조금은 무거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주제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것인지, 어떤 삶이 잘 사는 것인지, 성공으로 승승장구만 할 수 없기에 실패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물론 글이, 소설이, '만약에'가 답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책을 통해, 이런 상황에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무슨 생각으로 헤쳐나갈지 고민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살면서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 혹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 지푸라기를 잡을 수 있다면 나는 그걸 잡게 될까? 그걸 잡든 말든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그 상황이 되었을 때 나에게 지푸라기 같은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 그 지푸라기 덕엔 변화를, 달라짐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금 이 시대, 험난하고 힘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김성곤 안드레아. 당신들을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