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괜찮은 게 타인에게는 괜찮은 게 아닐 수 있으니

고독사 워크숍 (박지영)

by 꿈에 날개를 달자

우리는 고독을 가꾸기 쉽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지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과거와 미래에 우리의 가족과 이웃에 지나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25~26)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면 모욕도 모욕이 아니었다 (35)

생각해 보면 삶도 마찬가지다. 완성되기까지는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도대체 왜 쓰였는지 알 수 없는 무의미한 장면들로 가득하다. 그 끝에 가면 결국은 이런 맥락에서 필요했구나, 꼭 필요한 장면이었구나 하면서 납득할 수 있게 될까? (188)


어느 누구도 나는 고독사를 할 거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고독사가 꿈이야. 이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고. 하지만 어쩜 우리는 모두 잠재적 고독사 고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아이들과 남편이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나이 먹고, 각자 사는 게 바빠 자주 연락하지 못한다면, 고독사에 자유롭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고독사 하기 위해 사는 건 아니야. 그러니 나는 그럴 일 없어.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고 싶지만. 모르겠다. 품 안의 자식이라고 아이들을 끼고 살 수 없는 노릇이고, 같이 산다고 해도 때론 거리두기가 활발해 터치하지 않는 게 미덕이 될 수 있다. 나의 인생이나 아이들의 아니 우리 인생이, 내 삶이 어떤 모습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고 고독사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발적인 고독사라면.


‘고독사를 시작하겠습니까?’ 어느 날 날아온 고독사 워크숍의 초대장. 초대장을 보낸 곳은 심야 코인 세탁소. 스팸 메일 같지만 스팸은 아니다. 피할 수 없는 고독사의 불안. 그 불안의 마음을 읽고 보내는 초대장에 사람들은 혹 한다. 고독사 워크숍 운영진은 고독사를 준비하자 제안하고 어떤 참가자들은 고독사를 실행할 장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우리는 그들과 관계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외로운 사람들이 많았던가? 이렇게 고독한 사람들이 많았던가? 핸드폰 전화번호. 그 전화번호로 내가 외로울 때, 울고 싶을 때, 웃고 싶을 때, 아무렇지 않게 전화할 사람이 있을까? 나의 기쁨을 나의 슬픔을 아무런 색안경 끼지 않고 함께 해 줄 그런 사람이 있을까? 나이 들수록 핸드폰 전화번호에 번호가 줄어든다. 지워진다. 어떤 사건과 사고, 혹은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람들의 민낯을 보게 되고 정리가 된다.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곁에 남지 않는 사람도 존재한다. 그게 인생사라고, 누구나 다 그렇게 된다고 말하고, 그렇기에 실망하거나 아파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다짐과 현실은 언제나 다르다.


20대의 아이들에게 이런 인생의 명암을 이야기한다고 수긍할 수 있을까? 주변에 친구가 많고, 언제라도 의기투합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고 믿는다. 물론 그 믿음이 깨지지 않고 지속되면 좋겠지만, 인생을 이만큼 살아보니 그걸 장담할 수 없다는 거다. 하지만 나는 안다. 미리 이야기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관계에 대해 사람에 대해 대비할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이런 책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은 너무 먼 나라 이야기일 수 있다. 창창한 아이들에게 고독사를 준비하라니?


고독사를 미리 준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게 지금의 우리 현실인지 모른다. 고독사에 자유로운 사람이 몇이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독사가 외로운 사람들의 아픔이라고 치부할 수 없을지 모른다. 앞으로는. 자발적 고독사가 일상이 될지도 모르니까. 백 세를 기준으로 이제 나는 반환점을 맞이했다. 예전과는 다르게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한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괜찮다’는 의미가,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나에게 괜찮은 게 타인에게는 괜찮은 게 아닐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냥 살기로 했다. 오늘 하루, 사소하고 시시하지만, 그 하루가 모여 미래의 내가 된다는 사실에, 썩 괜찮은 사람은 아니어도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아 냈음에 만족하려고 한다. 삶과 죽음.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는데 참 어렵다. 잘 사는 것도 잘 죽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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