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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에 날개를 달자 Nov 10. 2022

엄마가 미치도록 짜증난다면, 엄마도 너 때문에 짜증나

우리 엄마는 왜? (김고연주)

학창 시절 나에게 엄마는... 애와 증의 사이에서 묘하게 양다리를 걸친 감정이었다. 딸 셋에 아들 하나였던 우리 집은 오빠에 대한 엄마의 사랑이 무한정이었기에 오빠에게 무례한(?) 내가 엄마 입장에서 마냥 좋을 수 없었다. 오빠에 대한 사랑을 감출 수 없었던 엄마의 행동이 내 입장에선 편애로 보였고, 바로 밑이었던 난 오빠를 향한 짝사랑에 정신 차리지 못한 엄마가 밉기도 했다. 같은 여자 입장, 그리고 고생하는 엄마란 입장으로 생각한다면 한 없이 효도해야 마땅하지만, 때론 부당하다 싶게, 오로지 오빠를 향한 엄마의 사랑을 만나게 되면 그게 그렇게 싫었다. 오빠와의 차별이 나는 왜 인정할 수 없었는지. 엄마가 되고 보니 세상에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은 없지만, 유난히 좋아하는 손가락이 있다는 것. 그걸 알아버렸다.


아이들에게 엄마란 존재는 참 묘하다.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은 분명하지만, 엄마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너무 많이 간직한 사람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것은 맞는데 사랑하는 방법이나 방향이 아이들과 다르다. 누구보다 생각의 차이나 간극을 쉽게 메울 수 있을 것 같지만, 쉽지 않은 게 또한 엄마다.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나지 않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다. ‘우리 엄마는 왜’란 책은 엄마를 아이들 입장과 3자의 입장에서 엄마를 파헤치고 이야기한다. 매니저 엄마, 일하는 엄마, 아빠와 엄마, 싱글엄마, 딸이었던 엄마, 인간 엄마... 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사람이었고 누군가의 딸이었다는 사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의 엄마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한국에서의 엄마는 아이의 성취를 통해 가정과 사회에서 인정받기 때문에 여성 또는 인간이 아니라 ‘아이의 양육자’로 살게 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사람들은 말한다.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키웠기에 애가 저 모양일까?’ 엄마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그 모든 것이 엄마 탓이란 말은 좀 거북하다. 아이가 어떤 레벨이냐에 따라 엄마의 목에 깁스를 하냐 마냐가 되는 현실. 어이가 없지만 현실 또한 그렇다는 것이 우습다. 이에 비해 엄마의 사회적 능력은 부수적이다. 엄마가 사회적으로 성공해도 아이가 개차반이면 사람들은 말한다. ‘자식은 저 모양으로 키워놓고 자신은 성공했다고 난리다.’ 아빠들에게는 그런 말 하지 않으면서 왜 엄마들에게는 이렇게 가혹한지...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라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내 모습 같아 웃음도 나오지만 이상하게 묘한(?) 한방은 없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고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알다가도 모를 엄마의 속마음을 심층 탐구하고 연구했다지만.. 모든 엄마에게 적용되는 건 또 아니라는 것도 이 책의 한계 일 수 있다. 하지만 사춘기인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욕심을 부리고, 그 욕심을 부릴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를 이해하는 것. 엄마의 세대와 지금 우리 아이들의 생각 차이. 엄마이기 전에 누군가의 딸이었고, 외할머니의 희망이자 선물이었던 엄마. 아이를 낳고 희생하기까지의 엄마..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엄마한테 전화하고 싶어 질까? ‘엄마 저를 키우느라 고생하셨어요.’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될까? 오늘 우리 엄마가 미치도록 짜증 난다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엄마도 너로 인해 미치도록 짜증 날지 모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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