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모 Aug 03. 2019

내 상처가 아이에게 흘러갑니다.

첫째는 저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부딪힙니다.

아이가 가진 부족한 면이 제 모습을 꼭 닮았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행동 하나, 하나가 눈에 거슬릴 때가 있습니다.

솔직히 거의 매일 그렇습니다.

아이가 학교 가기 전 잠시 함께하는 2~30분사이에도 그렇습니다.

눈 뜨자마자 신경질을 냅니다.

짜증을 냅니다.

아이는 주눅이 듭니다.

눈물이 그렁그렁.

그렇게 등교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굳어버린 내 얼굴표정 만큼이나

내 가슴도 굳습니다.


아이의 모습이 눈에서 사라집니다.

그때부터 내 속에서 재판이 벌어집니다.

대체 왜 그렇게 행동했냐며 검사측은 저를 공격합니다.

변호인이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어쩔수 없었다고.

내가 가진 단점으로 인해 받은 고통들을 아이에게 물려주고싶지 않았다고.

검사측은 말합니다.

설령 그럴지라도 왜 그렇게 감정적이었냐고.

아이의 마음에 그렇게 대못을 박아가면서까지 아이의 성격을 뜯어고치는게 맞냐고.


저도 혼란스럽습니다.

솔직히 아이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방법은 능숙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조금은 투박합니다.

아이에게는 고통입니다.

결국 내가 가진 상처가 그대로 아이에게 흘러갑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일,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그 일에 대한 걱정 때문에

아이의 가슴은 또다시 시퍼렇게 멍이 듭니다.


결국은 내가 문제입니다.

내가 먼저 회복되어야 합니다.

내 가슴에 들어있는 시퍼런 멍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내 아이의 가슴에 또 다른 멍을 새길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태어난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이해하는 것.

너무나 단순하지만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매번 실패하여 후회하고 또 후회합니다.

먼저 나를 사랑하는 법을 연습해야겠습니다.

그래야 내 아이도 사랑할 수 있을테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도 또 미안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