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김하나

카피라이터의 지적 자산은 한계가 없다

by 운고



삶에 아이디어가 필요한 순간, 우선 농담부터 시작할까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사람들은 신의 존재가 증명되었다 해서 믿고, 그러지 않았다 해서 안 믿는 것이 아니다. 믿기를 원하기 때문에 믿고, 믿으므로 신이 존재하는 것이다.


-Everything you need is already inside

당신에게 필요한 모든 건 이미 당신 안에 있다. 참 좋아하는 나이키 광고의 카피다.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 꼭 무언가를 갖추고 마련할 필요는 없다. 당신이 이미 가진 것에서 창의성은 시작된다.


-취하라

늘 취해 있어야 한다.


로맹 가리의 소설 <자기 앞의 생>에는 이런 제사(題詞)가 있다.

그들은 내게 말했다.

"넌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 때문에 미쳐버린 거야."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인생의 참맛은 그런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걸."


-별일 없이 산다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것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오늘 밤 절대로 두 다리 쭉 뻗고 잠들진 못할 거다

그게 뭐냐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별일 없이 산다' 가사의 일부다. 내내 자신이 별일 없이, 이렇다 할 고민도 없이 살고 있다는 자랑이다. 그것참 듣고 보니 별일 없다는 얘기가 어쩐지 대단하게 느껴진다.


-어디에 담을 것인가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은 요하네스 베르메르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영화에 담으려는 시도다. 음악과 함께 세트로 발표되는 뮤직비디오라는 장르는 무엇인가? 음악을 영상에 담아내는 것이다.

본질은 특정한 그릇에 갇히지 않는다. 위대한 예술가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마일즈 데이비스는 트럼펫으로 스페인을 스케치했다. 칸딘스키는 그림으로 음악을 그려냈다. 가우디는 자연을 건축으로 담아냈고 이창동은 시를 영화로 품었다.


나는 이 말을 무척 좋아한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나의 친구가 이런 명언을 남겼다.

"친구들은 사회적 정서적 안전망이다."

우리는 이 말을 자주 중얼거린다.


나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 전혀 다른 시기에 전혀 다른 곳에서 데려온 두 녀석은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자기 혀가 안 닿는 뒤통수를 서로 핥아준다. 그래, 서로 손잡으면 조금은 더 살 만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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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 더 푸' 푸스틱 놀이 블론드 엠미션 투어 마돈나(장 폴 고티에)


의도치 않게 두 번째다. 이래서 표지 디자인이 중요한가 보다. 재밌는 서체가 눈길을 붙들었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타이틀도 정다움이 가득이라 좋았다. 지난번에도 이런 이유로 읽었을게다.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있는 문단들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이 컸다.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 읽기를 권유하고 싶다.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로 살아내려면 독서는 일상이고, 신문이나 방송 등을 섭렵하며 중요한 것들을 메모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으리라는 짐작은 가능한데 그래도 대단하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몇이나 될까. 각 챕터 당 세 사람만 잡아도 44*3이면 132명, 결코 얕은 지식으로는 해 낼 수 없는 작업이다. 챕터 속 주제를 선명하게 하는 예화를 선별하는 예리함도 놀랍고 무엇보다 그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음이 감동이었다. 상식 부자가 되고 있다는 포만감을 만끽하며 술술 재미나게 읽었다.


삶에 아이디어가 필요한 순간, 우선 농담부터 시작할까요?


첫인사부터 섹시하다.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농담'으로 유혹하다니 무장해제하고 달려드는 수밖에.


아이디어는 더하기보다는 빼기라는데 적극 공감한다. 비우고 내려놓으면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내 경험에서도 이런 순간들이 있었다. 삶에 무언가를 보태기보다는 덜어내는 데 지혜를 모으려는 나의 오랜 생각에 확신을 얻었다. 이런 생각들이 실천으로 이어지려면 혼자는 금세 느슨해질 수 있으니 주변의 으쌰 으쌰가 필요하다. 작가는 주변의 지인들과 '얕은 지식 모임'을 운영하며 서로의 지혜를 나누고 있다고 한다. 내 주변의 인력 풀도 마음만 먹으면 각자 한 분야 정도의 얕은 지식 전파는 가능할 듯도 한데 그 뜻 모으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할 수만 있다면 배움과 보람과 소통의 장을 확보하는 일, 해보고 싶다. 정서적 안정감에도 크게 도움이 될텐데.


농담은 여유


담백한 농담이 내 안에 충만하기를 그리하여 늘 깨어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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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예화가 호기심 천국이다. 시계 알이 없는 시계, 뿔 가슴 무대 의상, 미리 망가져서 제작된 캐리어 그리고 일그러진 인물화 ᆢ. 이 책으로 처음 알게된 남다른 발상들! 세상엔 남다른 생각들이 넘쳐난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이 신박한 생각들을 모르고 죽는다면 억울할 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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