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때려치고 카페나 차릴까?
"넌 꿈이 뭐니?"
"선생님이요!"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교사의 꿈을 키워왔다. 교육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고교 3년간 내신을 1점대로 맞췄고 각종 대외활동에 예체능 과목까지 최선을 다했다.
마침내 교대에 진학하고 나서는 임용고시라는 큰 산이 남아있었고, 1년간의 노력 끝에 합격하여 24살의 나이에 꿈에 그리던 교단에 설 수 있었다.
나의 청년기는 오로지 '교사'가 되기 위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던 셈이다. 마침내 교사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나는 가족은 물론 친구들의 자랑이었다. 나는 꿈을 성취해낸 승리자였고 마음껏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발령난 학교는 교육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기피학교였고 아무것도 모르는 신규 교사인 나에게 이름난 문제학생과 기피 업무를 떠넘겼다.
부푼 꿈을 안고 교직에 입성한 나는 영문도 모를 각종 행정업무들과 매일같이 일어나는 사건사고에 치여 같은 처지의 발령 동기들과 술로 밤을 지새웠다.
폭식과 폭음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다보니 몸은 어느덧 100kg이 넘는 비만 체형이 되었고, 수면 부족으로 정신건강 또한 피폐해져갔다.
가장 힘든 것은 멋진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 대학 동기들과의 비교였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아이들이 곱게 쓴 편지와 선물을 받는 동기들, 각종 수업 경연대회에 나가 상을 타는 선후배들이 매일같이 올라왔다. 나는 하루 하루 일이 안 터지기만을 바라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선생님이 되어 꿈을 이룬 줄 알았는데. 내가 살고 있는 삶은 꿈 속이 아니었다.
'교사'는 중간 지점일 뿐, 나의 '꿈'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뒷통수를 얼얼하게 만든 한 문장을 발견한다.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
이 문장을 처음 말한 사람이 나를 보았다면 등짝을 세게 내리쳤을 것이다. 나는 고작 '명사'가 되기 위해 그 치열한 삶을 살아냈던 것이 아니었으니까.
교사라는 '직업'은 나의 꿈을 이루기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사실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꿈은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되기'였다. 통렬한 반성 끝에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나는 조금 달라졌다.
우리 반 말썽쟁이들과 방과후에 롤과 배틀그라운드를 했다. 여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를 최대한 외웠다. 점심 시간이면 혼자 도서관으로 향하는 아이와 서로 책 추천을 했다. 따돌림을 당해 힘들다며 찾아온 학생을 오랜 상담 끝에 친구들과 눈물의 화해식을 만들고, 여자 친구와 헤어져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간 학생과 '나도 그런 일을 겪었었지.' 하며 사나이끼리의 비밀을 만들었다.
그러자 아이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일기에는 가끔씩 나에게 쓰는 편지가 등장했다. 친구 문제, 공부 문제로 힘들 때면 옆 반 아이들도 편하게 나를 찾았다. 복도를 지날 때면 다른 반 학생들도 달려와 말을 걸고 인사했다.
그러다보니 수업에도 힘이 실렸다. 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주제를 다른 요소와 흥미롭게 버무려 가르쳤고, 주변 선생님들과 학부모들도 서서히 나를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꿈'에 다가서기 시작한 것이다.
나의 이야기에 감정적인 이입이 되는가? 고맙긴 하지만 카페 사장이 되려는 당신은 다시 대문자 T모드로 돌아가야 한다.(1강을 참조하시라)
T모드로 돌아가 정리를 해보자면,
과거의 나는 꿈에 그리던 직업을 성취하고 목표를 이루었다. 하지만 낮은 업무성과와 채워지지 않는 인정욕구, 목표의식의 부재로 인해 직업적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한 직업적 전문성 증진과 그로 인한 사회적인 인정이 직무 만족도를 상승시켜 끝내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교육학자 데시(Deci)와 라이언(Ryan)은 자기결정성 이론을 통해 직업적 만족도를 결정짓는 3가지 심리적 요소를 설명한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입한다면 다음과 같은 예시가 나올 수 있다.
1. 자율성(Autonomy) ->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가?
2. 유능성(Competence) -> 교사로서의 교육과정 수행 및 행정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고 있다고 느끼는가?
3. 관계성(Relatedness) -> 동료 교사 및 학생, 학부모들에게 좋은 교사로 인정받고 있는가?
이 3가지 요소는 다양한 직업에 적용 가능하며 모두 충족할 시 높은 직업 만족도를 느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점이 있다. 교사는 공무원으로서 연차에 따라 정해진 연봉을 받는다. 즉, '돈(소득)' 이라는 변수가 빠진 것이다. 하지만 카페 사장은 어디까지나 자영업자로서 이윤추구를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한다.
분명히 할 점. 당신이 어떤 동기와 목적으로 카페를 창업하려고 한들, 그것을 달성하려고 한다면 카페가 상업적으로 '성공'해야만 한다.
이것은 절대적이고 불변한 것이다. 당신의 카페가 잘돼서 원활한 수익이 발생해야만 '카페 사장'으로서의 당신이 존재 가능하다!
굳이 이 부분을 강조하는 까닭은 '나는 큰 돈 벌 생각 없어.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거야.' 라는 안일한 생각을 실패에 대한 보험으로 포장하려는 사람들이 카페 업계에 많기 때문이다. 이런 삶의 방식은 존중하지만 적어도 당신이 장사에 뛰어들기 전의 신규 창업자라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한다.
집에 돈이 넘쳐나서, 커피에 관심이 많아서 카페를 차리려고 한다면 질 좋은 원두와 그라인더를 사서 홈 카페를 만들면 된다. 은퇴 후 소일거리 정도로 카페를 하려고 한다면 차라리 그 자금으로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 업계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낭만적(F)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업계 종사자들에게 카페 시장은 그리 말랑한 곳이 아니다!
그렇다면 카페 사장으로서의 직업 만족도를 결정짓는 3요소를 두가지 시선(T의 시선과 F의 시선)으로 구분하여 정리해보겠다.
1. 자율성: 돈이 없으면 당신은 가게의 '부품'으로 전락한다.
많은 이들이 상사 눈치 안 보고 내 마음대로 일하고 싶어 카페를 차린다. 하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 순간(비즈니스 모델 작동 불가), 자율성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알바생 시급이 아까워 사장인 당신이 12시간 내내 카운터를 지켜야 한다면, 그것이 과연 자율적인 삶일까? 월세를 내기 위해 영업시간을 늘리고, 알바생을 줄이고, 하루 종일 일만 하는 '명목만 사장'인 케이스가 유독 카페에 많다. 진정한 자율성은 '자본의 여유'로부터 나온다.
2. 유능성: 장사의 유능성은 매출로 입증된다.
내가 교실에서 아이들의 인정을 받으며 유능감을 회복했듯, 카페 사장에게도 인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영업의 세계는 학교보다 훨씬 냉정하다. 손님이 오지 않는다면 당신이 아무리 맛있는 커피를 내린다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시장이 당신의 유능함을 인정하는 유일한 방식은 당신의 계좌에 숫자를 더해주는 것이다. 자본주의 세계의 장사꾼으로서, 매출이라는 숫자가 뒷받침되지 않는 전문성은 소리없는 아우성에 가깝다.
3. 관계성: 잔고가 바닥나면 인류애도 바닥난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업무에 적응하고 '심리적 여유'를 찾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카페도 마찬가지다. 당장 이번 달 월세 걱정에 피가 마르는 사장에게서 진심 어린 환대가 나올 수 있을까?
성공한 사장은 손님에게 여유로운 미소를 보낼 수 있고, 냅킨을 아무리 가져가도 아쉽지 않으며, 가끔 등장하는 진상에게 당당할 수 있다. 알바생에게, 손님들에게, 가족 및 친구들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최상의 밑천은 바로 넉넉한 통장이다.
당신이 '카페 사장'을 꿈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당신의 진짜 꿈은 '성공을 거머쥔 카페 사장'이 된 후에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교사'가 된다는 중간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야 '기억에 남는 선생님 되기'에 닿을 수 있었듯이, 당신도 '성공한 카페 사장'이 되는 중간 목표를 달성해야 당신의 영혼이 원하는 꿈에 닿을 수 있다.
단순히 커피를 파는 행위(명사)에 매몰되지 말자. 시장에서 승리하여 수익을 거두고, 그 수익을 바탕으로 자율성과 유능성을 획득하는 일련의 과정(동사)이 당신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카페 업계에는 '유리 감옥'이라는 말이 있다. 돈에 쪼들려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한 채 그저 손님을 기다리는 자신의 카페를 자조적으로 칭하는 단어이다.
애정을 다해 만들어낸 자신의 공간을 그렇게 칭하다니 이 얼마나 비극적인가. 가슴 아픈 일이다.
나의 글을 읽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공간이 '감옥'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머리를 쥐어짜내보겠다고 약속한다.
다음 글에서는 조금 가벼운 주제로, '당신이 놓치기 쉬운 카페 창업 체크리스트- 개인편'을 다뤄보도록 하겠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