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때려치고 카페나 차릴까?
카페를 차리고 운영하다 보면 정말 수많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물론 회사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다가도 다양한 문제를 맞닥뜨리게 되지만, 사장이 된 당신은 훨씬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가장 쉬운 문제이다. 카페가 너무 바빠서 일손이 모자르다거나, 시공을 한 곳에서 물이 샌다거나, 손님이 카페에서 다친다거나 하는 문제는 돈으로 해결 가능하다. 마음 고생할 것도 없고 해결하기 위해 골머리를 싸맬 필요도 없다.
두 번째로 쉬운 문제는 사장의 노력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이다. 손님들이 커피가 맛이 없다고 한다거나, 매장관리가 잘 안 된다거나, 마케팅 혹은 브랜딩이 부족하여 매장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거나 하는 문제들은 사장이 공부하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우리가 돈과 노력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그 문제들이 자신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다 때려치고 카페나 차릴까?' 2~5강의 핵심 개념은 바로 '메타인지'이다. 카페라는 객체를 공부하기 전에 그것을 운영할 주체(나)를 먼저 파악하기 위해 이렇게 구성하였다.
카페의 방향성을 잡는 것도 '나'고, 카페를 운영하는 것도 '나'다. 커피를 내리는 것도, 디저트 종류를 구성하는 것도, 인테리어 컨셉을 정하는 것도, 손님을 응대하는 것도, 마케팅을 선별하는 것도 모두 사장인 '나'를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번 시간에는 카페를 운영하지 않는 여러분이 간과하기 쉬운 개인적 요소들을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만들어 풀어보도록 하겠다.
1. 당신은 충분히 건강한가?
자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하는 질문이다.
처음 매장을 개업하게 되면 처음 1년간은 거의 쉬는 날 없이 일을 해야 한다. 보통의 1인 카페 사장들은 주 6일, 10~12시간 정도를 근무한다. 카페라는 업종 자체의 업무 강도는 높지 않지만 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순수익이 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몸을 갈아서 월세를 메꾸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 제빵을 하게 된다면 업무 강도는 수직 상승한다. 이른 오전부터 빵을 발효시키고 준비해야 함은 물론이고 무거운 베이커리 집기류에 손목이나 어깨에 고질병을 얻는 일은 매우 흔하다.
여자 사장이라면 임신 및 출산에 대한 염두도 반드시 해야 한다. 임신한 몸으로 장시간의 근무는 거의 불가능할뿐더러 출산을 하게 되면 당분간 매장 운영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젊은 사장님들이 잘 운영되고 있던 가게를 헐값에 내놓게 되는 많은 경유가 임신 및 출산 때문이다.
2. 당신에겐 '좋은 미감'이 있는가?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제공하는 곳이 아닌 고객에게 좋은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는 곳이다. 따라서 카페는 필연적으로 인테리어와 가구, 집기에 거액을 투자하게 된다.
예산이 충분하다면 인테리어 업체에 웃돈을 주고 일임하면 그만이라지만, 결국에는 언젠가 카페 사장 본인의 감각이 카페에 적용되는 순간이 온다.
서울의 유명 인테리어 업체가 시공을 했다고 하여 찾아갔던 카페가 있다. 처음에는 인플루언서들이 줄을 서서 다녀가고 지역의 명물로 인기를 끌었지만 어느 순간 시들해지고 만 것이다. 직접 원인을 분석해 보니 매장 곳곳에는 A4용지로 대충 인쇄한 안내문이 곳곳에 붙여 있고, 스피커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올드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당신이 평소에 '촌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거나, 옷을 잘 못 입는다거나, '투박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미감이 일반적인 기준에 조금 뒤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3. 당신은 인간관계에 능숙한가?
카페 사장이라는 직업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가 인간관계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는 착각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다.
사장이 된 당신은 눈치 봐야 할 상사도 속을 썩이던 부하도 없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 건물주와 말 안 듣는 알바생이 자리를 대신한다. 상가에 입점한 곳이라면 주차 문제로 주변 가게와 실랑이를 벌이거나 공동 화장실 관리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썩곤 한다.
거래처와의 관계 또한 온전히 당신의 몫이다. 공사가 시작되면 인테리어 업체에서부터 타일, 배관, 전기 등등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있는지, 당신의 의도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면밀히 관찰하여 지적해야 한다. 상당히 많은 업체들이 선수금을 받은 뒤엔 태도가 돌변하여 '갑질'을 시전 한다. 때로는 좋은 말로, 때로는 전사가 되어 싸워야만 당신의 공간을 온전히 꾸밀 수 있다.
손님들과의 교감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카페의 규모가 작을수록 사장과 손님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는 가까워진다. 따라서 소형, 중형 카페일수록 사장의 태도와 커뮤니케이션이 손님의 이용경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
4. 당신의 멘탈은 잘 단련되었는가?
장사를 하다 보면 '멘탈 붕괴'를 넘어서 '멘탈 폭발'까지 일으킬만한 산전수전을 다 겪게 된다. 카페는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이기에 친절로 무장하고 손님을 맞이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친절을 이용하는 나쁜 손님들이 언제나 존재한다. 기본적인 예의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무례한 손님들은 반드시 나타난다. 그들은 당신의 친절을 약점 잡고, 당신의 공간을 마음대로 휘두르려 할 것이다. 이때 사장의 멘탈이 흔들리면 매장 전체의 분위기가 무너진다.
억울한 비난에 밤잠을 설치거나. 무례한 요구에 하루 종일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당신은 이 전쟁터에서 너무 빨리 소모될지도 모른다. 악성 리뷰, 진상 손님 정도는 소주 한잔, 아아 한잔에 털어 넘길 각오를 하시라.
사실 멘탈이 가장 절실한 순간은 매출의 위기가 찾아온 시점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월세를 내야 하는 날이 코 앞인데 목표 매출은 아득하고 매장에는 손님 하나 없이 고요한 순간을. 그 순간에는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당신만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마치 추락 직전의 비행기 조종사처럼, 냉철하고 신속한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자, 그럼 간단한 설문으로 당신의 현재 상태가 카페 창업에 적합한지 알아보도록 하자.
1점 - 전혀 그렇지 않다.
2점 - 약간 그렇지 않다.
3점 - 보통이다.
4점 - 그렇다.
5점 - 매우 그렇다.
1. 건강: 당신은 임신 및 출산계획이 없으며 12시간 서서 일하고, 무거운 짐을 옮기는 육체노동을 1년 내내 지속할 체력이 있는가?
나의 점수 [ ] / 5
2. 미감: 음악, 가구 배치, 메뉴판 폰트 하나까지 '촌스럽지 않게' 유지할 감각이 있는가?
나의 점수 [ ] / 5
3. 관계: 매장을 찾은 손님들과 소통하고, 말 안 듣는 알바생을 달래며, 다양한 업체 및 건물주와 협상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는가?
나의 점수 [ ] / 5
4. 멘탈: 무례한 손님의 공격에도 친절함을 유지하며 어려운 상황에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가?
나의 점수 [ ] / 5
15점 이상 - 당신은 카페라는 업종을 운영하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이제 카페의 세계에 대해 심도 있는 공부를 해도 좋다.
10점 ~ 14점 - 당신의 부족한 부분을 돈으로(전문 인력 고용, 시공 등) 메꿔야 하기에 초기 비용이 훨씬 많이 들 수 있다.
10점 미만 - 어쩌면 장사는 당신의 길이 아닐 수 있다. 당신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창업을 다시 생각해 봄을 추천한다.
지금까지 당신이 지닌 개인적 요소들이 카페 창업에 적합한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것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은 끝났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를 언급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이제는 '나'에 대해 파악하는 시간을 지나 '적'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할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내용의 큰 줄기를 소개한다면, 카페라는 업종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에 대한 구분. 카페의 형태와 규모에 따른 영업 전략. 개인 카페 vs 프랜차이즈 카페. 등의 다분히 상업적이고 전략적인 요소를 설명할 예정이다.
그중, 카페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라는 개념은 그 중요도가 특히 큰 탓에 이어질 세부 내용에도 지속적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다음 시간에는 나의 이론의 정수인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라는 개념에 대해 배워보도록 하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