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때려치고 카페나 차릴까?
지난 시간에는 카페를 이루는 구성요소를 '고정성' 여부와 성질에 따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분류하였다.
하드웨어(Hardware) - 상권, 입지, 인테리어, 규모(좌석 수)
소프트웨어(Software) - 카페에 어울리는 서비스, 메뉴, 컨셉, 브랜딩
그리고 창업자들의 연령에 따라 연령이 낮을수록 소프트웨어에, 연령이 높을수록 하드웨어에서 강점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성공한 카페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둘 다 최선의 조건으로 만들면 되는 것 아닐까?
커피와 제빵을 열심히 공부한 뒤, 좋은 입지에 크고 멋진 카페를 차려서는 양질의 원두와 디저트를 친절하게 제공한다면 성공은 보장된 거나 다름없단 말이지 않겠는가.
미안하지만 절반만 맞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고, 기회비용을 가장 효율적인 방향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하고, 또 각 매장에 따라 맡는 역할의 비중 또한 다르다.
어떤 매장은 강력한 하드웨어로 엄청난 매출을 창출하고, 어떤 매장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수십억이 들어간 대형카페와 경쟁하여 승리를 거두기도 한다.
오늘은 카페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단위 매장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예비 창업자인 당신은 어떤 부분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지를 가감 없이 알려드리고자 한다.
상상해보자. 당신은 파도가 치는 바다의 한복판에 떠 있다. 왜 뜬금 없이 바다에 가 있냐고? 이유는 근처에 금은보화가 가득한 보물섬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당신은 금은보화(돈, 행복)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하려는 것이다!
바다(시장)는 험난하다. 쉴 새 없이 파도가 치는 것은 물론이요, 강력한 태풍(위기)이 불거나 보물섬과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해류(불경기)를 만날 수도 있다. 심지어는 물 밑에서 당신을 노리는 상어(사기꾼) 또한 존재한다.
그런 바다를 아무 준비도 없이 뛰어든다면 결코 보물섬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괜찮다. 아직 당신은 육지에 발을 붙이고 있으니까!
우리에게는 두 가지 옵션이 있다.
1. 구명조끼와 튜브 등의 안전 용품을 구비한다. (하드웨어)
2. 꾸준한 운동과 수영 연습을 한다. (소프트웨어)
이 비유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역할을 설명해주겠다. 하드웨어는 '매장이 버티는 힘'을 만들어준다. 당신이 커피에 대해 그다지 진심이 아니더라도, 독특한 컨셉이 아니어도, 독보적인 브랜딩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입지와 상권, 그리고 규모가 받쳐준다면 당신의 매장은 일정한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매장의 방향성과 성장 동력'을 제공한다. 소프트웨어는 매장과 당신이 함께 성장하도록 돕는다. 소프트웨어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매장은 그저 예쁜 건물이 된다. 고객을 타겟팅하고 지속적으로 매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그것이 소프트웨어가 하는 역할이다.
자, 그럼 창업 예정자라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중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신경써야 할까?
정답은 '하드웨어'이다.
이 말에 태클을 걸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압도적인 맛과 독특한 아이디어로 성공한 매장이 얼마나 많은데 정답이 '하드웨어'라고 단언하냐?"고 따질 수도 있고 "불리한 입지의 소규모 카페도 브랜딩과 마케팅으로 얼마든지 대기업과 승부할 수 있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사례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제주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우뭇가사리로 푸딩을 만들어 제주도를 넘어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진 '우무(UMU)' 라던가 10평짜리 작은 공간에서 시작해 시그니처 메뉴인 '흑임자 라떼'로 강릉을 평정한 '툇마루 커피'는 하드웨어의 약점을 강력한 소프트웨어로 극복한 카페들이다.
그러나 이처럼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극복한 사례는 손에 꼽는 반면, 하드웨어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카페들은 무수히 많다.
나는 다를 거라고, '열정과 노력이라면 B급 상권, B급 입지에서도 승산이 있다', '조금 소박한 건물과 인테리어에서도 충분히 잘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크나 큰 착각이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특급 쉐프들과 경쟁해 '흑백 요리사 시즌 1'의 우승자가 된 권성준(나폴리 맛피아)도 이탈리아에서의 유학경험을 바탕으로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바'를 운영하였으나 폐업하였고, 인기 웹툰 작가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독특한 아이디어와 수준급의 요리실력으로 널리 알려진 김풍도 카페를 창업했다가 실패의 고배를 맛보았다.
이 두 사람이 가진 아이디어와 요리 실력, 장인 정신이 카페를 차리려는 당신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예비 창업가로서 '멀리, 빠르게 헤엄치는 법'만을 생각하느라 당신의 매장을 지탱해 줄 '구명조끼와 튜브'에 대한 공부를 등한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많은 카페 창업 예정자들이 라떼 아트와 디저트 레시피, 심지어는 고급 기술인 로스팅을 배우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그러나 이런 소프트웨어는 얼마든지 업데이트(Update)가 가능하다. 카페를 창업한 후로도 커피와 디저트를 더욱 맛있게 발전시킬 수 있고, 브랜딩과 마케팅 또한 충분한 매출이 있어야만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그러나 하드웨어는 다르다.
한번 정해진 하드웨어는 바꾸는데에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거나 심지어는 아예 수정이 불가능하다.
입지: 가게 앞 유동인구가 적다고 해서 사장이 없는 유동인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상권: 주변에 식당, 공원, 여가시설이 없는데 근처에 만들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규모: 작은 평수에서 시작해 테이블 회전율이 안 나오는데, 벽을 허물고 옆 땅을 침범할 수 있을까?
인테리어: 처음에 큰 돈을 들여 만들어놓은 인테리어가 촌스럽다며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면 어떨까?
지난 강의들에서 당신이 창업 예정자라면 내내 T의 시선을 유지하라고 이야기해왔다. 생존을 위해 적절한 하드웨어를 갖추는 과정이야말로 T의 시선(엔지니어의 자세)이 빛을 발하는 시간이다.
카페를 창업한다며 커피 공부, 디저트 공부를 먼저 떠올렸다면 즉시 꿈에서 깨어야 한다. 마케팅과 브랜딩 또한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는 매장을 운영하면서도 얼마든지 업데이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튜브를 타고서 바다에 떠 있다보면 결국엔 발길질하는 실력이 늘게 마련이다. 그러다가 파도가 너무 세차거나 반대로 물이 흐른다면 잠시 여유를 가지고 휴식을 취하면 된다.
그러나 맨몸으로 수영실력에만 의존한다면 거친 파도와 해류를 극복하는데에 기력을 소진하고 정작 목적지인 보물섬에는 도달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제서야 제대로 된 튜브나 구명조끼를 구비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면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자, 오늘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역할과 예비 창업자의 입장에서 무엇에 더 비중을 두어야하는지에 대해 배워보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하나 하나가 관련한 학과와 산업이 존재할 정도로 깊이가 있다. 각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신규 창업자들에게 각자 맡은 산업이 카페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할 것이다.
커피 장비 업체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라마르조꼬' 머신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열렬히 설명할 것이고 마케팅, 브랜딩 컨설턴트들은 자기네 업체가 망해가던 매장을 수십개나 살려냈다며 제안서를 들이밀 것이다.
이것이 신규 창업자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만드는 큰 요인이다. 지금 당장에 자영업 커뮤니티만 봐도 카페를 차린다고 하면 관련된 수십개의 업체가 줄을 서서 댓글을 단다. 그들 모두가 사기꾼, 거짓말쟁이는 아니지만 저마다의 이익을 추구하는 통에 신규 창업자는 정보를 얻으려다 더 큰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나 또한 마케팅 업체로부터 200만원을 고스란히 날려본 경험이 있고 납품 받던 디저트 업체의 잘못된 예측으로 2,000만원에 달하는 손해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손해는 결국 업주의 몫이며 '사장'이라는 직함을 단 이상 스스로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는 오히려 노이즈를 유발한다. 그 정보가 이해관계로 점철되어 있다면 특히 더 그렇다. 나는 당신이 잘못된 판단과 선택으로 소중한 시간과 재산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타자를 두드린다.(재미있기까지 한 건 덤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개별 요소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 풀어보도록 하겠다. 특히 하드웨어에서 입지와 상권, 인테리어에 대한 부분은 전문가이신 아버지의 감수와 도움이 필요하기에 필자의 공부의 깊이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고 글을 쓰려고 한다.
다음 시간에는 카페 창업자들의 영원한 고민거리, '프렌차이즈 카페냐 개인 카페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주제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