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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클 Jan 13. 2021

요 디제이 클래식 파리  에블바리 쉑 더 바디

클래식리믹스

돌이켜보면 클래식 음악에 대한 마음은 늘 양가적이었습니다. 유럽 전통이라는 맥락을 깊게 이해해야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지금-여기'가 어디인지를 잊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수련하며 음악 안으로 파고드는 태도가 아름다웠지만, 그 힘을 바깥으로 표출시켜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콘서트홀이라는 고향을 떠나 이 음악을 강변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듣고, 지하철의 소리와 함께 듣고, 조용한 방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듣고 싶었습니다.      


이번 작업은 동시대 음악에 능통한 음악가/DJ들이 만든 ‘클래식 리믹스’입니다. (구) 클래식 전공자이거나 클래식 애호가들이 만든 이번 믹스는 우리의 삶 속 시공간과 클래식을 연결합니다. 그것은 설레는 마음으로 콘서트홀에 가는 길이기도 하고, 늘 다니던 산책로이기도 하고, 항상 차가 쌩쌩 달리던 수도권의 도로이기도 합니다. 이 다분히 현실적인 공간 속에서 음악가들은 믹스에서 늘 그래왔던 것처럼 클래식을 다른 장르의 음악과 자유로이 뒤섞고, 연결하고, 마음껏 가지고 놀아보기도 합니다.

      

언택트 시대는 콘서트홀로 향하던 우리의 발길을 잠시 멈추었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음악과 음악을, 그리고 음악과 삶을 연결하는 새로운 지점들을 찾아냅니다. 클래식 음악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왔던 것은 빛나는 음악가들의 애정 어린 해석입니다. 첫눈에는 낯설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 또한 클래식 음악에 대한 동시대적 해석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리믹스를 듣다 보면 잊고 있었던 어떤 생각을 되찾곤 합니다. 세상에는 이렇게나 재미난 음악이 많고, 클래식도 그 음악들과 아주 다채롭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요.


기획·글 신예슬 (음악평론가)


<클래식 리믹스> 좌측부터 '나만의 빠히' 'For relaxing times, make it Suntory time'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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