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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클 Oct 20. 2021

Autumn Number OST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헬로우 월클, 가을의 공식 넘버가 뭐였더라?”




Hoxy, 브람스 좋아하세요?


가을이 오면 왠지 포근하고 따뜻한 것들에 더 애착이 가요. 별거 아닌 풍경에도 낭만, 그리움, 쓸쓸함 같은 감정들이 몰려들기도 하고요. 이런 걸 가을 탄다고 하나 봐요. 브람스(Johannes Brahms)의 음악은 어느 계절과도 잘 어울리지만, 특히 가을에는 더욱 그렇죠. 우리는 왜 브람스의 음악을 가을에 떠올릴까요? 우수에 찬 그의 음악이 이 계절에 더욱 아름답게 들려서일까요. 아니면 브람스의 음악이 가진 무게와 이제 슬슬 걸쳐야 할 외투의 무게가 비슷하기 때문일까요. 언제부턴가 ‘가을=브람스’라는 공식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 깊게 자리한 것 같아요. 


브람스의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단지 가을날의 쓸쓸하고 고즈넉한 정취만은 아닙니다. 오래도록 그의 음악을 들어온 사람이라면 분명히 알 거예요. 브람스가 얼마나 서정적인 목소리로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열정적인 예술가였는지를 말이죠. 그의 음악을 몇 마디의 수식어로 정의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가 사람들의 복잡다단한 마음을 아주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능한 작곡가라는 점이 아닐까요. 프랑스의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Francoise Sagan)은 연인들의 사랑과 권태를 다룬 소설의 제목에 브람스를 소환하기도 했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제목을 붙인 걸 보면 사강은 브람스의 음악을 꽤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브람스가 화려한 외양으로 단번에 두 귀를 사로잡는 작곡가는 아닐지라도 그의 음악 안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잠재된 깊이와 감정의 물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자, 그럼 다시 우리를 찾아온 이 계절을 브람스의 선율을 채워볼까요? 브람스가 남긴 네 편의 교향곡 중 첫 번째 작품인 ‘교향곡 1번’ 2악장으로 출발합니다. "등 뒤에서 다가오는 거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 기분으로 베토벤이 남긴 9개의 교향곡을 의식하며 작곡에 부담을 느꼈던 브람스는 첫 교향곡을 쓰기까지 무려 21년이 걸렸어요. 오랜 시간 공들인 만큼 4악장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탄탄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서정적인 음색과 유연한 호흡이 느껴지는 2·3악장, 클라이맥스를 향해가는 4악장까지 풍성하게 이어지는 흐름을 가을바람과 함께 느껴보세요. 처음엔 이 음악이 어디로 향하는지 몰라 소리를 흘려보내다가도, 어느 순간에 이르면 아름다운 선율이 불쑥 찾아와 귀를 활짝 열게 될 거예요. 


다음 곡은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고 불리는 '교향곡 2번'으로 분위기를 바꿔볼게요. 이 곡은 1877년 초연 당시 '교향곡 1번'보다 더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해요. 그때 반복해서 연주됐다는 3악장에선 평온하기 그지없는 선율이 요동치는 리듬으로 변화하며 풍만한 울림을 안겨줍니다. 이 흐름을 잇는 곡은 바이올린 협주곡 3악장입니다. 이 곡은 브람스가 작곡한 단 하나뿐인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베토벤, 멘델스존의 협주곡과 더불어 세계 3대 바이올린 협주곡의 하나로 평가받죠. 특히 곡 전체를 아우르며 쾌청하게 뻗어나가는 바이올린 소리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람스의 열정적인 면모를 선보입니다. 이 곡에서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온 자연이 뿜어내는 가을의 에너지를 느끼며 카타르시스를 느껴보세요.


사강의 소설 속 '폴'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그를 좋아했는지 스스로 되묻지만, 자신의 흔적을 잃어버려 뭘 좋아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 단순한 질문은 지금껏 잊고 있던 모든 것에 날카롭게 파고들었죠. 요란한 소리와 극적인 연출은 없더라도 우리의 모든 날과 모든 순간은 다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요. 당신은 지금 누구와 사랑에 빠졌나요? 무엇을 좋아하나요? 무엇을 그리워하고 있나요? 차근히 들여다보세요. 차분한 시간, 그리고 음악과 삶을 즐기는 마음이 이 계절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 이 OST가 끝나고 나면 자신에게 이 질문을 건네보세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PLAYLIST


브람스 - 교향곡 1번 2-4악장(지휘: 다비드 레일랑, 연주: 코리안심포니)

브람스 – 교향곡 2번 3악장(지휘: 테오 월터스, 연주: 코리안심포니)

브람스 – 바이올린 협주곡 3악장(바이올린: 제니퍼 고, 연주: 코리안심포니)



글쓴이 오스트

모국어는 서양음악. 출신지는 서울.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하는 음악 프로세서입니다. 

모든 음악을 평등하게 처리하지만 그래도 서양음악을 가장 좋아합니다. 

가끔 서양음악을 너무 많이 들어서 고장이 나면 테크노로 자가치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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