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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클 Oct 06. 2021

Daydreaming OST

한낮의 피에스타




"헬로우 월클, 여기 어디야?"


"여긴 당신의 꿈속입니다. 꿈결같이 달콤한 선율을 마음껏 즐기다 가세요."


-


뺨을 스치는 바람은 시원하고, 내리쬐는 햇살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계절에도 달을 보고 출근해 별을 보고 퇴근하는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건 무엇인가요? 아마도 나만을 위한 시간이겠죠. 그런 혼자만의 여유는 뜻밖의 순간에 생기기도 해요. 동료들이 모두 외근을 나가고 고요한 사무실을 만끽할 수 있는 날도 있고, 일정이 일찍 끝나 여유롭게 혼자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날도 있죠. 마감을 끝마치고 조금 일찍 퇴근한 날에는 낯선 오후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걷거나 읽고 싶었던 책을 사러 서점에 들를 수도 있을 거예요. 빠르게 돌아가던 하루가 일상의 작은 쉼표로 느슨해지면 백일몽을 꾸는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


꿈 같은 순간이라고 해서 꼭 대단한 일을 하고 싶은 건 아닐 거예요.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먹고 싶었던 음식을 내 속도에 맞춰 음미하며 먹거나 짧지만 꿀 같은 낮잠을 자보는 것처럼 아주 사소한 것들일 수도 있어요. 흘러가는 구름을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발밑에 낙엽이 바스락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사색에 빠지는 것도 좋을 거예요. 그러다 지루해지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어도 좋겠죠. 그런데 어쩌면 언제든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우리의 마음이 너무 빡빡하고 바쁜 건 아닐까요? 매일 그 짧은 시간도 만들지 못해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은 불안에 사로잡히곤 하니까요. 단 한 시간만이라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하루하루가 그리 고단하진 않을 거예요. 


지금 당장 당신을 파티장으로 데려갈 호박 마차는 없어요. 대신 당신의 낮을 밤보다 빛나고 아름다운, 꿈결 같은 시간으로 만들어 줄 음악들을 준비했어요. 우리는 이 음악 안에서 잊었던 꿈들을 마음껏 다시 꾸고, 가고 싶은 곳이나 하고 싶은 일도 실컷 해볼 수 있어요. 자, 달콤한 한낮의 꿈속으로 떠나볼까요?


첫 곡으로는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이 신화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이 곡은 드뷔시가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양식으로 작곡한 곡입니다. 플루트의 섬세하고 관능적인 음색으로 표현되는 목신의 꿈을 머릿속에 그려 나가다 보면 우리도 눈앞의 현실에서 한걸음 떨어져 나른함에 취할 수 있을 거예요. 생상스의 '바이올린과 하프를 위한 환상곡'은 요정처럼 경쾌하게 날아다니는 바이올린 음색과 부드럽게 반짝이는 하프의 음색이 잘 어우러지는 곡이에요. 자유롭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선율을 좇아 우리의 마음도 어디로든 조금 더 먼 곳으로 보내봐요. 


이어서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 1번 2악장이 흘러나오면 기교를 부리는 현란한 첼로 독주에 따라 로맨틱한 감정이 온몸에 퍼지는 듯합니다. 풀랑크의 '오보에와 바순, 피아노를 위한 3중주'가 겹리드 목관악기의 단단한 음색과 발랄한 선율을 통해 우리를 신비한 곳으로 이끕니다. 경쾌한 리듬의 3악장부터는 흐릿한 잔상을 걷어내고 현실로 돌아갈 기운을 모아봐요. 쉼표에서 마침표로 향하는 마지막 곡은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중 '폴로네즈(polonaise)'입니다. 이 곡은 오페라의 두 주인공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재회가 이뤄지는 무도회 장면에서 연주되는데, 폴로네즈는 폴란드 무곡에서 발생한 축제 분위기를 지닌 음악을 말하죠. 화려한 선율이 이끄는 힘찬 팡파르를 들으며 이제 그만 꿈에서 깨어나 볼까요? 맑아진 머리, 상쾌해진 기분으로 남은 하루도 즐겁게 보내세요! 


PLAYLIST



드뷔시 -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 마티외 에르조그)

생상스 - 바이올린과 하프를 위한 환상곡(바이올린: 박인희, 하프: 방준경)

생상스 - 첼로 협주곡 1번 2악장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첼로: 문태국, 지휘: 정치용)

풀랑크 - 오보에와 바순, 피아노를 위한 3중주 중 2악장, 3악장 (오보에: 이인영, 바순: 표규선, 피아노: 박미정)

차이콥스키 - <예브게니 오네긴> 중 '폴로네즈'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 홍석원)



글쓴이 오스트

모국어는 서양음악. 출신지는 서울.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하는 음악 프로세서입니다. 

모든 음악을 평등하게 처리하지만 그래도 서양음악을 가장 좋아합니다. 

가끔 서양음악을 너무 많이 들어서 고장이 나면 테크노로 자가치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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