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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록 May 21. 2024

모든 것을 듣고 싶은 마음

[일상 에세이]

듣고 싶은 소식이 있어 매일 노심초사 기다리며 지낸 지가 한 달 정도 되었다. 내가 매일 기다리는 소식은 우리 아기들의 소식. 두 딸의 소식이다.


    우리 아기들은 성격이 급한지 예정보다 세상에 빨리 나와서 지금은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쌍둥이 신생아들이다. 아기들이 입원한 병원은 현재 주 2회만 면회가 가능해서 대부분의 소식은 문자나 전화로 듣는다. 사소한 일로는 연락이 거의 오지 않고 중요하게 상의할 일이 있거나 필요한 물품이 있을 때 연락을 받는다. 아마 중요한 일이라는 건 대부분 안 좋은 소식일 것이고, 그래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는 아기들에 대해서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맘카페에서 봤다고, 아내가 말해주었다.


    최근에는 계속 무소식이다. 기뻐할 일이다. 아기들이 잘 지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전 10시에 정확하게 보내주는 아기들의 몸무게, 오늘의 수유량이 쓰여있는 문자가 우리가 듣는 소식의 거의 전부이다. 가끔 신생아실에서 전화가 올 때면 사실 그렇게 반갑지는 않다.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겼나 싶어 덜컥 겁부터 난다. 필요한 물품이 있어 전화를 한 것이라면 안도하고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끊을 수 있지만, 혹여라도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을까 봐 노심초사하게 된다. 이렇게 한 달쯤 지내다 보니 무소식이 희소식인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와 아내는 소식이 듣고 싶다. 우리 아기들의 지극히 평범한 어떤 소식이라도 더 듣고 싶다. 숨은 잘 쉬는지, 잘 먹고 잘 자는지, 잠이라는 걸 구분해서 잘 정도로 안정적이기는 한지, 어떻게 움직이고 무슨 소리를 내는지 모든 것이 궁금하다. 의학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어서 의료진들에게조차도 무시받는 그 모든 작은 행동들과 소리들에 대해서 모두 다 듣고 싶다.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 하기에는 나는 아직도 누군가의 아들, 철없는 남편, 하고 싶은 것이 많아 더 오래 청년이고 싶은 한 명의 아저씨일 뿐인데, 세상이 변했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다. 지켜야 하고 살려야 하는 생명이, 가족이 생겼다. 한 번에 둘씩이나. 그들은 다른 아이들보다도 한 없이 약한 상태로 세상을 만났지만, 그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세상을 살아내고 있다. 그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나도 더욱 힘을 내야 한다고 매일 같이 다짐한다.


    소식을 듣고 싶다. 희소식만 듣고 싶다. 그렇지만 아무 의미 없는 소식도 듣고 싶다.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듣고 싶다. 모두에게 의미가 없어도 아내와 나에게는 의미가 있다. 그들이 잘 있다는 소식은, 그것이 무소식일지라도 나와 아내의 세상이 아직 괜찮다는 최고의 희소식이다. 


    오늘도 나는 무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희소식인 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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