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늘 비슷한 내 마음 이야기.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본다.
마음이 흘러넘치고 사랑과 행복이 주체할 수 없어 글로 표현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나를 멈출수가 없을만큼
기뻤던 그때를.
그때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본다.
얼마나, 아무 생각 없이 지금까지 왔는가 되돌아본다.
글을 올리면 누군가 그런말들을 했었다.
"나이를 40이나 먹고 불나방같은 사랑을 한다는게 말이 되느냐. 현실을 생각하라"면서.
그때는 내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그말들이 보기 싫었는데
결국 지금 현실 앞에서 그말들이 맞았다는걸 깨닫게 되는 것만 같다.
지난 1년간 혼자 힘들어하며 여기까지 왔고.
그 마음들을 브런치에 다 내려놓았지만
요즘의 내 마음은 그때와는 또 달라진 것 같아서
브런치에 오고 싶지 않았고 2주간이나 글을 멈추고야 말았다.
더더군다나 별다를 것 없는 일상 속에서 계속 빙글빙글 맴도는 내 마음을 쓰려니,
비슷한 문장의 반복이 되고 말 것 같은 두려움이
글쓰기를 방해하게만 되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마음과 행동이 따로다. 내가 어찌할수가 없다.
여전히, 오빠와 함께 있는 시간은 끊을수 없을만큼 중독적이어서.
오빠와 긴 연휴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안은 미친 여자처럼 깔깔대며 행복해했다.
그리고 오빠를 재희에게 보내고 난 뒤 나 혼자 있는 지금은
혼자된 느낌이 두배 세배 더 크게 다가와 더 많이 우울하고 고독하다.
깨어있는 시간을 모두 웃음으로 뒤덮던 오빠의 목소리가 없는 집안에 혼자 있는게 두렵고 심란하다.
오빠와 있을때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재잘대는 나이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엔 그 말들을 메울만큼의 생각이 내 안을 가득 메운다.
오빠가 없으면 나는 아무런 의욕도, 힘도, 기운도 없다.
앞으로 1년, 오빠와 떨어져 혼자 지낼 시간.
그 시간에 대해서 나는 참으로 대책이 없었다.
당연히 싱글의 신분으로 해외에 나가 또다시 싱글로 돌아와 싱글의 삶을 살게 될 나를 선택한 내자신.
생각이 조금 짧았다고 깨닫는다.
반면, 내 주위에는 그처럼 불안한 시간을 결혼으로 쉽게 대체해버릴수 있는
편안하고 안정된 연애를 해온 사람들이 있다.
1년의 시간을 떨어져 지내기가 아쉽고 불안하여 결혼으로 서로를 묶어둘 수 있는 정상적인 연애를 한 사람들.
오빠를 만나지 않았던들, 내가 어떤 누군가와 연애를 할 수 있었으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부스스 잠에서 깨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한 어린애처럼 또 욕심을 내고 있다.
혼자 힘으로 1년을 살아가기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이런저런 어려움을 함께 겪어내며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막상 그럴수가 없으니, 이제서야 나는 더더욱, 결혼이라는게 하고 싶어진거다.
오빠가 안된다고 하면 나는 그 누군가와의 결혼이라도 하고 말거라는 마음을 이제 먹게된거다.
지난주말, 오빠에게
"우리 이제 시간이 얼마 없잖아. 두달보다 조금 더 남았어. 이제 같이 있을 시간도 얼마 없단 말야.
남은 두달동안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얘기해야 돼"라고 말했다.
요즘의 내 마음을 알 턱이 없는 오빠는
"서희가 잠깐 여행 갔다오는거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서희 기다리고 있을건데 왜 자꾸 뭐가 끝나는 것처럼 말해? 시간이 왜 없어. 1년만 있다가 다시 오는건데.. 갔다와서 더 많이 얘기하고 같이 있을 수 있는데...자꾸 그렇게 얘기하지마"
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답을 하지 못했다.
나를 장담할 수 없어서.
평생을 나를 홀로 살게 내버려두고
자기 아이를 보러 가버릴 사람과의 연애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알수 없어서.
나를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주고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수시로 느끼게 해주며
약속은 어겨본적 없고,
내 마음 최대한 다 알아주려 노력하는 그런 사람이 오빠이고,
이런 사람이 세상에 오빠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나를 이 나이가 되도록 혼자 있게 만들었던 욕심이.
또다른 형태로 변해 다시 내 마음을 시험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 욕심이 어쩌면 평생토록 나를 무너뜨릴 만큼의 후회가 될지도 모른다.
사실 욕심만 내고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할수도 있다.
오빠와 만든 성 안에서 오빠가 와야만 행복해지고, 오빠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그런 안쓰러운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냥 지금의 내마음이 이렇다.
이렇게 사랑하는데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그냥 언제까지고 이런 단계에 머물러야 하는 사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내 마음이 이렇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