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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 마음은,

오빠가 주는 마음 덕분에 확인되었다는 것.

by 한눈팔기

며칠전 해외에서 살고 있는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그 친구는 거의 비혼주의자에 가까웠던 친구인데

혼자 싱글로 해외에 나와 있으니 너무 외롭고 왜 그동안 결혼하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았는지,

후회된다고 했다.

그 마음이 나도 이해되어 한참을 카톡으로 수다를 떨었고, 오빠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었다.

"오빠, 친구얘기 들으니까 너무 공감되더라. 나는 비록 지금 준비단계인데도 이런데 내친구는 오죽하겠어.

나도 진작 결혼을 했어야 했나 그런 생각 많이 들어. 심란해 요즘"

갑자기 오빠가 화들짝 놀라 나에게 묻는다.

"어? 너 결혼 생각 없다며??"

"비록 1년이지만 나 혼자 살 생각을 하니까 너무 걱정되고 겁나. 낯선 곳이라서 그런지 그냥 누군가와 안정적으로 서로 도와가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난 항상 언니랑 살아서 언니한테 의지하고만 살았어서 더 그런가봐"

오빠는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 표정이다.

그래 그럴줄 알았어. 내가 결혼생각이 없는줄 알았던거야.

그럼 내가 전에 한 결혼얘기는 그냥 오빠 마음 떠본걸로 알았던건가.

내가 내 마음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서 오빠도 별 생각 하지 않았던거구나.

우리 대화는 그정도 선에서 마무리 되었다.

오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렇게 한동안 참 많은 생각을 했나보다.

나도 당장 결혼하고 싶다고,

길고 힘들 유학길에 나를 떠받쳐주고 지원해줄 누군가와 유학길에 올라

편안하고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단 둘이 있는 그런 1년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불만에 가득차서 당치도 않은 욕심을 부렸다.


욕심으로 가득찬 못된 내마음이 얼핏얼핏 보이는데도

오빠는 여전히 내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을 담아 걱정해주고 있다.

유학 준비 관련된 일이 잘 안풀리고 있는데,

하루종일 내 기분이 어떤지 전전긍긍하며 눈치를 본다.

어차피 다 잘풀릴거라고,

혹시라도 잘 안풀린다면 그건 서희 너를 위해 운명이

그만큼만 하도록 정해둔거라고 생각하고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 위로해준다.

나중에 따지고 보면 오히려 서희를 위한 일이 될거라고 말해준다.


아침 저녁 출퇴근 시간, 늦지도 빼먹지도 않고 전화를 걸어주고

어떤 일정이 생기든 나에게 먼저 확인부터 받고 정하려는 오빠의 마음이,

나를 얼마나 생각해주는 사람인지, 그 고마움을 잘 느끼면서도

요즘 나는 '친구들과 만나고 있다, 지금 급히 어딜 가고 있다'며 통화를 중간중간에 끊곤 했다.

정신없이 친구들과 밥을 먹고 수다를 떨다가 문득

"아, 나는 왜이렇게 성의없는 마음가짐으로 오빠에게 대하고 있는걸까.

오빠를 두고 떠날 날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내가 하고싶은대로만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나 미안해지고

매사에 무성의하고 대충 하다가 말기를 반복하는 내 자신이 밉고

다시한번 엄마뱃속으로 들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다시 태어나

오빠에게, 오빠가 나에게 하는 것만큼 신경써서 잘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더 따뜻하고 세심하고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다른사람들의 안정과 행복을 보며 흔들리지 말자.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을 곁에 두고, 그런 마음 먹지 말자.

오빠로 인해 내가 느끼는 안정감에 더 무게를 두자.

살아오며 어떤 누구도 나에게 주지 않았던 믿음을 주는 사람을,

아무리 혼자 속으로라도 배신하지 말자.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나라는 사람에게 이토록 큰 마음을 보여주는 사람을,

절대 마음 다치게 하지 않을거야. 절대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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