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한 만큼, 남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by 버티기

겨울다운 추위를 맛보며 출근했던 어느 날, 아침부터 힘써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씁쓸한 변기시리즈가 있던 날이었다.


# 장면 1

아침 순찰을 나가려는데 미화여사가 공용 여자화장실 변기가 막혀 뚫어봤는데 안 내려간다고 도와달라는 것이다.

여자화장실로 같이 들어가 보니 변기에 먹다 남은 과일이 종류별로 떠다니고 있었다.

일단 떠다니는 것을 걷어낸 후, 팔 걷어붙이고 달려들어 펌프질 해봤으나 요지부동이다.

전문가인 관리원과 센터장까지 와서 더 좋은 장비를 동원해서 차례로 힘써봤지만....

결국 ‘막혔음, 사용금지’ 표지판을 붙여놓고 상황끝 할 수밖에 없었다.


# 장면 2

경리대리가 입주민에게서 온 전화 민원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민원은 “자기는 회사에 출근해 있는데, 나올 때 보니 화장실 변기물이 잘 내려가지 않더라. 한번 봐줄 수 있느냐?”였다.

입주민이 알려준 비밀번호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변기 물을 내려보니 조금 내려가다 막혀서 물이 그대로 있다.

윗도리 벗고, 팔 걷어붙이고, 갈고닦은 노하우 총동원해서 25여 분 동안 펌프질한 결과 드디어 통수!!

나름 뿌듯한 마음으로 입주민에게 곧바로 문자를 보냈다.

“변기 뚫었고, 물 잘 내려갑니다.”

.............................

퇴근하여 확인해 봤을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 답이 없었다.


누구나 살면서 변기에 먹다 남은 과일 덩어리를 넣으면 막힐 것이고, 공용이니까 미화여사들이 힘써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사용해야 할 다른 사람에게도 불편을 끼친다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당연히 해줘야 할 사람이지만, 자신의 불편을 해소시켜 준 사람에 대한 감사함의 표시 정도는 기본이다.


새뮤얼 존슨이 ‘사람의 인간됨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에서 드러난다.’고 했다.

나는 어른이 된다고 마일리지 쌓이듯이 자연스럽게 교양이 쌓이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역지사지를 배워야 한다.


나는 나를 돌아본다.

내가 무엇을 하든 인간에 대한 관심과 배려와 존중, 그리고 자기 성찰이 있었는지.....

내가 행복한 만큼 남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과
행동은 잊어도,
그때의 기분은 절대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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