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근무하고 있지만, 분명 근무 강도의 차이는 있다.
휴일은 입주민들이 출타를 많이 해서 민원이 거의 없고, 사무실을 혼자 지키기 때문에 간섭 받을 일도 없다.
그래서 주중에 평일 3일을 근무해야 하는 주가 2일 근무하는 주보다 힘들게 느껴진다.
평일 3일 근무하면서 민원까지 폭주하면 하루에 만보 이상 걷는 것은 예사다.
입주민의 민원을 혼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만 길러진다면, 운동 삼아 콧바람 불면서 다닐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항상 가벼운 일만 있으면 좋은데, 문제는 신경 쓰이고 무거운 일도 생긴다는 것이다.
평일 3일 중 둘째 날인 수요일이었다.
윗사람이 순찰을 돌다 보니 장비 하나가 이상하다며 보러 가자고 했다.
그 장비는 15층 옥상에 있는 제연 장비였고, 벨트 두 개 중 하나가 벗겨져 있었다.
둘 다 단순한 생각으로 커버를 벗겨내고 벨트를 회전체에 다시 걸려고 시도했다.
내가 먼저 시도하다가 벨트와 회전체 사이에 손가락이 끼면서 다쳤다.
곧이어 윗사람도 같은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둘 다 손가락을 다치게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다음 날 윗사람은 손가락 뼈에 금이 가서 기브스를 하고 나타났다.
다행히 나는 뼈에 이상은 없었지만,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다음 날 교대자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왜냐하면 그 장비는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를 제거하는 장비라서 화재경보가 울리면 바로 작동이 되기 때문에, 작업 전에는 반드시 연동정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 화재 경보가 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말 무모한 일을 한 것이었다.
불현듯 과거 잠수함수리창의 지휘관으로 있던 시절이 생각났다.
수리하는 요원이 타기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모르고 장비를 작동시켜 타기와 선체벽에 몸이 압착되면서 큰 부상을 입었었다.
하마터면 수리요원의 생명도 잃을뻔했던 그 사고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사고는 계획된 시간에 생기지 않고, 늘 우리가 모르는 시간을 틈타 생기기 마련이다.
나는 이 사건을 겪으면서 액티브 시니어를 꿈꾸며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나쁜 결말로 끝난다면, 차라리 백수생활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이 해야 할 경우, 잠깐이라도 한 발 뒤로 물러나서 발생 가능한 것들을 예측해 보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
특히, 위험이 따르는 일은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사전조치가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제 오 개월째 근무를 하고 있는 사람이 아직까지 몰라서 그랬다는 말을 하기에는 어딘가 어색하다.
부정적인 일들은 쉽게 일어난다.
그것들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를 찾아온다.
하지만, 긍정적인 일들은 얻어내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늘 내가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읽었던 글에서 ‘진정한 앎이란 알아야 하는 것, 알 수 있는 것만 알면 되는 것이 아니다. 알 수 있었던 것, 알아서는 안 되는 것까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최소한 관장하고 있는 장비에 대해서 알아서는 안 되는 것까지 알기 위한 도전을 시작해야겠다.
적응했다고 하는 것은,
어쩌면 적응하지 못하는 상태에
익숙한 것일 뿐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