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은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본래는 컴퓨터 용어로, 하나의 자원인 CPU에서 서로 다른 작업을 번갈아 가면서 처리하는 걸 의미한다. 고성능 컴퓨터마저도 한 번에 하나의 작업 만을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처리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동시에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용어가 지금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라는 의미만을 인용해서, 마치 멀티태스킹이 업무능력의 척도인양 사용되고 있다.
고스톱 용어에 '일타쌍피'라는 것이 있다. '일타쌍피'는 화투짝 한 장을 내고 피 두 장을 가져온다는 것으로, 의미로 본다면 ‘한 가지 일을 하여 두 가지 이익을 본다.’라는 말이다. 이것을 다른 의미로 유추해 본다면 ‘한정된 시간이라는 자원을 사용해서 두 가지 업무를 동시에 처리한다.’라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즉,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라는 멀티태스킹의 의미와도 일맥상통하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순수하게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다면 일타쌍피를 하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도 번갈아가며 처리해야 하듯 사람이 멀티태스킹을 한다는 것은 견강부회라고 볼 수 있다.
아내가 가스 불에 음식을 데우면서 빨래 널다가 음식을 태워 먹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이 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로 섬찟했던 적도 있었다. 이런 일이 있고 난 후에는 십중팔구 ‘불을 약하게 해 놓고 금방 빨래만 헹구려고 했는데’, ‘인터넷으로 뭣 좀 찾고 있었는데’, ‘작성해서 보내 줄 게 있어서’라고 중얼거린다.
그러니까 이런 불상사는 모두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가 생겼다는 것이다. 아내는 이럴 때마다 건망증을 탓하면서 오메가-3 한 알 냉큼 먹고 지나간다. 며칠 후, 언제 그랬냐는 듯 가스 불에 행주를 삶으면서 방에 들어가하는 일과 관련된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도 마음은 항상 불안했던지 가스 자동차단기를 구해와 달아 달라기에 얼른 달아주었다.
엊그제는 언니와 통화하면서 “하루 먼저 내려가 같이 젓갈 단지 비우는 일을 하고, 다음날 준비해서 제사 지낸 후 다음 날 아침 일찍 올라와야 한다.”라고 한다. 아마 언니가 왜 일찍 올라가야 하느냐고 물은 것 같다. 대답이 "지금 하는 일이 3일 근무일을 유지해야 하는 것 때문"이란다. 가만히 듣다 보니까 아내는 ‘일타삼피’를 노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나이가 있어 한 가지 집중하고 나면 '머리가 아프네', '몸살 끼가 있네' 하면서도 ‘일타쌍피’를 넘어 마구 달려가려 한다. 보다 못한 내가 “젓갈 단지 비우는 일이 급한 것이냐?”라고 물어보니, 아니란다. 그러면 그건 나중에 시간 내서 하고 이번에는 제사만 치르고 올라오자고 정리했다.
아내는 이제 기억을 유지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몇 가지 일을 연달아 처리하고 나면 몸에서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시기라는 것을 자꾸 잊어버리고 있다. 우리가 흔히 남자보다 여자가 멀티태스킹 능력이 우수하다고 하는데, 생활패턴 상 습성화되어 익숙한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나도 멀티태스킹의 굴레에서 헤매다 모두 죽도밥도 아닌 상태로 끝을 보게 된 적이 많이 있었다.
시간 소요와 난이도를 엄격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달성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앞세워 왔다 갔다 하다가 의지력만 갉아먹고 결국은 슬그머니 돌아서는 일이 다반사였다. 지금 To Do List 랍시고 나열해 놓은 것도 보면, 단 시간 내에 이루기에는 불가능한 것들이 무작위로 들어가 있음을 보게 된다. 마치 하고 싶은 희망사항을 나열해 놓은 Bucket List처럼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결여되어 있다. 돌이켜보면 분주하게 뭔가를 한 것 같지만 별반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뇌과학적으로 사람은 한 가지 생각밖에 할 수 없다고 한다. 번갈아 가면서 생각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집중력이 분산되어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9년에 스탠퍼드 대학에서 '멀티태스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정말로 그 일을 잘 수행하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었다. 그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멀티태스커들은 더 업무효율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멀티태스킹이 많은 일을 망치는 능력일 뿐이라고 신랄한 혹평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할 수는 있지만, 한 번에 두 가지 일에 모두 효과적으로 집중할 수 없다.'라는 것이었다.
그냥 일상생활 속에서 밥을 먹으면서 유튜브 보는 것, 러닝머신 달리면서 음악을 듣는 것, 공부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 정도까지가 자연스럽게 행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이다. 아마도 이것이 친구와 대화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는 정도까지만 발전하더라도 친구에게 서운한 감정을 들게 하는 폐해를 주기 시작한다. 사람의 멀티태스킹은 애초에 불가능하며, 오히려 주의력을 분산시키고 의지력만 고갈시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요즘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멀티태스킹의 한쪽에 핸드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핸드폰을 보면서 길을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슬아슬하게 생각될 때가 많다. 심지어 운전하면서 핸드폰 문자 보내는 묘기를 부리기도 한다. 조급증으로 시간 아끼려다 위험천만한 우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아내의 멀티태스킹 능력의 시전을 더 이상 두고 보지만 않을 것이다. 밥 할 때는 밥 하는 것만, 운전할 때는 운전에만, 일 할 때는 한 가지씩 순차적으로...
이제 나도 한 가지를 제대로 하는 모노태스킹을 습관화하려 한다. 멀티태스킹으로 능력을 발휘하려는 욕심보다 일의 우선순위를 올바르게 선택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 덜 중요한 것, 필요 없는 것을 현명하게 구분해 보려 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