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일가족을 보며 '자유'를 생각하다

by 버티기

오월 초 북한 주민 일가족이 어선을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왔다는 뉴스를 접했다.

북한에서는 찾기 힘든 '자유'를 위해 목숨 걸고 결행했다.

더구나 코로나 19로 인한 통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결심을 서두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공기와 같아서 존재를 인지하지도 못하는 그 '자유'를 위해서 말이다.


해군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동향 포착 단계부터 신병 확보까지 완벽한 작전수행을 위해 노심초사했을 관여된 모든 사람들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모두 무사히 신병이 확보되어 귀순의사를 확인했고, 합동 신문을 진행하고 있다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자유'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 명시된 일반적인 의미는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이다.

그러니까 별도의 구분 없이 '그냥 외부로부터의 속박이 없는 상태' 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영어에서는 Freedom과 Liberty로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

Freedom은 '단순히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자유', Liberty는 '합법적인 권리로서의 자유, 즉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개념'이라는 의미상의 차이가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Freedom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보니 남의 Freedom과 충돌을 일으킬 수가 있는 반면, Liberty는 법적 권리로 보장된 자유로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부여되어 있고 서로의 Liberty 사이에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는 없다.

또한 Liberty는 헌법에 명시된 '인간다운 삶', 즉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며 필수적인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자유의 여신상을 'Statue of Liberty'라고 하는 것처럼 의미에 따라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북한 주민 일가족이 목숨을 걸고 얻고자 한 것은, 일단 Freedom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냥 '단순히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자유'라는 것이 우선 갈급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십 년 전에 합참의 정보담당 부서에서 과장으로 근무했는데, 개략적으로 북한의 경제와 사회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그때 업무 수행을 위해 많은 탈북자들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자유'에 대한 동경이 탈북 동기가 되었고, 긴 시간 동안 타국을 거치는 험난한 과정을 통해서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 후 신문을 통해 정착 결정이 되면 세 달여간의 합숙교육을 받게 되며, 교육이 종료되면서 주민등록증 수령과 동시에 한국인이 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러고 나면 그들이 그렇게 동경해 오던 '자유', 즉 '외부로부터의 속박이 없는 상태'가 주어지게 된다.


2019년 이런 과정을 거친 모자가 아사(餓死)를 해서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 일이 있었다.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얻었음에도 가장 비참한 형태의 죽음을 맞게 된 것이다.

그때 나는 '이렇게 될 바에는 탈북하지 않았던 게 더 나았지 않았는가?' 하는 비관적인 생각을 갖기도 했다.

지금 와서 보면 우리 사회가 합법적인 권리로서의 자유인 Liberty에 대한 고뇌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며 필수적인 삶의 질을 유지하는'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한다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인 Liberty를 구현해내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즉, 자유주의(Liberalism)와 민주주의(Democracy)가 결합된 정치 원리를 준용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상 직접적으로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전문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고 함으로써 그것을 수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이제는 '내가 내 꼴리는 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야'라는 개소리나 하는 Freedom 차원의 자유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진정한 자유의 의미인 Liberty를 추구하는 사회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이제는 '방종'에 가까운' 자유'가 '자유'의 전부인 양 행동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이상 힘을 잃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어쩌면 단순한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국가로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고대한다.


매거진의 이전글현명한 선택과 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