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내라는 말을 들으면, 마치 다 아는 이야기인 것처럼 식상 해했다.
그냥 끈기라는 말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개념 정도로만 여겨왔다.
그러나 관심을 가지고 조금 더 접근해 본 인내는, 끈기라는 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심오했다.
인내(忍耐)는 한자로 보면 참을 인(忍), 견딜 내(耐)가 조합된 단어로, 국어사전에서는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참고 견딤’으로 명시되어 있다.
이렇듯 끈기는 단순히 견딘다는 의미에 국한되지만, 인내는 여기에다가 참는다는 의미가 추가된 너무나 포괄적인 것이었다.
먼저, ‘참는다는 것’은 화, 갈등, 욕구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
이 중에 일견 욕구만 개인적이고 화와 갈등은 상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와 갈등이 상대와의 관계에서 발현된 것이기는 하지만, 감정을 통제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기 때문에 종국에는 개인적인 문제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라는 데, 살다 보면 주변에서 화와 갈등을 참지 못하고 살인, 폭행, 폭언 등으로 이어져 인생을 망치거나 관계가 깨지는 결과를 가져오는 걸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골프 라운딩을 할 때, 자신의 잘못된 스윙에 의해 발생된 문제임에도, 화를 참지 못한 행동으로 사람 관계를 돈독히 하려다 오히려 악화시켜 버리는 결과를 얻게 되는 경우도 많이 봐왔다.
욕구는 하위욕구와 상위욕구로 나누어지는데, 하위욕구는 ‘부족함을 채우고자 하는 욕구’이고 상위욕구는 ‘성장을 위해 필요로 하는 욕구’를 말한다고 한다.
참지 못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하위욕구에 국한되고,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중 1단계인 생리적 욕구로 볼 수 있으며 식욕과 성욕 등이 해당될 것이다.
예를 든다면 식탐을 참지 못해 비만과 건강 손상을 가져오거나, 성에 대한 욕구를 이기지 못해 범죄 행위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일 것이다.
또 하나는 ‘견딘다는 것’이다.
견딜 내(耐)는 이을 이(而)와 마디 촌(寸)으로 되어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이을 이(而)는 사람의 코 밑과 턱에 난 수염을 의미하고, 마디 촌(寸)은 단독으로 쓰일 때는 ‘마디’, ‘촌수’의 의미이나 다른 부수와 합쳐질 때는 손의 용도로 쓰인다고 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자존의 상징이기도 한 수염을 손을 이용해 뽑아내는 형벌을 견디어 낸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견딘다는 것’의 대상은 고통과 모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견딜 내(耐) 자는 ‘견디다’, ‘버티다’, ‘참다’라는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해야 하는 일’은 대부분 쉽게 성취되지 않기 때문에 과정에서 주어지는 ‘고통과 모욕’을 견디고, 버티고, 참아내야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인내가 차지하는 위상은 프랑스의 ‘인내는 운명을 좌우한다.’라는 속담에서 잘 나타나 있다.
이제 환갑을 넘어서 뒤돌아보니, 새삼 모든 것이 인내의 연속이었고 어느 것 하나 인내와 관련되지 않는 것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들이 어릴 때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갈등이 오늘까지 이르게 한 것, 장교 생활 중에 리더로서 부하들을 덕으로 이끌지 못하고 감정을 앞세워 닦달했던 일, 미래의 꿈을 그리며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함에도 버티지 못하고 스러졌던 일, 나쁜 습관인 줄 알면서도 일시적인 감흥과 편함을 추구했던 일.....
눈을 감으면 샘물 솟듯 끊임없이 떠오르는 인내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슴이 사무친다.
새삼 인생에 있어 모든 것이 인내에서 시작되고 인내로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음을 절절히 느끼고 있다.
그나마 실패한 인내에서도 내성이 쌓여 삶에 긍정적으로 기여해 왔기에 오늘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나이가 들어가면 점점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에, 조급증으로 인내심이 줄어들어 쉽게 감정 변화가 온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부터가 나의 진정한 인내의 시험대이고, 지금껏 쌓인 인내의 내성을 발휘할 때가 온 것이라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
출발신호로 바뀌었는데 앞차가 가지 않고 있어도 경적 울리지 말고 기다려 주자.
끼어드는 차가 있으면 들어올 때까지 멈추어 기다려 주자.
정말 화가 날 때가 있으면 숨을 크게 쉬면서 한번 멈추자.
친구가 거슬리는 말을 해도 시간을 두고 넌지시 왜 그랬는지 물어보자.
합리적인 목표를 세우고, 세웠으면 견디고, 버티고, 참아보자.
‘진정한 인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